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다 버림, ‘유기’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이다. 생명을 지닌 존재 앞에 이 단어가 붙어있을 때만큼 슬픈 일도 없는데, 그보다 더 가슴 아픈 건 그런 일들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만 마리에 달하는 강아지가 버려지고 있다.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수준은 그 나라에서 동물이 어떠한 취급을 받는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무색할 만큼, 동물을 대하는 도덕적 수준에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TV 프로그램에서도 버려진 강아지가 몇 년째 주인을 기다리는 사례를 방영하거나, 자신을 버리고 이사를 가버린 주인을 찾아 먼 길을 떠난 강아지를 충견이라며 훈훈한 사례로 언급하는 것을 거의 매주 볼 수 있다.
유기견들이 버려진 이유가 더는 사랑스럽지 않아서일까? 폴란드의 비영리단체 ‘Po Psu Ta Moda’의 이번 프로젝트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당신이 버린 강아지는 슬픔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말이다.
프로젝트에서 유기견들은 보그(VOGUE)나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 같은 하이패션 잡지의 표지 모델로 활약한다. 기존 잡지에 노출되었던 아름다운 모델의 바로 옆에 유기견의 사진을 함께 보여주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멋지게 포즈를 취한 잡지 속 유기견들은 새로운 주인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선하고 멋진 사람이군요. 우리를 당신의 행복한 집으로 데려가 주세요!’라고. 사람에게 길러져 사람에게 버려졌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의 손길을 그리워한다.
우리의 부족한 책임감은 ‘반려’가 되어준 동물들을 ‘유기’하기에 이르렀다. 국내 반려동물의 숫자가 천만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비단 강아지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이라는 칭호를 가진 모든 생명체가 버려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보는 게 맞다. 작고 귀여운 모습에 유행처럼 입양했던 붉은귀거북이 지금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괴물 취급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법적으로 애완동물은 물건에 속하는데, 자기 소유의 물건을 버리는 것이 어째서 문제가 되느냐고. 굳이 따지자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는 3년 전부터 동물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인식표를 달아주는 등 무책임한 유기를 막기 위한 제도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4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버려지는 200마리의 반려동물은 제도보다 우리의 책임감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혹시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귀찮아지고 있다면 그가 처음 당신에게 오던 날을 떠올려보라. 심지어 그들은 당신에게서 버려지는 그 순간조차,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존재들이다.
원문 : 베네핏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