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미국 대학원 준비하기 ① – 준비물편」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번 준비물 편에서는 미국 대학원에 지원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항목별로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저러한 항목들은 이미 지원할 때 Requirements 등에 나와있긴 합니다. 제가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언제까지 무엇을 끝내놔야 하는가?”였습니다. 데드라인까지 지원서를 받고, 봄학기부터 모든 지원서를 다 검토하는 학교도 있지만, Rolling basis(혹은 Rolling admission)로 지원서가 들어오는 대로 검토하고, 필요한 학생 수가 다 차면 이후에 들어오는 지원서는 보지도 않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언제까지,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 더 다듬어서 마감일에 딱 맞춰서 내는 게 나을지, 이 정도 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제출하는 게 나은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준비물 편에서 제가 추천해드린 자료 중 두 번째 자료인 하버드 교수님의 Tips on Getting into Grad School에 따르면
- 대부분 대학원 지원은 12월/1월에 마감되며,
- (각 과의) 입학 사정관들은 이른 봄(3월쯤)에 만나서,
- 3월 말~4월 초에 합격 여부를 알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대부분의 학교는 입학 사정관들이 봄학기가 시작되는 1월에 모여서 학생을 걸러내기 시작합니다.
어느 학교가 Rolling basis인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제가 학교에 문의했을 때는 과마다 다르니까 과사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결국 귀찮아서 안알아봤습니다.) GRE, TOEFL 점수 제출, 지원서 제출 등 확실하게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것도 있지만 추천서 제출은 조금 늦어져도 되기도 합니다.
추천서가 조금 늦어져도 되는 이유는 추천서 제출은 지원서 제출과 다르게 약간 독립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추천서는 교수님이 작성하시고, 교수님이 보내시는 것입니다. 지원서에 학생이 추천인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을 적고 ‘추천서 부탁’ 버튼을 누르면 추천서를 제출하는 안내 메일이 교수님에게로 갑니다. 그래서 지원서를 한 번 제출하고 나면 수정할 수 없고, 어떤 학교들은 볼 수조차 없는데 추천서는 이것과 별개이기 때문에 교수님이 데드라인 지나고 내실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드라인이 12월 15일이어도, 교수님들이 12월 16일부터 입학 심사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학기 말이기 때문에 기말고사 시험 문제 내고, 성적 입력하시느라 바쁘시고, 곧바로 크리스마스 때는 민족의 명절처럼 쉽니다. 각자 가족들끼리 쉬다가 1월 중순이나 말쯤에 봄학기가 다시 시작하면 그때서야 학교에 다들 모여서 지원서를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서 검토가 시작되기 전에만 추천서가 들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데드라인이 12월 15일이라 가정하면 약 1달 정도 시간이 있는 것입니다. 추천서는 약간 늦게 들어가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추천서 부탁은 빨리 하셔야 합니다.
준비물 편의 추천서 부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교수님들은 데드라인에 그렇게 쫓기는 것도 싫고, 추천서 여러 학교에 보내는 것도 귀찮아하십니다. 추천서 부탁은 최대한 빨리 하되, 제출은 봄학기가 시작되기 전에만 들어가면 된다는 것입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본격적으로 월별로 끝내놔야 할 것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메릴랜드 주립대학 항공우주학과 대학원 홈페이지에 굉장히 잘 설명이 되어있어서 인용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Summer Before Senior Year(4학년 여름방학)
● Begin researching potential schools |
학교 검색 – 학교 검색하시면서 지원하실 생각 있으신 학교는 Apply로 바로 가셔서 계정부터 만들어 놓으세요. 한국 주소 쓰는 것 은근히 귀찮고, 개인 정보 넣는 것이 학교마다 약간씩 다르고 귀찮기 때문에 미리 다 만들어 놓으세요. 나중에 하려면 이것도 많이 짜증납니다.
● Take practice GRE test and register for GRE general test |
GRE 연습, 및 신청하기 – 연습이라기보다는 이때 끝내시는게 나중에 정말 편합니다.
● Gather information from schools that interest you |
관심 있는 학교 관련 정보 모으기 – 데드라인이 언제고, 지원서에 어떤 에세이가 필요하고 등
● Ask professors for recommendations or contacts at your prospective programs |
교수님께 조언받기 혹은 지원하는 학교에 컨택 – 교수님들도 다 대학원 나오셨고, 다른 학교에 아는 교수님들도 있고, 제자가 대학원에 간 경우도 있으니 사정을 잘 아실 겁니다. 컨택은 너무 이르게 하기보다는 이때가 딱 좋은 것 같습니다
● Take GRE General test and have scores sent to your prospective schools |
GRE 보고, 점수 보내기 – 점수 보내는 건 일단 급하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중에라도 금방 하니까요! 여기서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GRE 얘기가 여기서 끝이 납니다. 앞으로 SOP를 다듬으라는 얘기는 계속 나와도, GRE를 계속 시도하면서 점수를 올리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높은 GRE 성적은 분명 좋지만,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 Carefully examine each of the program applications and note any questions or essay topics that will require your attention |
지원서 면밀히 검토하기 – 학교마다 SOP는 다 주제는 다 비슷하지만 최대 700자 혹은 500자 미만 이렇게 분량이 꽤 다른 학교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퍼듀(Purdue Univeristy)는 뜬금없이 다양성에 관한 에세이를 요구했습니다.
