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apcold 님이 에스콰이어지(2013년 1월호)에 기고했던 것을 저자의 허락 하에 다시 실은 것입니다.
“OO 씨, 그 소식 들었어?” “응. 네이버 뉴스에서 봤는데, 그 둘이 사귈 줄 몰랐는데 충격적이더라고.” 그냥 흔한 일상적 대화 장면이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뉴스 보도를 포털사이트의 뉴스 섹션으로 접하는 것이 평범하게 익숙해진 지 오래되어, 이 말이 “OO일보에서 봤다”는 식의 말이 아니라 “지하철가판대에서 봤다”는 뜻에 가깝다는 것을 거의 잊고 지낸다. 물질세계에서라면 뉴스를 만드는 신문과 그것을 판매하는 가판대가 서로 경쟁 관계가 되지는 않지만, 포털사이트가 뉴스를 공급받아 사실상 그 자체로 매체가 되어버리는 온라인 뉴스 환경은 다르다. 덕분에 한국에서 포털 사이트들의 뉴스섹션이 히트치기 시작한 00년대 초반 이래로, 언론사와 포털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또 서로를 물 먹였다.
포털과 언론사의 공생과 경쟁이라는 이슈와 관련, 지난 12월 17일 한국신문협회는 ‘뉴스저작물 공급 및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을 발표하여 앞으로 모든 회원사들이 포털과 뉴스 사용 계약을 맺을 때 이용할 것을 천명했다. 당연히 이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고 적어 내려간 것이 아니라, 2005년에 만들어진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 이용 규칙’, 2007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언론사와 포털 간 뉴스콘텐츠 이용계약에 관한 지침’ 등의 뒤를 이어가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취지는 당연히 좋은 말로 가득하다. “뉴스저작물의 공정한 이용과 정당한 가치 평가를 위한 환경 조성, 부가가치 및 이용자 기반 공유를 통한 공존과 상생의 원칙”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덤으로 “포털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지역언론을 활성화하고, 가이드라인에 따른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도 역점을” 두었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신문협회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인 만큼, 기본적으로 언론사의 일방적 권리 강화가 관심사다. 포털은 기사 원본을 변형할 수 없으며, 별도 합의가 없다면 포털에서 기사를 보존할 수 있는 기간을 7일 이내로 제한하고, 불법복제를 차단하는 기술도 포털에서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뉴스 이용현황도 포털이 언론사에 월 1회 이상 제공해야 하고, 포털 뉴스의 기사 세부 섹션 편집도 해당 언론사의 동의를 구하라고 한다. 클릭하면 자사 페이지가 아닌 각 언론사 사이트로 보내는 ‘아웃링크’에서 발생하는 수익조차 분배해달라고 한다.
포털사이트가 무슨 성인군자들이라고 이런 일방적 요구들을 들어줘야 한다는 것인가. 그런데 그렇다고 손쉽게 무시할 만한 입지도 아니기에, 앞으로도 계속 이런저런 협상과 줄다리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면 우선, 뉴스라는 산업에서 언론사와 포털의 기본적 갈등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주 거칠게 분류하자면, 뉴스 산업은 뉴스의 제작과 유통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뉴스 제작이란 단지 소식을 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 전체라서, 실제로 적어놓은 내용과 맥락 효과 두 가지가 함께 포함된다. 이 중 맥락 효과를 만드는 것은 특정한 기사들을 함께 배열하고 크기와 위치 등을 통해 강세를 주는 등의 편집이다. 종이신문에서 원고를 받고 편집을 해서 완성된 지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제작이고, 유통은 그렇게 제작된 완성품을 가판대와 가정배달로 뿌리는 절차였다. 제작 과정에서 신문사는 전권을 가지고 있었고, 가판대 같은 유통업자가 의미 생성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진열해놓은 위치 변경 정도가 사실상 전부였다.
그런데 온라인 뉴스 환경, 특히 포털사이트의 뉴스섹션은 그렇지 않다. 지면 PDF 판매 대행을 맡는 것이 아닌 한, ‘신문’을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기사’를 유통하기 때문이다. 뉴스 제작에서, 맥락효과라는 부분을 언론사가 아닌 포털이 기본적으로 지니게 된다는 말이다. 비유하자면 빵 납품업자와 판매처의 관계에서 밀가루 공급자와 베이커리의 관계로 바뀌는 셈인데,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편집권 갈등이다.
또 다른 갈등은 첫 부분에 언급한 매체로서의 경쟁 관계다. 언론사는 포털에 뉴스 사용권을 판매하여 일정한 수익을 올린다. 그런데 동시에 자신들의 자체 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이 직접적인 통제권을 지닌 수익사업도 벌이고자 한다. 재료 공급자로서의 거래 상대이자, 완제품의 경쟁자로서 이중으로 엮인 관계 속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사실 이런 방식이 딱히 신기한 일은 아니다 – 삼성전자 또한 애플에게 부품 공급자이자 완제품 경쟁자니까 말이다. 나아가 연합뉴스 같은 뉴스통신사들이 개별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방식도 일정 부분은 비슷한 패턴과 갈등이 있다.
