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개부터 간단히 하자면, 한국에서 수능 두 번이나 보고 대학에 들어가서 2학년 마치고, 미국 대학으로 편입해서 현재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약 1년 간 준비해서 대학원에 지원했습니다.
학부 편입할 때도, 대학원 준비할 때도 정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다 준비했습니다. 조금만 고생하시면 혼자 다 하실 수 있고, 돈도 많이 아끼고, 준비 과정을 통해 미국의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저는 스스로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제가 다른 분들에게 도움 받은 것만큼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편에서는 일단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2편에서는 언제 무엇을 해야하는지 타임라인으로 알아보겠습니다.
STEP1. 먼저 읽고 시작하자
일단, 준비과정에서 제일 먼저, 꼭 보셨으면 하는 자료들입니다. 제가 준비할 때 가장 도움이 되었고, 계속해서 보던 자료들입니다.
1. Applying to Ph.D. Programs in Computer Science
Computer Science 탑 스쿨인 카네기 멜론, UC버클리, MIT의 입학 사정에 관여했던 카네기 멜론 대학의 Mor Harchol-Balter 교수가 쓴 자료입니다. 컴공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모두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에 다 읽기에는 꽤 길기 때문에 준비과정에서 종종 필요한 부분만 보시면 됩니다. 이 교수님은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갈지, 회사에서 일을 할지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회사에 가서 일을 먼저 하시고, 대학원에 진학하신 분이라서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에게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문서를 정말 수도 없이 본 것 같네요.
2. Tips on Getting into Grad School
이번엔 하버드의 Matt Welsh 교수입니다. 위의 글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간결하게 읽기 편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교수직은 그만두고 구글에서 엔지니어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3. KM Studio 블로그: ‘공부/유학,해도해도 끝이없다’
한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탑스쿨에 합격한 분으로, 준비부터 합격까지 주옥같은 글이 담겨있습니다. 단순히 대학원 준비뿐만 아니라 학문을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첫 번째 자료도 사실 이 블로그에서 알게 된 것입니다. ‘공부/유학, 해도해도 끝이없다’의 글이 다 좋지만 특히 ‘탑스쿨에 가려면’, ‘석박통합 vs. 석사+박사’, ‘SOP’, ‘학부생의 연구 경험’ 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테뉴어를 두 학교에서나 받은 Karen Kelsey 교수의 블로그입니다. 이 블로그에는 대학원 입학부터 박사를 마치고 교수가 되어 테뉴어를 받는 것까지 방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께 추천서 부탁하는 법’과 ‘학생에게 추천서 써주는 방법’ 등, 학생과 교수를 위한 팁이 동시에 나와 있는 특이한 블로그입니다. 특히 학교 교수님께 컨택하는 방법(How to Write an E-mail to a Potentail Ph.D. Advisor/Professor) 같은 글을 많이 봤습니다. 블로그 검색이 불편해서 구글에서 ‘theprofessorisin + 주제’ 방식으로 검색하시는 게 수월합니다.
이런 자료들은 뽑는 사람 입장에서 써진 것이기 때문에 잘 읽고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STEP2. 준비물을 준비하자
이제 지원을 하기 위한 준비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전공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학원에 지원하려면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제 생각에) 가장 간단한 것부터 제일 까다로운 순서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4년제 대학교 졸업 ▷ 공인 영어 성적 ▷ GRE ▷ 학교 알아보기 ▷ 추천서 ▷ SOP
이 여섯 가지를 단계별로 하나씩 진행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여섯 가지(혹은 그 이상)를 한꺼번에 동시에 다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두세 개는 동시에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1. 4년제 대학교 졸업(예정)
특별히 뽑히는 신동이 아닌 이상,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거나 적어도 졸업 예정이어야 합니다. 미국 기준으로 4학년 1학기인 가을 학기(9월~12월)에 지원합니다. 시기적으로 한국의 2학기에 해당합니다.