● Draft a statement of purpose |
SOP(연구 계획서) 어느 정도 써놓기 – SOP 쓰는 데 진짜 오래 걸립니다. ‘내가 할 연구 분야인데 그거에 대해 글 쓰는 게 그렇게 어렵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이 몇 번을 다듬어도 계속 다듬을 부분이 생기고, 특히 영어 표현도 잘 쓰셔야 합니다. 미국 교수님 입장에서 보기에 오타가 자꾸 나오고, 문법에 맞지 않는 글을 썼거나, 글의 흐름이 너무 좋지 않으면 읽기 싫으시겠죠.
● Consider which faculty members to ask for letters of recommendation |
추천서 부탁 – 추천서 부탁이 벌써 나왔습니다! 학기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여름 방학 때 부탁하는 것이 좋겠죠?!
September(9월)
● Finalize your list of prospective schools |
지원할 학교 확실하게 다 정하기 – 이때 학교별로 계정 다 만드시고, 엑셀 파일을 하나 만드세요. 학교 이름, 데드라인, 학교별 고유 GRE 코드, 성적증명서는 어떤 게 필요한지(비공식/공식/합격하고 나면 보내기 등), 추천서 상황(누가 냈고, 누가 안 냈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합격 여부, 학교 지원서 아이디/비번, 학교 지원 웹페이지 링크 등
● Pick professor(s) who share your research interests from each program |
지원할 학교의 지도교수님으로 삼고 싶은 분 고르기 – 이때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알아보시고, 컨택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컨택 답변이 오지 않아도 실망하지 마세요. 전 세계에서 오는 지원자들이 그 교수님에게 연락할 테니까요.
● Study their work to see how much it interests you |
그 교수님들의 연구 분야 알아보기 – 이게 은근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논문을 활발히 쓰시거나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바로바로 하시는 분들은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지 알 수 있지만 몇 년째 업데이트 안 하시는 분들도 꽤 있죠.
제일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현재 그 교수님과 함께 연구하는 대학원생에게 연락해서 물어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홈페이지 업데이트가 대부분 잘 안 되다 보니 누가 현재 그 랩에 있는지, 연락처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돌고 돌아야합니다… 아니면 졸업생에게라도 연락을 해봐야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 분들에게 연락할 경우 후배를 챙기는 느낌으로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 아이들 역시 친절하게 도와주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 Contact your professors who are providing recommendations |
추천서 써주시는 교수님들에게 상기 – 저는 3개월 이상 상기시켜드렸던 것 같습니다.
● Revise statements of purpose |
SOP 다듬기는 계속됩니다!
● Tailor each one by school and areas of research that you would pursue (use the information on your potential professor’s work if relevant) |
학교와 교수님의 연구 분야를 취향 저격 – 준비물 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교수님이 원하는 학생은 딱 한 가지입니다. Talented students that will be able to do research. In the end, nothing else (really) matters(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연구 수행 능력이 있는 뛰어난 학생). 교수님 취향 저격하세요!
October(10월)
● Research sources of financial aid |
재정 지원 알아보기 – 재정 지원이라 하면 TA(Teaching Assistant, 수업 조교) 아니면 RA(Research Assistant, 연구 조교) 정도인데 TA는 학과에서, RA는 교수님이 주시는 것입니다. 이건 사실 학교나 교수님께서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알아본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별로 예상치 못한 펀딩이 있습니다. Computer Science하시는 분들은 조금 유리한데, 예를 들어 학교 슈퍼 컴퓨터실 관리를 할 수 있는 리눅스와 네트워크 쪽 능력이 있으시다면 슈퍼 컴퓨터를 관리하시는 것으로 학비 전액을 커버 받기도 합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요. 아니면 학교 기숙사 RA(Resident advisor기숙사 사감)를 하면 기숙사/학식 제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학비 전액까지는 아니어도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혜택이죠. 이런 부분을 알아보셔야 합니다.
● Have a friend or writing aid proof-read your admissions essays |
SOP, 에세이 다듬기는 계속됩니다.
November(11월)
● Finalize your admissions essay |
SOP, 에세이 마무리하기!
