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의 사람들이 희망을 놓쳤다. 다들 마음 속이 텅 빈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공허한 기간도, 피 말리던 갈증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도 모두들 겪었으리라. 지금 48%의 사람들은 다른 사상, 다른 존재를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 앞에 놓여있다. 편협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는 동안 믿어왔던 가치를 깨트리는 다른 것을 받기 어찌 아니 힘들까? 좁은 곳을 거친 말뚝이 비집고 들어오는 그 아픔, 그 아픔을 덜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인간의 육체 작용은 거의 내면의 것을 내보내는 일에 치중되어있다. 그러니 육신에 이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찌 힘들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고로 인간은 다른 물질의 편안한 반입을 위해서, 도구를 개발하는 그들의 특기를 활용했다. 더욱 부드럽고 매끈하게 다른 것을 받아들여 육신의 안정을 취하며 더한 열락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
Personal Lubricant, 다시 말하면 윤활 젤, 보통 쓰이는 말로 러브젤은 크게 글리세린을 주 성분으로 한 수용성 젤과 실리콘 오일 위주의 지용성 오일 두 가지 성분으로 나뉜다. 지용성 젤은 쉽게 건조해지지 않고 부드러운 삽입/흡입감을 제공하지만 체내에서 잘 씻겨 나가지 않고 무엇보다 콘돔의 라텍스를 녹일 수 있다는 위험 탓에 쉽게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젤은 수용성이며 대부분 유사한 촉감과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여러 용도에 맞춰 특별히 개발된 제품들과 더 높은 성감의 추구를 위해 고도로 발달한 여러 제품들이 있다. 남의 사상을 받고 남의 머리에 주장을 주입하기 지친 독자 제위 여러분, 아래 몇몇 대표적인 제품들의 특징과 상황에 대해 설명하겠으니 사상이 아닌 육체와 체액의 교환에 힘을 쏟고 기쁨을 누리며 앞으로의 힘든 세월을 이겨내길 바란다.
KY-Jelly
엄밀히 따지자면 이 제품은 ‘러브젤’만은 아니다. 내시경 삽입이나 제세동기에 사용 등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도 쓰였던 제품이다. 하지만 뭐…일반적으론 섹스를 위해 쓰이긴 한다. 존슨앤존슨사에서 개발되어 100년이 넘는 세월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제품이며, 어떠한 향도, 색소도 첨가하지 않았단 점이 제품의 신뢰를 더한다. 무엇보다 양인의 언어가 가득 쓰여진 미니멀한 패키지 디자인은 이 제품이 당신의 책상 구석에서 빼꼼이 고개를 내밀며 방 정리하러 들어오신 어머니를 맞이했을 때도 당신을 부끄럽지 않게 할 것이다. 굉장히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본래 여성의 분비물과의 융합이 좋으며 또 행위 후 찝찝함 없이 금방 씻어 내릴 수 있다.
다만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무난하다는 점이 장점인 제품이기 때문에 현재 출시되는 각종 기기묘묘한 섹스를 위한 기상천외한 제품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전무하다. 바르면, 미끄럽고, 촉촉하다가, 그것이 끝이다. 무엇보다 약간 퍽퍽한 촉감이 다른 제품보다 K-Y젤리를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게 만든다. 말라도 끈적끈적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쉽게 마르기도 한다. 바디마사지나, 천연의 액체가 나오지 않는 곳에 삽입하기에는 좋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제품은, ‘그 동안 액체의 부족으로 인해 행위의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런 제품이 있었다니 신세계네요’ 혹은 ‘나의 그녀(혹은 그)는 몹시 보수적이라 이상한걸 들이댔다간 나를 때릴거에요’ 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약국이나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야…선진국이자 성진국이겠지만 대한민국은 질건조증 따위 더러운 자본주의의자들의 질병이라는 쏘련놈들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비 정상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대형 약국 등에서 어렵게 찾을 수 있다. 가격은 저렴하다. 꽤 오래 사용 가능한 한 튜브에 5,000원 꼴이다.
KTM 젤
이 제품은 사실 별로 대단한 제품은 아니다. 위의 K-Y젤과 외견이나 특성 모두 비슷한 제품이다. K-Y젤리와 비슷한 촉감을 가졌고 패키지도 요망하지 않다. 하지만 가격이 더욱 비싸다. 그럼에도 이 제품을 리뷰 리스트에 넣은 이유는 이 제품이 국산 제품이며, 접근성이 나쁘지 않고, 성능 역시 무난하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고려티엠이라는 국내 업체에서 생산, 유통하고 있다.