2. 공인 영어 성적(TOEFL, IELTS 등)
영어권 국가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면 면제됩니다. TOEFL은 이 학생이 미국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가름하는 영어시험입니다. 점수가 높아야 좋다기보다는 미니멈만 넘기면 됩니다. 미국인들에게 영어는 기본이니까요. 그래서 토플은 가능한 빨리 해치우시길 추천합니다. 다른 것도 할 게 많은데 토플을 굳이 오래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한두 달 안에 끝내버리겠다는 목표로, 보고 휙 치워버리세요. 어려운 시험이지만 앞으로 남은 과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IELTS는 영국/호주 등의 대학에서 요구하는 것인데, 미국 대학에서 받아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TOEFL이 훨씬 보편적이고, 학원도 많으니 미국 대학 준비하는데 굳이 IELTS를 보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3.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s)
GRE는 정말 많은 분들을 낙담시키는 단계지만 감히 세 번째에 넣었습니다. 미국 대학원 유학 설명회에서도 들은 이야기지만, 나중에 “GRE할 때가 좋았지…”라는 생각이 난답니다. GRE는 쉽게 표현해서, 대학원에 가기 위해 보는 SAT같은 시험입니다. SAT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훨씬 더 어렵습니다.
GRE는 Verbal(라이팅/리딩), Quant(수학)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토플과 다르게 리스닝도, 스피킹도 없지만 Verbal은 정말 사람 미치게 합니다. 진짜 영어 단어 맞나 의심될 정도로 이상한 단어들이 나오고, 지문도 굉장히 깁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한국에서 이과 학생들이 수능 언어영역에 자신 없어 하듯, 미국 애들도 공대 애들은 Verbal 잘 못합니다.
반면에 Quant는 한국 이과 분들은 용어만 알고 들어가도 높은 점수가 나옵니다. 수학과 친하지 않은 분들도 조금만 공부 하시면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한국 수학의 고1 수준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전혀 준비 없이 바로 볼 수 있는건 아닙니다.
3-1. GRE 공부는 어떻게?
GRE는 어떻게 공부하는게 좋은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부분입니다. 2011년에 GRE는 일명 New GRE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New라고 하기에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저는 GRE도 토플처럼 단기간에 끝내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GRE 공부한 걸로 논문 쓰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가 맨 처음에 링크 건 교수님들의 여러 팁을 봐도 GRE로 학생을 판단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1) 학원
역시 단기간 내에 끝내기엔 학원만한 게 없습니다. 선생님의 강의와 노하우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죠. 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과 교류하면서 정보도 공유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도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함께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됩니다.
GRE 학원은 토플에 비하면 별로 없는데, 해커스, 파고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플랜티어학원, 박정 어학원 등이 그나마 강남에 몰려 있습니다. 학원별로 프로그램도 다르고 시간대도 다르니 각자 사정에 맞는 곳을 고르시면 됩니다.
2) 인터넷 강의
GRE는 인터넷 강의가 별로 없습니다. 한국에는 조윤아의 New GRE, STN어학원 등이 있고, 미국에는 Magoosh, Udemy 등 구글에서 GRE online class검색하면 꽤 많이 나옵니다.
3) 과외
과외는 거의 없을 텐데, LABS(thelabs.kr)라는 1:1 혹은 소그룹 지도 전문 학원이 있습니다. 화상강의도 하는데 아무래도 학원보다는 가격이 비쌉니다. 학생들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직접 문의하셔야 합니다.
4) 독학
저도 처음엔 독학으로 조금 공부하다가 학원으로 옮겨갔습니다. 서점에서 무작정 GRE교재를 사서 공부했는데, 사전에서 단어 찾다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 많은 분들은 어렵고, 너무나도 많은 ‘필수 암기’ 단어에 압도되서 좌절하시게 됩니다.
제가 독학할 때 믿고 공부했던 블로그는 강쌤 블로그입니다. 20~30년 전에 혼자 유학 준비하시고 갔다오신 분으로서, 스스로 쌓은 많은 노하우들이 블로그에 다 공개돼 있습니다. 학원 강의도 하시기에 직접 가서 들으시면 더 좋겠지만, 독학을 하시려면 이 블로그를 통해서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5) 단어
GRE 단어는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다 알 필요는 없지만 많이 알수록 좋습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단어를 총알에 비유하십니다. 아무리 좋은 총(리딩 실력)이 있어도 단어를 모르면 소용 없다는 거죠. 단어는 주먹구구식으로 해도 잘 외우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암기를 잘 못해서 어근을 통해서 뜻을 유추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외우면 됩니다. 강의를 듣는것도 좋습니다.
