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뉴욕타임즈의 「Academics Seek a Big Splash」를 번역한 글입니다.
최근 UCLA 박사 과정 학생이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논문에 데이터 조작이 있었다는 소식이 학계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논문의 내용은 동성애자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한때 사회과학자들은 신문이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학자의 연구를 의심 어린 눈초리로 봤지만, 이제는 미디어의 관심을 받는 것을 점점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연구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인 제임스 헥만은 말합니다.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아야 한다는 압박은 어마어마하죠. 많은 젊은 경제학자들은 뉴욕타임즈에 자신들의 논문이 소개되어야만 권위 있는 ‘맥아더상’이나 ‘클라크 메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여전히 교수를 채용하거나 정년 심사를 할 때 학교들은 다른 어떤 조건들보다도 각 분과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에 몇 편의 논문을 출판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은 연구 역시 젊은 학자들에게는 매우 유리한 기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학계의 연구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많은 학자가 비영리 재단의 금전적 지원에 의존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이런 비영리 재단은 언론에 노출돼 주목을 받은 연구를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를 지원하는 측에서는 학계의 몇 명만이 읽고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연구가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회자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회과학에서는 학자들이 뉴스 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의 연구를 알리는 방식이 최근 많이 증가했습니다. 최고 수준의 대학 경제학과나 경제 연구원에서 일하는 몇몇 경제학자들은 자신의 동료들이 논문을 쓴 뒤 기자들이 이를 발견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의 논문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갖는 한 가지 위험성은 바로 많은 기자가 엉터리 과학과 진짜 과학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특히 논문이 학계의 전통적인 심사 기준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노출될 때 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정치학이나 경제학에서의 최고 학술지들은 논문을 심사하고 다시 제출하는 데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지만, <사이언스> 지와 같은 일반 대중들이 많은 관심을 두는 학술지의 경우 논문 심사 기간은 훨씬 짧습니다. 사이언스지의 경우 논문 심사 기간은 대개 2달 이하입니다.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게재해 본 경험이 있는 나라야난 카스츄리 박사는 사이언스지의 논문 심사 과정이 심지어 연구 성과를 부풀리도록 부추기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논문 심사를 담당한 사람들이 ‘연구 결과도 진짜고 결론도 합리적인 것 같은데, 일반 대중에게 관심을 받을 만한 것이 없다’라고 심사 내용을 보내옵니다. 이는 ‘다시 돌아가서 논문의 결론을 좀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더 극적으로 만들라’는 말이나 다름없죠.
반면, 각 분과의 기술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것은 투고에서 출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출판되었을 때는 이미 그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난 뒤인 경우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사회과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제대로 된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 일반 대중과 언론은 학계 연구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고 학자들 역시 언론이 자신들의 연구를 소개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언론들은 학계의 연구를 소개하는 새로운 기획을 만들었고, 복스(Vox.com)와 같은 온라인 언론이 빈곤이나 계층 이동, 혹은 임금 정체와 같은 복잡한 공공 정책의 문제들을 좀 더 세밀하게 다루기 위해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활용된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언론인이나 다른 학자들이 연구 방식의 문제점을 좀 더 쉽게 발견하고는 있지만, 학자들이 학술지보다 먼저 언론을 통해서 자신의 논문을 유통하는 체제는 많은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원문 :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