우리에게 풋볼은 여전히 낯선 종목. 유학이나 이민으로 미국에 건너가신 분들이 ‘아, 나도 이제 미국 물 좀 먹었구나’할 때가 풋볼 경기를 보고 있을 때라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는 일단 규칙부터 잘 모릅니다. 그냥 무식하게 공들고 몸싸움만 벌이는 것 같기도 하죠. 풋볼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경기일까요?
기본은 땅따먹기
어릴 때 학교 운동장에서 병뚜껑으로 땅따먹기 해본 적 없으신가요? 손가락으로 병뚜껑을 튕겨 미리 정한 횟수 안에 집으로 다시 돌아오면 그만큼 땅을 먹는 놀이죠. 풋볼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격 기회 4번 안에 상대 진영으로 10야드(9.14m)를 전진하면 되는 겁니다.
야구에서 볼, 아웃카운트를 보여주는 것처럼 풋볼 중계 화면 한켠에는 ‘1st&10’ 같은 게 떠 있습니다. 첫 번째 공격 기회고 10야드를 전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3rd&2’는 3번째 공격 기회에 2야드가 남았다는 뜻이죠. 이렇게 네번째 공격까지 다시 1st&10 상태가 되지 못하면 공격권을 빼앗기는 겁니다.
공격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공을 들고 뛰거나 패스한 공을 받는 방식이죠. 공을 들고 뛰는 건 러싱(rushing), 패스는 당연히 패싱(passing)이라고 부릅니다.
터치다운이란?
땅따먹기 방식으로 계속 전진하다가 상대 엔드존까지 돌파하는 데 성공하면 점수가 납니다. 이를 터치다운이라고 합니다. 공을 들고 골라인을 넘어가도 터치다운이고 엔드존 안에서 패스를 받아도 터치다운입니다. 터치다운에 성공하면 6점을 얻습니다.
- 골포스트로 공을 차 넣어 1점을 추가로 얻거나(PAT·Point After Touchdown)
- 2야드(1.83m) 지점에서 단 한 번 공격 기회로 터치다운에 성공하면 2점을 얻는 ‘2포인트 컨버전’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PAT를 선택합니다. 2포인트 컨버전은 경기 후반 승부가 박빙일 때 주로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실패하면 한 점도 못 얻기 때문입니다.
우리 최전방은 상대 팀도 최전방
서로 남 팀 고지를 먼저 차지하느냐 하는 게 싸움의 관건이기 때문에 우리 팀 최전방은 곧 상대방에도 최전방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10야드 전진에 실패했을 때 상대팀도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 엔드존을 향해 쳐들어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적을 일단 뒤로 물려야겠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공을 우리 엔드존 쪽으로 멀리 차면되는 겁니다. 이를 펀트라고 하며 이것만 전문으로 하는 선수(펀터)도 있습니다. 풋볼에서 공격 기회는 4번. 그래서 보통 공격팀은 3번은 공격을 시도하고 네 번째는 펀트를 시도합니다. 그러면 상대편은 펀트한 공을 받아 다시 전진을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우리 수비수에 가로 막힌 그 지점부터 다시 공격을 시작하는 겁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할까요? 더 이상 공격은 무리입니다. 그런데 상대 엔드존에 거의 다 다가와 골포스트에 공을 차서 골인시킬 수 있을 것 같을 때 말입니다. 이럴 때는 펀트를 하는 대신 필드골을 찹니다. 필드골에 성공하면 3점입니다.
펀트는 공을 손에 들고 있다가 때리지만 필드골은 동료가 공을 잡아준 걸 찹니다. 당연히 펀터와 (필드골) 키커는 요구하는 능력이 조금 다릅니다. 선수도 다르죠. 포지션이 너무 많죠? 네, 심지어 키커가 차기 좋도록 공을 잡아주는 선수도 따로 있습니다. 보통은 후보 쿼터백이 하지요.
풋볼도 축구니까 자살골도 있겠죠? 공격수가 공을 갖고 있을 때 자기팀 엔드존에서 상대 수비수에 걸려 넘어졌을 때는 상대팀 그러니까 수비팀이 2점을 얻습니다. 이를 세이프티(safety)라고 합니다.
쿼터백이 뭐야?
풋볼엔 포지션이 참 많습니다. 보통 아래 그림처럼 설명합니다(아래에서 위로 공격). 그러나 어떤 선수가 어떤 위치에 서느냐 하는 것도 작전이기 때문에 꼭 저렇게 서는 건 아닙니다.
굳이 포지션 이름을 달달 외울 필요 없습니다. 팀 던컨이 센터인지 포워드인지 모른다고 농구를 못 보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풋볼은 각 팀 11명이 하는 경기이지만 공격수와 수비수가 전혀 다른 선수입니다. 야구로 치면 1~9번 타자와 투수~우익수가 다른 선수인 거죠. 일단 공격부터 보겠습니다.
풋볼 공격은 이런 식으로 진행합니다. 먼저 마지막으로 공격이 멈춘 지점에 공을 둡니다. 공을 가운데 두고 양 팀이 미리 약속한 위치에 섭니다. 최전방은 양 팀 선수들이 라인 형태로 맞대고 있는 상황.
심판이 경기 재개를 알리면 공격팀 한 선수(센터)가 쿼터백에 공을 전달(스냅·snap)합니다. 그러면 쿼터백은 자기 뒤에서 달려오는 러닝백에게 공을 전달하거나 이미 앞으로 뛰기 시작한 와이드리시버에게 패스를 합니다. 드물지만 자기 스스로 공을 들고 뛰기도 하죠.
물론 말은 쉽지만 실제 공격 전술은 정말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쿼터백한테 공을 받은 러닝백이 갑자기 패스를 해도 놀라지 마세요!) 수비도 마찬가지. 그래서 대학 때 날고 기었다는 쿼터백들도 프로에 와서 곧바로 적응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쿼터백, 와이드리시브, 러닝백만 구분하면 경기에 관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죠. 대장(쿼터백) 밑에 공들고 잘 뛰는 부하(러닝백)가 한두 명, 잘 뛰고 공 잘 받는 부하(와이드리시버)가 두세 명 있는 거니까요.
나머지 선수들은 뭐하지?
다른 선수들은 센터가 공을 스냅하고 나면 쿼터백을 보호하고 공격하는 동료가 좀 더 편하게 전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 부분은 글을 새로 쓰는 대신 2007년 이맘 때 쓴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사실 풋볼은 무식하거나 폭력적이지 않다. 풋볼은 오히려 ‘절제’의 미덕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도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헌신’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세련된 종목이다. ‘자기희생’이 무엇이며 ‘협력’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도 우리에게 잊지 않고 일러준다.
어쩌면 모든 스포츠가 그렇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사실이 그럴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경기 내내 공을 단 한 번도 만지지 않는 선수들이 즐비한 구기 종목은 그리 흔치 않다. 게다가 그들이야 말로 ‘충돌’을 통해 팀을 지켜내지만, 크게 주목받지도 못한다.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풋볼답다. 남을 부숴야만 하지만 부순 상대에게 경의를 표해야 하는 충돌. 자기 일을 제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결국 스포트라이트는 남의 것이라는 사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무너져서는 안 되는 거친 절박함.
물론 야구도 인생이다. 축구 역시 그렇다. 하지만 각기 보여주는 인생의 단면에는 차이가 난다. 풋볼은 진짜 ‘다이나믹’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충돌’의 가치를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풋볼을 사랑한다.
네, 정말 그런 이유로 저는 풋볼을 사랑합니다. 여러분도 풋볼을 조금만 보시면 진짜 ‘싸나이’다운 스포츠라고 느끼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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