4. 학교 알아보기
대학원 준비 과정에서 제일 재밌다가 어려워지기도 하는 단계입니다. 가장 먼저 시작해서 가장 나중까지 이어지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높은 학교는 고르기 쉬운데 하한선을 정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죠. 최종 학력이 될 수도 있는 석·박사를 하려고 하다 보니 꿈이 커지는 게 당연합니다. 학교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연구 방향도 보고, 학교 사진도 보며, 많은 상상을 하고 꿈을 꾸는 시기입니다.
대학원을 생각하실 정도면 본인 분야에서 어느 학교가 좋은지 정도는 대략적으로 아시겠지만, 그래도 고려해야 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교수님의 연구방향/학교에서 그 학과의 위상/관심 있는 교수님/그 교수님의 프로젝트 상황/학교 주변이 안전한지 등 알아볼 게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좋은 학교들은 전 세계에서 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다 가고 싶어하는 학교이다 보니 경쟁이 굉장히 치열합니다.
게다가 미국은 추운 지역, 더운 지역, 사막, 산골, 해안가 등 환경이 너무 다양합니다. 이런 걸 고려해서 지형 및 기후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곳을 빼다 보면 쓸 학교가 별로 남지 않습니다. 한국 안에서도 선호하는 지형과 날씨가 있으실 텐데 미국 50개 주의 대부분은 남한보다 넓습니다. 이렇다 보니 보통 10개 이상 학교를 쓰는데, 미국의 그 많은 학교 중에서 10개 고르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알아봐도 다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학교에 있는 분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직접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학교별로 이메일을 다 보내보려면 부지런하셔야 합니다. 운에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 경쟁자 얘기가 나온 김에 말씀드리자면,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구수 1위 중국에서 엄청난 인구가 유학을 옵니다. 그 중에 똑똑하고, 자비를 내고 오겠다는 애들이 많다보니 학교에서도 좋아합니다. 인구수 2위 인도에서도 영어 잘하는 똑똑한 애들이 많이 옵니다. 특히 공대 쪽에서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같은 경우는 미국 탑 공대 수준으로 인정해주니, 정말 많이들 옵니다. IIT에서 학부 마치시고, 미국에서 석·박사 하시고 교수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4-1. 교수님께 미리 컨택을 해야하는가?
교수님께 미리 컨택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메일은 무시당합니다. 교수님 입장에서 하루에도 이메일이 수도 없이 오고, 현재 챙겨야 할 학생들도 많이 있는데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학생에게 많이 신경쓰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컨택할 때 자기소개/이력서/연구계획서 등등 첨부 파일을 엄청나게 보내다보니, 읽을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혹시 잘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컨택을 하는 건데, 컨택하실 경우 어떻게든 본인이 그 교수님 연구에 꼭 필요한 자산이 될 것이고,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교수님을 납득시키는 방법으로는 학점/논문/연구실적/특허/포트폴리오/각종 경력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학생을 뽑는 교수님 입장에서 예를 들어 생각해보면 단순히 GRE 점수가 높은 학생보다는 연구 경력이 있어서 금방 같이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학생을 당연히 선호하겠죠? 아이디어, 열정 이상으로 실제적인 수행 능력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처음에 언급한 Tips on Getting into Grad School에서도 보면 “Talented students that will be able to do research. In the end, nothing else (really) matters.”라고 나와 있습니다.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연구 수행능력이 있는 뛰어난 학생을 찾는다는 겁니다. 성적과 GRE는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합니다. 성적이 약간 안 좋더라도 만회할 만한 다른 무기가 있다면 교수님들이 당연히 관심을 가지실 것입니다. 미리 컨택 해서 교수님이 OK하시면 입학과, 지도교수 선정이 굉장히 수월해지기 때문에 미리 컨택하는 걸 추천합니다.