이 회사로 말할 것 같으면, 정말 다양한 포장과 다양한 이름으로 엄청나게 많은 윤활젤들을 생산하고 있다. 유흥가 뒷골목에 붉은 등을 드리우고 있는 ‘성인용품점’ 젤 매대에 있는, ‘아니 세상에 이런 것들도 있구나’ 싶은 제품들 상당수를 이 회사 하나에서 뿜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KTM젤은 회사의 사명을 걸었는가? 싶은 제품명답게 이 회사의 여러 제품들의 특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다. 이것 저것 골라봐야 다 비슷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당신이 깊은 밤 유흥가에서 ‘그것’이 필요하여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들어간 ‘그곳’에서 수많은 제품들이 매대 위에서 당신을 유혹하여도, 그냥 이것을 집어 들고 나서면 되겠다. 그나마 저렴하고 또한 얌전하니깐. 다만 ‘그곳’은 몹시도 바가지를 씌우니 인터넷으로 미리 미리 구매하여 철저히 대비하여 다니는 준비성 있는 행위자가 되길 바란다.
아스트로글라이드(Astroglide)
아아 마치 우주까지 미끄러져 나갈 것 같은 이 이름은 무엇인가? 아스트로글라이드는 미 항공우주국에서 일하던 엔지니어인 Daniel Wray가 스페이스 셔틀의 냉각 시스템을 연구하다가 개발해냈다고 한다. 괜히 Astro-라는 접두사가 붙은 것이 아니다.
이 제품은 여성 본연의 액체와 흡사한 점도와 밀도를 구현했다고 자화자찬하며, 심지어 오프라 윈프리가 극찬했다고 광고하는 여성용 윤활제이다. 이것이 정말인지는 독자제위께서 한 번 비벼본다면 알겠지만, 실제로 이 제품은 매끄럽고 부드러워 ‘윤활’ 에는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소량으로도 잘 퍼져나가고 무미 무취하여 거부감 없이 사용 할 수 있으며 쉽게 마르지도 않는다. 아주 부드러워 바디 마사지 용도로도 좋고, 태초에 액체가 없던 곳에 사용하기에도 좋다. 여성의 신체 내 산도와 동일한 산도를 띄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신체를 보호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제품은 쉽게 구매 가능하다. 내가 집에 없을 때 가족이 택배를 까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없다. 시중의 드럭스토어 왓슨스에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콘돔 매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다만 위에 말한 여러 장점과 다양한 용도에의 사용을 방해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가격이다. 30ml의 병아리 눈물만한 용량에 정가 22,000원이다. 아무리 소량 사용해도 부드럽다지만, 이것 참 여기저기 즐겁게 써보려는 찰나에 다 떨어지게 되는 양이다. 또한 회사의 권장 사항에 의하면 여성 건강을 위해 질 내 산도와 같은 산도를 띄게 만들었지만, 칸디다증(Yeast infection)을 앓고 있는 여성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페페로션
독자 여러분은 어쩌면 각종 영상물을 통해 이미 이 제품에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자랑 페페로션이다. 이 제품의 장점은 압도적인 용량과 특유의 높은 점도이다. 마치 콧물과도 같이 쉽게 흘러내리지 않는 특유의 질감이 있는데, 이 끈끈함이 행위 시 야릇함을 높여준다. 질퍽하다고 해야 하나, 철벅 하다고나 할까, 질펀하다 라고 말해야 할까.
또한 잘 흘러내리지 않는 이 질감은 다양한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인체가 아닌 곳에 사용한다거나, 본래 배출을 위해 존재하는 곳에 사용한다거나 등등…… 특히 질척하여 쉽게 마르지 않기 때문에 배출을 위한 곳에 사용하기에 알맞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물론 일반적인 용도로의 사용에도 알맞다. 물에 잘 녹아들기 때문에 한 번의 용량으로 추가적인 보충 없이 오랜 매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 대용량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몸과 몸의 대화에서 육신 전체에 펴 발라 전희를 즐기기에도 안성 맞춤이다. 이 경우 물과 1:1로 섞어서 사용하면 부드러움과 끈끈함이 조화되어 색다른 밤과 낮을 보낼 수 있다. 익명의 평가에 의하면 위에 리뷰한 아스트로 글라이드와 1:1로 섞어 사용하면 아주 좋다고 한다. 용기 있는 독자께서 직접 시행하여 보시길 바란다.
이 제품은 일본에서 전량 수입되기 때문에 인터넷이 아닌 이상 구하기 어렵다. 가격은 150ml에 30,000원대로 비싼 편이지만 대용량이니 정말 오래 사용 할 수 있다. 다만 패키징이 몹시 흉측하다. 보수적인 그녀(혹은 그)에게 내밀었다가는 그 자리에서 뺨을 얻어맞기 딱 좋은 호감가지 않는 모양새다. 그래서 몇몇 판매처에서는 덜어서 휴대 가능한 소용량 보조 용기도 증정하는 모양이니 잘 알아보고 선택하시길 바란다. 또한 굉장한 유명세와 더불어 가짜 제품도 범람한다고 한다. 주의 깊게 살펴 보시며 지나치게 싸거나, 어딘가 의심 가는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 지혜를 발휘 할 필요가 있겠다.
이상으로 독자 여러분의 즐거운 생활을 위한 지혜로운 선택을 돕기 위한 리뷰를 마치겠다. 힘들고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앞으로의 세월 동안 밤이라도 즐겁게 보내며 정신을 맑게 힐링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