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스타트업과 관련해서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서 일부 중소 개발사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현재 대형 모바일 RPG를 2~3억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하기는 어렵다. 일본, 중국, 북미 등에서 100명씩 투입해 만드는 대작들이 1년마다 나온다. 대형 RPG는 20~30명이 몇 십억을 투자받아 해야 한다. 작게 시작하면 프로젝트가 길어지고, 그러면 시기나 트렌드를 놓칠 수 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시작해야 시기에 늦지 않고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다.“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핵심 장르는 주요 게임들이 이미 선점하였다. 시장 초기에는 게임성이 완벽하지 않아도 가장 먼저 깃발을 꽂는 게임이 그 장르를 선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메이저 장르에서 살아남으려면 처음 깃발을 꽂을 때보다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후발 주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이유
1. 컨텐츠 규모
기기존 게임의 컨텐츠 및 퀄리티가 100%라고 한다면, 신규 게임은 110~120%만으로는 기존 게임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최소한 150%는 넘어야지 기존 게임을 넘어설 수 있다. 또한 기존 게임은 수개월 동안 운영해오면서 쌓인 컨텐츠의 양도 많으며 개발 인원도 충분하기에, 결국 신규 게임이 기존 게임을 넘어서려면 200% 이상의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2. 움직이지 않는 유저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에 비해서 게임을 갈아타는 것이 쉽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과금한 게임은 지우지 않고 항상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유저들은 새로운 게임이 나와도 기존 게임의 과금으로 인해서 새로운 게임으로 잘 옮겨가질 않는다. 또한 기존 게임 룰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게임의 시스템을 좀처럼 배우려 하지 않게 된다.
3. 글로벌 경쟁
온라인 게임에서는 게임 서비스의 국가 경계가 명확했지만, 모바일에서는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의 등장과 함께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우리나라도 해외 진출에 용이해졌지만, 반면에 외국 게임도 한국 진출이 용이해졌다. 즉, 한국 개발사는 한국 개발사와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개발사, 미국 개발사, 중국 개발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레드오션 시장에서의 롱테일의 법칙
방준혁 의장이 말했듯이, 근래 게임 업계는 규모와 속도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기존의 중소 게임회사들은 빨리 사업을 접거나, 아니면 투자를 더 받아서 규모를 늘리는 것이 맞을까?
이미 넷마블, 넥슨, 게임빌, 컴투스 등은 모바일 게임에서 골리앗으로 변신했다. 그러한 골리앗과 싸우려면 골리앗과 동일한 전략으로 싸워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롱테일의 법칙에서 보자
판매되는 상품 순으로 그래프를 그려 보면 적게 팔리는 상품들은 인기는 낮지만 긴 꼬리(Long Tail)처럼 길게 늘어진다. 즉, 이 긴 꼬리에 해당하는 상품을 모두 합치면 많이 팔리는 상품을 넘어선다는 법칙이다.
상위 제품으로 접근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롱테일에 해당하는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즉, Head에 해당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는 Long tail에 해당하는 제품을 생산해서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화장품의 예로 알아보자. 설화수는 백화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다. 아마 전체 판매 순위에서 설화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설화수처럼 백화점에 입점하고 고액 상품으로 가져가는 것이 맞는가?
중소기업은 기존 대기업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대기업이 시장성이 적다고 판단되는 아기용품, 아토피 용품, 건강기능 화장품을 공략해야 하며, 유통 채널은 백화점보다는 온라인 마켓을 통해서 판매하는 것이 맞다.
게임에서의 롱테일의 법칙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게임에서도 동일하게 봐야 한다. 처음 시장으로 진입하는 개발사가 “우리는 뮤를 잡을 거야.”, “우리는 레이븐을 잡을 거야.”라고 골리앗과 동일한 전략으로 접근하다가는 승리할 확률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 머리 부분을 잡겠다고 하는 것보다는 롱테일 부분을 잡는 것이 더 적합하다.
1. IP와 결합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IP는 후발주자가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컨텐츠이자 마케팅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웹툰의 IP를 사용한 <갓 오브 하이스쿨>이 성공적인 예이다. 최근 넥스트무브에서도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에 맞춰 모바일 게임 <밤을 걷는 선비>를 출시했다.
