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이란 말을 들으면 생각나는 이름들이 국내외로 꽤 많다. 그 중 가장 어그로적 인물은 역시 마리 앙투아네트. 빵을 달라는 시민의 요구를 듣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을 먹으면 되지 않나요ㅋ”란 내용의 발언은 무려 2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고 욕을 먹고 있으니 말이다. 이 말은 그녀가 한 것이 아니라 반대파가 퍼뜨린 악성루머였다는 설도 있다. 맞다. 지금도 ‘OO캐슬’이 주소인 친구들도 엄청난 교육을 받는 동시에 서민 수업까지 따로 받는데, ‘진짜 성’에서 살던 프랑스 여왕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랬을 수 있을 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그녀가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 아닌지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왜 그녀가 저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그럴듯하다 생각하며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이유다. 과거에는 여왕이나 왕, 그리고 현재는 정치인에게 국민이 받는 이미지 중 가장 강한 것은 역시 불통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제일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정치로 밥을 먹거나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도 소통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정치인이 소통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정치인과 서민에게 손을 내밀고 싶지 않은, 특히 왕정의 복고를 바라는 여왕의 마인드를 가진 정치인에게 어울리는 미래의 발명품들을 소개해 본다. 당연히 믿거나 말 거나니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시길.(아. 이건 소통하지 않겠다는 이야기?)
1. 내가 원하는 쪽으로만 소통하기 위한 구글 글래스 개조판
얼마 전 구글은 구글 글래스를 발표했고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흥분했다.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넘어 쓰기만 하면 인간 자체가 스마트해질 수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구글 글래스는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지만, 모든 명령은 음성으로 가능하고 처음 본 글자 역시 꼼꼼히 번역해 눈앞에 보여주는 기능도 있다. 이 정도면 당연히 처음 듣는 언어도 번역해 보여주거나 들려줄 것이다.
첫 번째 여왕을 위한 아이템은 ‘소통 스카우터’다. 항상 나라 살림에 신경을 쓴 나머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반대파나 국민의 목소리가 자신을 지치게 할 수도 있다. 이명박처럼 4시간만 잘 체력도 없을텐데,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소통 스카우터. 착용한 후 진보 신문을 보면 알아서 조중동 내용으로 고쳐 준다. 시위 현장을 보면, 그들의 옷이 인민복으로 보인다. 종북 OUT! 을 외치면 그만이다.
또한, 외교사절과 대화할 때도 통역 없이 직접 대화를 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국민은 한국어도 잘 못하는 여왕의 언어 능력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아버지”라고 외쳐주면, 앞에 앉은 외교사절의 비난하는 말이 듣기 좋은 칭찬으로 번역해서 들려준다. 물론 이때 음성은 경상도에만 따뜻한 아버지의 음성이다.
2. 정권 유지에는 망각이 필수 : 맨인블랙 레이저 강화판
영화 맨 인 블랙(Man In Black)에는 재미있는 장비들이 많이 나온다. 외계인에게서 빼앗은 은색으로 빛나는 총은 물론 빠른 자동차 등 가지고 싶은 것 투성이다. 아마 그중에서 많은 사람이 가지고 싶은 것은 역시 사람의 기억을 지워주는 망각 장치이지 않을까? 눈앞에서 불빛이 번쩍하기만 하면 단기간의 기억을 홀랑 잊어버리게 한다. 사고 친 후 부모님과 함께 경찰서를 나설 때 빤짝 해주면 집에 가서 혼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요걸 살짝 응용해보면 이런 것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 광선의 강도를 더 높이고, 높은 하늘 위에서 쏘는 거다. 5년에 한 번씩만 쏴주면 국민들은 그동안 정권이 잘못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표를 줄 것이다. 물론 이미 셀프로 국민들이 까먹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당연히 반대파들의 기억도 사라져 버린다.
응? 높은 곳에 쏘기 위해서는 위성과 함께 그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로켓이 필요하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이 정도 기능이라면 어느 나라의 정치인이나 귀가 솔깃한 제안이니까. 솔깃한 만큼 로켓이나 위성은 그쪽에서 담당하라고 하면 그만이다. 현재 로켓과 위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꽤 많다. 북한이라거나… 이정희를 섭외하자.
3. 방송 차단을 위한 EMP 수류탄
많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FPS 게임 중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가 있다. 가장 최근 버전인 블랙옵스(Black OPS) 2의 배경은 2025년의 미래다. 이 게임에는 다양한 미래 무기가 등장하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EMP(Electromagnetic Pulse) 수류탄. 게임이나 관련 영화 좀 봤다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EMP는 스타크래프트에서 그렇듯 적의 전자 및 통신장비를 망가뜨려 작전 수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에서는 이 수류탄 형태의 EMP를 보병이 사용하는 개념이다.
이게 있으면 방송국이나 신문사 등을 무력화 시키는 것은 물론, 반 정부 시위 현장에서 살짝 터트려 주면 여왕의 정권 유지에 불리한 영상이 유투브나 인터넷 실시간 방송으로 중계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이제 북한 부럽지 않은 나라가 탄생하는 것이다! 안전 문제에서는 현재의 기술로도 EMP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없으니 별 문제 없을 것이다.
4. 빅데이터로 빅브라더를!
빅데이터는 사용자가 만들어 놓은 온라인의 데이터(이게 양이 어마어마하니 빅데이터라 부른다)를 분석해 그들의 취향이나 성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요걸 분석하면 정치적인 성향까지 훤히 다 들여다볼 수 있고, 잘만 활용하면 빅데이터는 빅브라더(Big Brother)가 된다. 사용자 몰래 모처에 데이터를 보내는 방법이 당최 존재하기나 하느냐고? 당연히 있다. 이건 일종의 간단한 심리 게임이다.
스마트폰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방법은 3G나 LTE망을 쓰거나 Wi-Fi를 이용하는 것. 근데 이 Wi-Fi는 문제가 좀 있다. 분명 해당 이통사의 Wi-Fi가 있어도 접속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문제다. 위 이미지 속의 제품은 Wi-Fi의 수신율을 높여주는 안테나가 붙은 스마트폰 케이스다.
자. 이제 감이 오시는가? 저 스마트폰 케이스를 이통사와 정부 차원에서 보급하는 거다. 무료로 뿌리면 – 교육과 돈은 진보와 보수의 성향이 가장 희미해지는 지점 – 안 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저 모듈을 잘 이용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물론 딱 걸렸을 때 빠져나가기 위한 변명은 미리 준비해 둬야겠다. “제가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라거나, “지하경제를 활성화해서…” 등.
결언 : 지금까지 소개한 미래의 아이템을 보고 ‘뭐야. 이건 특정인 겨냥한 거구만’이란 생각은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 만약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그것은 단순히 기분 탓일 뿐이다. 이건 어디 까지나 전 세계의 여왕들을 위한 콘텐츠다. 또한, 대한민국은 대통령, 그것도 국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 아니던가! 마지막으로 소통은 내가 원하는 것을 듣기 위한 과정이 아니며, 이건 소통이 아니라 망통이다. 소통의 기본 전제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여왕도 민초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