● Apply for fellowships and other sources of financial aid, as applicable |
장학금, 각종 펀딩 신청하기 – 보통 지원서에서 이미 이 부분을 클릭합니다.
December(12월)
● Submit applications (UMD’s priority deadline is February 1 and the final deadline is May 15) ● NOTE: If you are an international student, the timeline may be different, be sure to contact the graduate admissions office for complete deadlines |
지원서 제출 – 메릴랜드 주립대의 데드라인은 2월1일임에도 불구하고 12월에 내라고 합니다. 말이 2월1일이지 사실 1월 중순/말에 봄학기 시작하면 바로 검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학과별로 데드라인이 다릅니다. 각 과에서 알아서 뽑으니 굳이 통일시킬 필요가 없죠. 본인이 지원할 과의 데드라인을 잘 알아보세요!
● Track to ensure applications are received and that schools have received your applications and supplementary materials |
빠뜨린 것이 없나 다시 확인 – 지원서/추천서/성적 증명서/이력서/연구계획서/각종 에세이 등 제출한 것들이 학교에서 다 받은 것 맞나 확인하세요!
February(2월)
● Fill out the Federal Student Aid (FAFSA) application |
미국 시민권자에게 해당되는 미국 정부 장학금 신청하는 것입니다.
March/April(3~4월)
● If possible, visit the schools that you were accepted to that are your top choices |
합격한 학교 방문 – 한국에 계신 분들은 미국에 와서 방문하시는 것이 부담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비행기/숙박료가 비싸긴 해도 앞으로 유학 생활에 비하면 그렇게 큰 돈은 아닙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간의 유학 생활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곳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 Discuss acceptances and rejections with a faculty member or the career/graduate admissions counselor at your school |
뜨거운 안녕 – 현재 학부생이든, 회사에 다시고 계시든 현재 위치를 잘 마무리 하셔야겠죠? 특히 학부생들은 졸업하는 것이 맞는지 꼭 확인하세요!
● Notify the program of your acceptance / Notify programs that you are declining |
최종 결정 – 대학원에서 합격 소식을 보내주면서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갈 건지 안갈건지 결정하세요. Yes/No 버튼만 클릭하시면 됩니다.
결론
1. 여기 나와 있는 것들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전공마다, 학교마다 요구하는 실기 시험, 포트폴리오, 면접 등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이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라도 빼먹지 않도록 꼼꼼하게 체크하세요!
2. 일단 자대 대학원 석사 갔다가 박사를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 제일 편합니다.
특히 지금 학부 3, 4학년이라면 지금부터 학부 연구생을 시작해서 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최대한 열심히 하시고, 석사를 시작하면서 바로 유학 준비를 해서, 교수님들에게 좋은 추천서도 받고, 먼저 유학간 선배들에게 조언도 들으면서 원하는 학교 박사를 노려보시는 게 가장 쉽지 않나 싶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석사 학위가 있는 학생을 더 선호하니까요.
3. 지원 많이 하세요. 적게 쓸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쓰다 보니 고르기 너무 어려워서 7개밖에 못 썼는데 다들 10개는 써야 한다고 조언해줬었습니다. 상향/안정/하향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눠서 학교를 보통 쓰게 되는데 대부분 하향지원한 학교로 갑니다. 심지어 교수님들도 예전엔 그러셨다고 합니다.
앞으로 몇 년간 전문적인 공부를 할 곳이니 네임 벨류보다도 네임 벨류보다도 학교 자체를 보세요.
4. 펀딩은 다들 불안합니다.
펀딩을 받는 대부분 대학원생 분들은 ‘운이 좋았다, 열심히 했다.’ 라고 말해줍니다.
저도 사실 답이 없고, 맨 처음에 소개한 흑형 꼬마도 학비 문제 때문에 모든 아이비리그 학교들 다 거절하고 알라바마 주립대학교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알라바마에서 4년 장학금과 여러 특권을 줬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의학 전문 대학원(메디컬 스쿨)에 갈 예정인데 그 때 돈 많이 써야할 테니까 장기적으로 생각해서 지금 돈을 아끼겠다고 하네요. 제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세요.
남은 이야기
저는 Penn State University에 항공 우주 공학 석사로 가게 되었습니다.
지도 교수님은 기계과에서 잡게 되었는데 아직 펀딩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한 학기는 학비를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지도 교수님을 잡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교수님 한 분이 지도할 수 있는 학생의 수가 한정되어 있는데(재정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학부 연구생으로 쭉 이어온 학생들을 우선 넣으니까요.
합격하신 분들은 지도 교수님 잘 찾아보세요. 꿈꿔오던 교수님이 하필이면 딱 안식년이라던가, 학생이 너무 많아서 뽑을 수 없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으니까요. 교수님과 학생이 서로를 필요로 하더라도 상황이 맞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원문: Blue Screen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