이러한 IP와 모바일게임 결합의 성공 사례는 한국에서는 아직 <갓 오브 하이스쿨>밖에 없으나, 중국에서는 중소형 개발사/퍼블리셔가 드라마, 웹애니메이션, 웹소설 소재와 결합하여 높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2. 신규 장르 개척
현재 마켓에는 이미 모든 장르의 게임이 다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도 개척하지 못한 장르가 있다.
최근 중국에서 출시한 기적난난(奇迹暖暖)은 전형적인 여성 타겟 게임으로, 옷을 입혀서 대결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경우 현재도 중국 앱스토어 매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에게 숨어있는 유저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여전히 모바일에서 개척되지 않은 장르로는 FPS, AOS 등이 있는데, FPS는 넷마블의 <전민돌격>, AOS는 쿤룬의 <난투>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규 장르의 경우에는 직접 개발하여 서비스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필요하기에, 현재 서비스 중인 중국 게임이 들어와서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3. 고도화된 BM 모델
같은 장르 내에서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게 될 경우에는 기존 게임에 비해서 고도화된 BM 구조를 가져야 한다.
전략 장르에서 대표적인 게임 3개를 예로 들어보자.
하루 이용자수(DAU) 기준으로 봤을 때, <COC>는 COC류의 게임에서 95%를 차지하지만,
매출로 봤을 때는, <삼국지맹장전>은 일 매출 2,642만 원으로 8%를 차지한다.
<삼국지맹장전>이 더 적은 이용자수(DAU)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ARPDAU, 즉 이용자 1명 당 평균 수익에 있다.
이를 핵심 타겟으로 가져가게 될 경우, 게임성은 유지하되 BM을 고도화해서 적은 타겟 유저에게 높은 매출을 발생하게 해야 한다.
- 데이터 출처: 국내 게임 장르별 현황
4. 롱테일의 핵심은 글로벌!
PC 게임 시장에서 롱테일 영역의 게임이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 국가 기준으로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시장 규모가 충분하지 않아서 롱테일에 해당하는 게임까지 관심이 이어질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에서는 분명 국가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 게임 출시는 구글 콘솔이나 아이튠즈에서 간단히 국가 설정만 하면 되며, 하나의 빌드에 다국어를 설정해 모든 언어 지원이 가능하다. 일례로 한국에서는 일 매출이 300만 원밖에 안 되는데, 해외 전체 매출을 다 합치면 1,000만 원이 되는 회사도 있다.
글로벌 출시를 하는데 번역 및 운영 등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부분은 있겠으나, 영어, 일본어, 중국어 정도로 번역하여 출시하면 주요 국가는 대부분 대응이 가능하다. 운영상에서는 위 모든 불가능 할 경우에는 영어만이라도 대응하면 된다.
현재 <클래시 오브 킹즈>의 경우에는 한국 지사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한국 대표 커뮤니티와 연계하여 운영 대행을 하고 있고, 운영자가 없는 대신 MOD라는 리더 유저를 선발하여 유저가 유저를 돌보게끔 만들어주었다. 이처럼 비용을 줄이면서 효율을 고려한 글로벌 출시가 필요하다.
5. 마케팅도 차별화
<COC>가 TV 광고로 성공한 이후에 많은 회사들이 TV 광고를 하는 것을 대세로 생각하고 있으나, TV 광고는 TV 광고에 어울리는 게임에 한해서만 진행해야 한다. 하드코어한 게임이 TV 광고를 하는 것은 낭비가 될 여지가 훨씬 크다.
광고는 반드시 효율을 기반으로 진행해야 한다. 만약 하드코어한 게임이라고 한다면, 하드코어한 유저가 있을 만한 곳을 우선적으로 마케팅을 실행하고 그 다음에 다른 매체로 넘어가야 한다. 그중에서도 핵심 유저를 모으기 쉬운 사전예약 행사, 또 핵심 유저들이 분포할 만한 웹진 광고 등을 우선으로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무료 광고인 구글/애플 피처드는 근래 얻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므로 각 마켓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처드를 받아야 한다.
마무리하며
모바일 게임이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닌 치열한 레드오션이 되었기에 치밀한 사전 분석 이후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다면 큰 실패를 마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5가지 방법도 결국은 게임을 잘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며, 만약에 각 장르별 게임의 핵심 재미를 잘 살리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행동이다. 반대로 게임만 잘 만들면 5가지 방법을 실천하지 않더라도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문: 중국게임연구소(中国游戏研究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