제가 준비할 때 많은 정보를 얻은 KM studio 블로그의 글 ‘대학원 유학, 컨택이 필요한가‘라는 글에도 비슷한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읽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이 분은 컨택하시고, 합격까지 하신 경우입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을 것입니다.
5. 추천서
대부분 학교에서 3장의 추천서를 요구합니다. 보통 ‘3장 중 2장 이상이 교수님 추천서면 좋다’고 나와있습니다. 교수님이 아니더라도 전에 연구했던 곳의 부장님이라던가, 학부 연구생으로 같이 연구했던 대학원생도 가능하기는 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교수님 3명이 제일 좋겠죠. 추천서에는 학생의 연구능력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까지 담고 있기 때문에, 추천서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아주 소수 인원을 뽑는 곳에서는 추천인에게 전화를 해서 “**라는 학생 아세요?”라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추천서는 유명한 교수님의 호의적인 추천서>교수님의 호의적인 추천서>(같이 연구를 했던) 조교나 대학원생의 호의적인 추천서 순서로 좋습니다. 처음에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이 교수님은 나를 잘 모르지만 워낙 유명하시니까 이 분 추천서가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인데, 절대 아닙니다. 평범한 교수님의 호의적인 추천서가 훨씬 더 좋습니다.
5-1. 호의적인 추천서는 어떤 것인가?
맨 처음에 언급한 문서 Applying to Ph.D. Programs in Computer Science 를 인용하겠습니다.
Letter 1 “I highly recommend student X for your graduate program. Student X received an A+ in my undergraduate algorithms class. He was ranked Number 2 out of 100 students. He got the highest score on the final. He worked very hard all semester, never missed a class, and was always able to answer the questions that I asked in class. This conscientious attitude makes him an excellent candidate for any graduate program.”
Letter 2 “I highly recommend student Y for your graduate program. Student Y received a B in my undergraduate algorithms class. He was ranked Number 29 out of 100 students. Halfway through the semester we started working on network flows. Student Y seemed extremely excited by this topic. He disappeared for 4 weeks and even missed an exam. However when he came back, he showed me some work he had been doing on a new network flow algorithm for high-degree graphs. He had done some simulations and had some proofs. I’ve been working with student Y for the past couple months since then and he is full of ideas for new algorithms. I think student Y’s initiative makes him an excellent candidate for any graduate program.”
두 가지 예시가 있습니다. 1번은 잘 읽어보시면 A+를 받은 공부를 잘 하는 학생입니다. 하지만 이 교수님 표현에 의하면 1번 같은 내용은 ‘그냥 공부 잘 하는 학생’입니다. 0점짜리 추천서라고 하네요.
2번은 성적은 B0를 받았지만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여 연구를 한다는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그 연구 내용이 뛰어난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self-motivated’, ‘strong research potential’, ‘own initiative’, ‘independent’, ‘driven’ 이러한 단어들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런 경우가 더 쓸 말이 많습니다.
추천서는 교수님이 써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2번 같은 추천서를 받기 위해 최대한 어필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잘 아는 학생이라도 교수님이 쓰시기 편하게 최대한 준비해가야 합니다. 이런 호의적인 추천서를 3장이나 받는 것이 쉬울까요? 아무리 한국의 교수님들이 정이 많으시고 그동안 써놓은 샘플이 많아도 그 학생을 위해 약간 수정도 해야 하고, 다른 일로도 바쁘고, 추천서를 제출하시려면 해당 학교 계정을 만들어서 제출해야 하니 교수님 입장에서 당장 급한 일도 아닌데 정말 귀찮죠. 미리미리 준비하세요.
6. SOP(Statement of Purpose)
SOP는 앞으로 대학원에 와서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상세하게 기술하는 연구계획서입니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500자 정도를 요구합니다. SOP는 이력서나 각종 스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능력, 계획에 대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고 어렵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방향이 다르면 학생도 힘들고, 교수도 힘들어지죠.
