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황제가 물었다.
“여성이 만족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소녀가 대답했다.
“다섯 가지의 징후가 있고, 다섯 가지의 욕구가 있으며, 또 열 가지의 움직임이란 게 있습니다. 그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알 수가 있지요.
다섯 가지 징후라는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얼굴이 붉어지며 천천히 성관계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유방이 단단해지고 코에 땀이 나면 천천히 삽입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목구멍으로 침을 삼키면 천천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네 번째로 성기에 윤기가 돌면 천천히 깊이 넣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로 엉덩이까지 땀이 나면 서서히 당기는 것입니다.”
소녀경은 처음부터 꾸준히 음양의 조화를 중시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역시 남녀의 조화다. 간단히 말해, 양자가 모두 만족하는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관계가 “몸의 대화”라 불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성관계를 갖는 경우는 드물다. “이곳을 애무하라” “그 움직임은 싫으니 저렇게 움직여라” “내가 그곳을 애무하리라” “내 흥분도는 현재 10점 만점에 3점 정도다” 같은 식으로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해가며 성관계를 갖는다면 그만큼 로맨틱하지 않은 경우가 또 어디 있겠는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양자가 모두 만족하는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함께 즐기려 해도 상대가 지금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할 때 좋아하는지를 직접적인 설명 대신 분위기를 통해 적절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
그나마 남성의 경우에는 파악이 쉽다. 앞선 글에서 소녀는 남성의 성기를 두고 다섯 가지 항상됨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는데, 개중에는 “믿음직함”이란 미덕이 있다. 성욕이 있으면 일어나고, 성욕이 없으면 수그러드는(…) 모습을 두고 믿음직하다 말한 것이다. 물론 그 외의 복합적인 요인이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으나, 발기 여부는 남성의 만족 여부를 비교적 확실히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그렇게 가시적으로 확실히 보이는 척도가 없다! 대신 여성은 성감이 성기에 집중된 남성과 달리 더 다양한 자극에서 성감을 느낀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를 소녀는 다섯 가지 징후와 다섯 가지 욕구, 열 가지 움직임으로 나누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성적, 정서적 흥분에 의한 특정 호르몬의 분비나 교감신경의 흥분 등은 겉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변화를 일으킨다. 처음에는 적절한 긴장감을 느끼며 심장 박동수와 혈압이 높아지고, 이런 이유로 얼굴이 붉어지게 되는데, 이를 소녀는 여성의 “첫 번째 징후”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서적 흥분 상태에서 성관계를 시작하도록 권한다.
두 번째 징후는 유두의 발기다. 음경의 발기처럼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성적인 흥분기에는 유두와 유방이 발기하는 등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거치게 된다. 가슴은 또한 성적인 자극을 주는 성감대이기도 하므로, 성관계에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하는 포인트. 더불어 교감신경의 흥분에 의해 땀이 나게 되는데, 소녀는 이 타이밍에 천천히 삽입을 시작하도록 권한다.
또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느낌을 받으며 침을 삼키게 되는데, 이를 세 번째 징후로 설명하고 천천히 왕복하도록 권한다. 앞선 글에서 소녀가 말한 것처럼 “얕은 삽입”부터 시작할 것.
한편 성관계 중에는 질에서 질액이 분비되게 되는데, 이는 성관계를 매끄럽게 할 뿐 아니라 오염물질을 씻어내고 면역을 돕는 역할을 한다. 소녀는 이를 네 번째 징후로 보고, 이때 깊이 삽입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는 성적 흥분의 정도를 알려주는 척도일 뿐 아니라, 편안하고 즐거운 성관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질액의 성상이나 양은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적절한 러브젤의 활용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결국 다섯 가지 징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호르몬의 분비와 교감신경의 흥분에 따른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단 얘기겠다. 하지만 이건 사실 성관계를 막 시작하여 서로 부끄러워하고 감정을 잘 털어놓지 않을 때나 유효한 조언일 듯 하다(…) 익숙해진 후에야 뭐 이런 징조를 관찰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원문
소녀가 말했다.
“다섯 가지의 욕구는 그 응하는 바를 관찰하여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의욕이 생긴 이는 숨과 기를 숨기게 됩니다. 둘째, 음욕이 생긴 이는 코와 입이 넓어지지요. 셋째, 정욕이 불타는 이는 몸을 떨면서 남자를 안게 됩니다. 넷째, 마음의 욕구가 생긴 이는 땀이 흘러 온몸을 적십니다. 다섯째, 쾌락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깊어진 이는 몸을 쭉 펴고 눈을 감게 됩니다.”
소녀가 또 말했다.
“열 가지 움직임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양팔을 벌려 사람을 안으려는 것은 몸과 성기를 서로 비비고자 하는 것입니다. 둘째, 양다리를 벌리는 것은 그 위쪽을 마찰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셋째, 배를 펴는 것은 사정을 원하는 것입니다. 넷째, 엉덩이를 움직이는 것은 쾌감을 원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양다리로 사람을 끌어안는 것은 더 깊이 들어오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허벅지를 꼬는 것은 음부가 간지럽고 질액이 흐르는 것을 뜻합니다. 일곱째, 허리를 흔드는 것은 성기가 깊이 들어와 좌우를 충분히 마찰시키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여덟째, 몸을 일으키는 것은 곧 쾌락이 깊어졌다는 것입니다. 아홉째, 몸을 늘어뜨리는 것은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음부의 질액이 많아지는 것은 정(精)이 배설되는 것입니다. 이를 보아 여성의 쾌락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섯 가지 징후”가 호르몬의 분비와 교감신경의 흥분에 따른 생리적인 변화를 설명한다면, “다섯 가지 욕구”와 “열 가지 움직임”은 성욕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여성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다섯 가지 욕구”에는 의욕(意欲), 음욕(陰欲), 정욕(精慾), 마음 깊은 욕구[心欲], 쾌락을 느끼고 싶은 욕구[快欲]가 있다. 처음 성관계를 원하는 마음만 들었을 때는 숨을 참으며 조용히 있지만, 본격적으로 성관계를 시작하려 할 때는 숨을 가쁘게 쉬며 코와 입이 넓어지게 된다. 본격적으로 정욕이 생기면 몸을 떨게 되고, 마음 깊이 욕구가 생기면 교감신경의 흥분으로 땀이 나게 된다. 쾌락을 느끼기 시작하면 눈을 감고 몸을 펴는데, 이는 쾌락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열 가지 움직임”은 성관계의 진행에 따른 여성의 움직임을 묘사하고 있다. “다섯 가지 징후”처럼 호르몬이나 신경의 변화에 따른 생리적인 변화라기보다 직접적인 요구의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허리를 흔드는 건 마찰을 하기 위해서(…)라든가, 양다리로 사람을 끌어안는 것은 더 깊이 들어오라는 뜻이라든가(…) 하는 얘기들은 특별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당연한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