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국정교과서에 이렇게 집착할까? 정말 이념 때문일까? 그래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절대로 멋대로 그럴 리가 없다.
오히려 두려워서 그런다. 그들은 실제로 무서워하고 있다. 뭘? 우리나라의 정치 성향이 연령대를 기준으로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현재 여당이 얼마나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이 국정교과서 밀어붙이기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여당은 국정교과서에 사활을 건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다. 실제 그들의 사활이 여기 걸려있다.
각종 여론조사마다 60세 이상은 압도적인 여권, 40세 이하는 압도적인 야권, 그리고 50대는 스윙보터였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로 40세 이하의 야권 성향은 매우 공고해졌다. 이건 거의 바뀌기 어렵다. 이들을 다시 끌어들이려는 새누리당의 노력조차 박근혜의 고집스러움으로 인해 막히고 말았다. 이들은 외신을 영어로 접하기 때문에 외교 한복쇼도 안 통한다. 하지만 60세 이상의 노인들은 확고부동하다. 충성도도 높고 투표율도 높다. 이렇게 연령에 따라 지지층과 비토층이 판이하게 갈라지는 정치지형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보기 드물다.
그런데 문제는 ‘노인은 죽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마다 20만 명 정도의 노인이 세상을 떠난다. 물론 젊은 사람도 6만 명 정도 죽는다. 노령층의 여권 지지성향이 70%, 야권 지지성향이 20%임을 감안하면 여권표 14만 표, 야권표 4만 표가 해마다 사라진다. 젊은 사람의 경우 2만표와 4만표 정도로 보고 이를 합치면 여권표 16만 표, 야권표 8만 표가 자연 소멸한다. 따라서 해마다 야권은 여권과의 격차를 8만 표씩 줄인다. 10년이면 문재인과 박근혜의 표 차이가 자연소멸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분명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해마다 60만 명의 고등학생들이 졸업하면서 투표자 대열에 들어선다. 물론 이들의 투표율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30만 명이 유입되며, 이 중 18만 표가 야권, 12만 표가 여권이다.
이렇게 야권은 여권보다 8만 표 덜 소멸되고 6만 표 더 유입되어 해마다 14만 표씩 표가 늘어난다. 이 이야기인즉슨 박근혜 임기 5년이면 문재인과의 표 차이는 소멸되며, 박근혜 같은 아이돌이 후보로 나오지 않는 한 새누리당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그냥 진다는 것이다. 문재인이 나와도 지고, 박원순이 나와도 지며, 안철수가 나오면… 그건 으흠.
게다가 향후 적어도 3~4년간 유입되는 젊은 유권자들은 세월호 여파로 여권에 대한 비토심리가 매우 강하고 차갑게 굳어버린 세대다. 최근 박근혜의 지지율이 완만하게 힘을 잃어가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인구학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그럼 새누리당이 집권을 계속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연 감표분을 넘어서는 새로 유입되는 유권자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들을 어릴 때부터 확실하게 친여 성향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는 학교를 완전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때 걸림돌이 되는 것이 교사의 자율성과 교육감 직선제다. 이 둘은 임기 내에 반드시 제거하려 들것이다. 그래야 교육을 완전히 움켜쥐고 학교를 자기들 지지자를 길러내는 인큐베이터로 사용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 한국사 국정화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다음에는 사회, 다음에는 문학이며, 그다음에는 교과서대로 안 가르치는 교사들에 대한 각종 제재가 될 것이다.
1980년대에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 안 하고 조별 토론 학습했다고 교사가 해임되던 시대였다. 빨갱이 교사라는 언론의 선동을 한참 받은 끝에 말이다.
참으로 절묘한 시점이다. 이 시점에 나는 ‘교사 독립선언’을 했다. 그동안 학교를 야권 지지자 인큐베이터로 보는 관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권 지지자 인큐베이터로 보는 쪽과 싸울 차례다.
원문 : 권재원-부정변증법의 교육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