공대에서 예를 들자면 아주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이론적인 걸 하려는 교수님에게 당장 실용적인 연구를 하려는 학생이 지원한다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거절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아무리 교수님 연구분야와 잘 맞아도 이제는 연구하지 않는 분야를 와서 하겠다고 하면 그 학생도 거절당하게 되겠죠.
이렇게 공들여서 SOP를 쓰다보면 ‘정말 이 많은 SOP를 교수님들이 다 읽을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지원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 1장 반 정도의 분량인데 말이죠. 그런데 진짜로 다 읽는다고 합니다. 교수님들도 좋은 학생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미국 사람들은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자기 분야에 지원한 학생이라면 정말 다 읽습니다.
하지만 모든 글쓰기가 다 그렇겠지만 다듬다 보면 끝도 없습니다. SOP를 통해 인간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하게 꼭 핵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연구능력’을 보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부생 때 **연구에 참여해서 그 중에 **를 맡았고, 그 연구를 위해 **를 이용했으며, 이러한 경험이 **학교의 대학원에서 **교수님과 **연구로 이어질 수 있고, 저는 앞으로 **라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써야 합니다.
Applying to Ph.D. Programs in Computer Science를 다시 인용하자면, SOP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First paragraph
Describe the general areas of research that interest you and why. (This is helpful for a committee to determine which professors should read your application.)
짧지만 흥미를 끌수 있는 한 문단 분량의 도입부입니다.
2) Second paragraph, Third, and Fourth paragraphs
Describe some research projects that you worked on. What was the problem you were trying to solve? Why was it important? What approaches did you try? What did you learn? It’s fine to say that you were unable to fully solve your problem.
그동안의 연구 경력을 자세하게 서술하는 부분입니다. 단순히 기술하기 보다는 이것이 지원하는 그 특정 학교에서의 어떠한 연구와 어떻게 연관이 지어질지 보여야 합니다.
3) Fifth paragraph
Tell us why you feel you need a Ph.D.
미래 계획은 어떻게 되고, 왜 박사(혹은 석사)과정에 진학하려는지 기술하는 부분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석·박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대학원 생활이 기회 비용도 크고, 힘들기 때문에 확실한 동기가 있는 학생들을 선호합니다.
4) Sixth paragraph
Tell us why you want to come to this school. Whom might you like to work with? What papers have you looked at from this school that you enjoyed reading? Why is this school the right place for you?
왜 이 특정 학교의 특정 과에 지원했는지에 대해 기술하는 부분입니다. 보통 10개 이상의 학교에 지원하는데 그 모든 학교에 SOP를 다 이런 식으로 맞추기는 정말 힘듭니다. 지원분야는 다 비슷하겠지만 학교마다 연구방향이 약간씩 다르니까요. 이 부분은 사실 없어도 되긴 하겠지만, 특정 교수님을 지목하는 것이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SOP는 공개하기 쑥쓰러워서 그런지, 좋은 샘플이 별로 없습니다. 제 생각에 제일 좋은 샘플은 UC Berkeley에서 직접 올린 사학과 대학원 학생이 지원할 때 썼던 SOP입니다. 한 줄 한 줄 이 SOP가 왜 좋은지 설명이 되어 있어서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어려운 단어도 많이 쓰고, 뭔가 대단한 학생같지만 사실 자세히 읽다보면 경력도 4학년 졸업논문 쓴 게 거의 전부입니다. 경력이 많지는 않지만 대신에 깊이가 있습니다. 이 샘플은 대학원 수준의 전공 내용이 담겨있다 보니 술술 읽히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인 구조와 어떤 식의 문장을 쓰는지 보시면 충분합니다.
한 교수님은 저에게 SOP에 대해서 “Be yourself” 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솔직하게 본인의 생각을 풀어 쓰면서 열정과 능력을 보이는 것이 SOP의 목적입니다. 큰맘 먹고 유학가는 것이니 원하는 연구분야에 대해 자신 있게 쓰고, 그쪽 학생을 필요로 하는 좋은 교수님을 만나셨으면 좋겠네요.
많은 부분을 한 번에 다루려다보니 부족한 부분도 있을것입니다. 다음 편에는 타임라인 식으로 언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원문: Blue Screen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