이런 두 가지 갈등 지점에서, 언론사가 추구하는 바는 명확하다. 한 편으로는 편집방식 등의 의미 생산 부분을 최대한 자신들의 권한으로 두어, 자기 브랜드의 뉴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서비스 기간 등 사용 조건을 세세한 부분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맞추어, 원자재 공급자로서도 경쟁매체 운영자로서도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사업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냥 더 많은 돈을 요구하든, 안 팔리는 콘텐츠도 끼워 파는 것이든, 지난 기사는 자체 매체에서만 볼 수 있도록 만들든 말이다.
그렇다면 포털사이트가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의미 생산의 경우, 최종 편집권은 우리 것이라는 식의 언론 자존심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뉴스 내용으로 문제가 생겨 비난과 책임을 뒤집어쓰는 일을 피하는 것이다. 문제가 많거나 혹은 문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내용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처음부터 방지하거나 해당 언론사에 온전히 책임을 넘기는 것이 포털로서는 이상적 방향이다(비단 뉴스뿐만 아니라, 검색결과, 사용자 게시물, 댓글 등에 대한 필터링 역시 어떤 대단한 정치적 음모보다는 이런 맥락에서 남용되곤 한다). 그리고 매체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래도 여하튼 자사 포털의 울타리 안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러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특히 흔히 ‘가두리 양식장’이라고 비판받아온 한국형 포털 서비스 모델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구도 속에 진화해온 하나의 사례가 바로 대형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서비스다. 처음에는 포털이 기사 콘텐츠를 대거 사들이고는, 제목 변경부터 분류와 배치까지 모든 편집권을 행사해 뉴스 섹션을 구성했다. 아무 생각 없이 콘텐츠 판매 수익 발생을 기꺼워했을 언론사들은 차츰 포털이 편집권을 임의로 행사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명백한 언론 기능을 하면서, 언론으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논리로 공격했다. 그런 비판에 대처하기 위해 09년 1월, 뉴스캐스트가 탄생했다. 네이버 메인화면에, 사용자가 언론사를 지정하면 해당 개별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나아가 자사 트래픽으로 모든 것을 집중하던 사업모델을 양보하여, 기본설정은 ‘아웃링크’로 정해지는 방식을 개시했다.
그런데 아웃링크로 자사 페이지에 트래픽을 올려서 광고수익을 대거 올릴 수 있게 되자, 언론사들이 직접 자기 기사 제목들을 최대한 선정적 낚시질로 수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급한 제목들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당연히 네이버 자체로까지 튀었다. 급기야 같은 해 11월에는 뉴스캐스트에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고, 뉴스캐스트 제목과 실제 기사 제목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내규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줄어드는 신문시장 수익성 속에, 뉴스캐스트 남용은 더욱 기승을 부렸고 아예 자사 사이트의 제목까지 일치시켜 함께 저급한 제목들과 기사목록을 남발하는 지경에 도달했다.
여기에 대처하되 자사 뉴스 섹션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는 유지하기 위해, 네이버 역시 주제별 페이지로 바꿔보기도 하고 급기야는 2013년 1월부터 뉴스스탠드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시작했다. 아예 각 언론사에 자율 편집을 맡기는 영역을 기사 단위 소개가 아닌 1면 단위로 내주어, 문제 있는 내용은 개별 언론사의 책임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셈이다. 하지만 그냥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지 않고 네이버를 한 번 더 거치도록 하느라 별도의 편집지면이 새 창에 열리는 괴상한 결과가 나왔다.
공생과 갈등을 오가며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것으로 끝난다면 사실 뭐 당사자들의 소관일 뿐이다. 하지만 이미 그 과정에서 저급한 뉴스 낚시질이 범람한 것은 이미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쯤에서 다시 신문협회의 가이드라인을 돌아보자. 포털과의 기 싸움, 편집권을 전부 쥐겠다는 일념으로 인하여 도저히 디지털 시대에 만들어진 내용이라고는 보기 힘든 내용조차 포함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뉴스 검색 색인정보조차 사용기간 후 삭제를 기본으로 하며, 보존을 위해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자료 검색 기능 일반에 대한 재앙이며, 뉴스가 역사의 기록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규범에 먹칠을 하는 격이다.
적절한 중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언론사들의 기를 쓴 남용과 포털의 묘한 대처의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틈에 피해를 입는 것은, 양질의 기사를 간편하게 열람하고 필요할 때마다 손쉽게 찾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평범한 독자들일 따름이다. 오늘도 독자들은 오늘도 수많은 “OO대 얼짱녀, 결국… 충격!” 같은 제목의 기사들 속에 허우적대고 있다.
구글은 어떻게 할까?
언론사와 포털서비스의 긴장은 비단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갈등을 회피하기 위한 대처 역시 마찬가지다. 검색엔진으로 유명하지만 시나브로 개별 서비스들을 강화하여 어느덧 종합 포털처럼 쓸 수 있게 된 구글의 경우, 구글 뉴스 서비스를 통해 언론 기사들을 서비스한다. 하지만 통신사 뉴스마저 철저한 아웃링크를 지향하며, 언론사의 콘텐츠 제공에 의존하지 않고 웹-크롤링으로 인덱싱 후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으로 토픽들을 완전히 기계적으로 배치하여 편집권 논란을 비껴가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 자체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고, 크롤링으로 가져간 인덱스 내용에 대해서도 저작권 상의 복제권을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여전히, 완벽한 해법은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