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 York Magazine에 Melissa Dahl가 쓴 「Your Cat Is Trying to Talk to You」을 전문 번역한 글이다(via @sibauchi). 내 직업이 수의사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기도 하다. 덕분에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
우리는 개를 이해한다. 크게는 개들이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동물 행동학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에 따르면 개들은 표정이 넘치는 얼굴과 우리가 제법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신체 언어를 가졌다.
반면 고양이는 감정적인 부분이 확실치 않고 쌀쌀맞은 것으로 잘 알려졌다. 심지어 고양이를 여럿 키우는 사람들조차도 밥을 제때 주는 한 자기 고양이가 자신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양이와 사람 간의 의사소통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은 아마 그게 완전히 정확한 말은 아닐 거라고 얘기한다. 맞다. 고양이와 사람 간의 의사소통은 비록 작기는 하지만 과학 연구에 실재하는 분야다.
반려동물이 하는 행동 중 밥 달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한때 말도 안 되는 의인화에 불과하다며 무시당했다. 연구원들은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지아대학교 동물행동학 교수인 샤론 크로웰데이비스(Sharon Crowell-Davis)는 오히려 고양이가 점점 더, 개만큼이나 표현이 넘친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애틀랜타에서 열린 고양이 행동학자 콘퍼런스에서 그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단지 우리는 고양이의 의사소통 시도를 잘못 이해하거나 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크로웰데이비스는 우리가 고양이의 많은 행동을 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못 해석한다고 말한다. 부분적으로는 많은 연구가 개의 행동을 기준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동물행동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 「약간 고압적인 주인이 되어도 괜찮다(It’s Okay to Be an Overbearing Pet Parent)」는 글을 쓰기도 한 미켈 델가도(Mikel Delgado)는 다음처럼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양이가 그렇게 모호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들은 이미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고양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연구자들이 현재까지 발견한 걸 여기 소개하겠다.
1. 고양이가 갸르릉 대는 이유
아마 당신은 고양이가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을 것이다. 갸르릉 대는 게 행복하다는 얘기라는 것. 엄밀히 말하면 옳은 말이 아니다. 물론 고양이는 실제로 행복할 때 갸르릉 댄다. 하지만 크롬웰데이비스는 그게 가장 정확한 번역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고양이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때면 갸르릉 댑니다만, 동시에 다쳤거나 아플 때도 갸르릉 댑니다.”
갸르릉 대는 것은 행복하다는 뜻보다는 ’제발 어디 가지 말아요’에 더 가깝다. 바꿔 말하면, 순수하게 만족스럽다고 표현한다기보다는 돌봐달라고 간청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얘기다. 브리스톨대학교 인류동물학자이자 『캣 센스(Cat Sense)』의 저자인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는 말했다.
“고양이는 도움을 요청하는 좋은 방법을 몰라요. 고양이의 언어엔 그런 게 없죠. 그래서 그다음으로 가장 최선인 표현을 하는 겁니다. 갸르릉 대는 거 말이에요. 의미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고양이들이 원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표현인 거죠.”
2. 집으로 돌아온 당신을 반기는 이유
아마 당신의 고양이는 당신이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당신을 보며 행복해할 것이다. 고양이가 자신의 부드러운 털을 문으로 들어오는 당신의 다리에 비빌 때면 당신은 고양이가 뭔가 원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건 아마 사실이겠지만 크롬웰데이비스는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크롬웰데이비스는 잘 알려진 것과 반대로, 고양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고독한 동물이 아니라고 믿는다. 야생 고양이들이 하나의 그룹이나 가족으로 함께 붙어 있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다음의 결론 또한 함께 사는 야생 고양이들을 관찰하고 내린 것이다.
“야생의 상황에서 고양이가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우리가 공통적으로 보게 되는 것은 고양이들이 몇 분간 위아래로 서로의 몸을 비빈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꼬리로 서로의 등을 감싸 안습니다. 마치 사람들이 포옹하는 것과 같아요.”
그녀는 그게 고양이들이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났을 때 공통적으로 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 의미는 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상호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당신이 종일 일을 하다 오거나 학교에 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고양이가 당신에게 다가와 자신의 몸을 비비며 꼬리로 당신의 종아리를 감쌀 겁니다. 고양이가 자신들의 종 내에서 하는 친근한 인사의 의미고 사람과의 관계로 옮겨온 것입니다.”
그건 고양이 방식의 ‘당신이 돌아왔군요! 보고 싶었어요!’라는 얘기다.
3. 고양이 얼굴의 표정
고양이도 얼굴에 표정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고양이 얼굴에 표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크롬웰데이비스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녀는 행동 문제가 있는 고양이들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연구를 토대로 이를 판단했다.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파할 때 얼굴 근육이 긴장하는 걸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고양이가 행복하거나 편안할 때면 얼굴 근육이 풀어지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만약 당신이 고양이의 얼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저 표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의사이자 『하우 투 스피크 캣(How to Speak Cat)』의 저자인 게리 웨이츠맨(Gary Weitzman)은 더 구체적으로는 오랜 기간 살펴보면 눈을 천천히 깜빡이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눈을 천천히 깜박이는 것은 받아들인다는 의미의 제스처입니다. 그들은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 완벽하게 편안할 때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다른 고양이랑 있을 때도 편안함을 느끼면 그렇게 하죠.”
왜 고양이들이 편안함을 느낄 때 그렇게 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웨이츠맨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줄어드는 것과 관련된 자율 신경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4. 고양이의 비밀 언어
고양이와 주인은 고양이 울음소리로 서로의 비밀 언어를 만든다. 브래드쇼는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와 의사소통을 할 땐 잘 울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건 그것 자체로 고양이와 관련된 사소하지만 꽤 놀라운 사실이다. 그가 야생 고양이들을 관찰하면서 알게 된 게 있다.
“100시간에 한 번 정도 고양이가 야옹거립니다. 고양이들은 정말 조용하죠.”
하지만 고양이를 키운다면 알겠지만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은 온종일 꽤 자주 야옹거리며 운다.
“사람들은 그게 고양이의 완전 전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만 그건 고양이들이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학습한 것입니다. 실제로 고양이가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채용한 방식이죠.”
그런 이유로 우는 소리에 있어서는 공통된 고양이의 언어가 정확하게 없다. 브래드쇼는 “고양이 울음소리의 비밀 코드는 각각의 고양이와 주인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각각의 고양이에만 있는 유일한 것이고 외부인에겐 별 의미가 없다.”라고 저서에 썼다. 이는 코넬 연구자들의 2003년 논문에 의해 증명됐고 역시 브래드쇼의 책에 기록되었다.
그 연구는 매일 있을 수 있는 5가지 상황에서 12마리의 고양이가 어떤 울음소리를 내는지 녹음했다. 그리고 녹음된 울음소리를 주인에게 들려줬는데 오직 주인만이 울음소리를 듣고 정확하게 어떤 시나리오였는지 알아냈다. 따라서 고양이 주인들은 어느 정도는 정확하게 고양이가 울음소리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밥을 달라는 얘기이든, 지루하다는 얘기이든, 아님 다른 메시지이든 주인은 울음소리로 메시지를 알 수 있었다. 브래드쇼는 “각각의 울음소리는 범용적인 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언어’라기보다는 제멋대로 학습된 관심을 가져달라는 소리다.”라고 썼다.
한편 고양이를 개보다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양이가 개만큼이나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그저 고양이만의 방법으로 이야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