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획의 발단은 아래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리수령의 명예를 위해 자체검열삭제미화 100%를 거친 대화임을 미리 밝힙니다) 수령 “님, 님 게임 많이 하니까 여자 게이머 얘기 좀 써보셈” 필자 “아니 그게 사실 여자 게이머라고 뭐가 다른 것도 아니고 나는 게임 그렇게 많이 안 하는데”
수령 “…… 그러지 마시고, 부녀자 라이프 뭐 이런 거 어떰?” 필자 “…… 그게 부녀자는 게이머를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서브컬쳐계 다른 취미의 하나지, 게이머하고는 백만 광년쯤 떨어져 있음. 님 그거 쓰려면 기획 다시 잡아야 할 듯” 수령 “게임 많이 하면 부녀자 아님? 다른 거임?” 필자 “아니 만화에도 만화 안에 의학, SF, 소년, 순정, 야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거기서도 따지자면 2차 창작물로 가느냐, 그런 다양한 층위가 있는데… 가 아니라 그러니까 게이머에 대해서 원고 써달라… 그 말입니까. ” 수령 “ㅇㅇ” 필자 “이렇게 된 이상 게임 특집으로 간다!”
……. 라고 의욕에 차서 기획에 착수했지만 원고는 시작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이 기획을 시작한 무시칸리수령은 여성 게이머에 대한 색다르고 재미있는 소재를 내놓으라고 툭하면 고기튀김도 주지 않고 채찍질을 했으나, 사실 ‘여성 게이머’ 가 비율이 적기는 하지만 그렇게 갈라파고스 멸종 위기의 희귀 생물도 아니다. 반대로 요즘은 SNS나 스마트폰 기반으로 제공되는 엄청난 소셜, 웹게임 개발 붐으로 인해 여성 게이머 인구 자체는 늘고 있다. 심지어 이런 게임 환경의 변화는 “오락? 그딴 거 애들이나 하는 거 아니냐?” 라던 40, 50대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추세라고 하니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다. 덕력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무 처자나 붙잡고 ‘요즘 게임 하세요? 게임 뭐 해요?’ 라고 물어본다면 ‘아 저 요즘 게임 해요 애니팡 하고 있어요’ 라던가 ‘페이스북에서 심즈 좀 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핸드폰이 더 재미있어서 친구들하고 아이러브커피도 해요’ 같은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스마트폰 보급 이전으로 가도 이미 닌텐도 DS나 wii가 이미 동물의 숲이나 닌텐독스 같이 아기자기하고 장벽이 낮은 타이틀로 어느 정도 선까지는‘ 게임 = 어휴덕후 냄새’ 에서 그럭저럭 여자들도 게임을 할 수 있고, 뭔가 얼리어댑터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는 팬시한 아이템 위치까지 올라와 있던 것이다.
물론 여기서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이 나오니까 예약을 했어요. 예약을 하니까 캐리건 날개를 주더라고요. 아 참 전에는 왕십리에서 줄을 서서 디아블로 한정판 날개를 얻었는데요. 1.0.7 패치 하면 PvP 생긴다고 하니까 오랜만에 다시 할까 하고요. 참, 요즘은 스팀에서 문명이랑 게임 할인을 많이 해서 돈을 너무 많이 썼어요 한 200불 썼나?’(이 대사는 필자 이야기가 아님을 궁서체로 확실히 밝혀둔다) 라는 말이 나온다면 확실히 여러분은주변을 뒤져 낮은 확률로만 만날 수 있다는 진귀한 종족(…)을 만난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하자면 이것은 여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남성도 마찬가지로 누구나 우리는 평등하게 알몸으로 태어나 오락실을 한 번씩 밟았으나 여기까지 오는 게이머 자체가 많지가 않다. 여자는 그보다 비율이 낮으니 더 희귀하게 보이기는 할 거고,리수령이 포인트를 잡은 것도 이 부분이 아닐까 하는데, 생각보다는 어차피 여기까지 게임 하는 남자들도 수가 적고, 여성 비율이 적다보니 커뮤니티를 활동을 하면 이런저런 꼴을 많이 보게 되기는 한다(카더라). 여자 게이머들 역시 ‘여자 게이머’ 라고 따로 분류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서론이 길었는데,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ㅍㅍㅅㅅ의 령명한 독자님들을 위한 쉽고 가벼운 이야기로, 필자는 어쩌다 저런 테크트리를 밟게 되었는지 그 시대의 코드가 되는 게임들과 그 당시 게임 환경에 대해서 게임을 잘 모르는 독자님들도 ‘세상에 뭐 이런것들이 다 있냐 ㅉㅉ’같은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전문적인 덕력을 발휘하려고 해봤자, 이미 독자 중에도 오덕군자가 넘칠것이고, 세상에는 덕중지덕양덕이 있는데 나 같은 양민이 덕력 발휘해봤자 감히 여포와 관우 앞에서 일기토를 펼치는 조루와 사정 밖에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게임도 양민 보급화 시대 아닌가(…) 게임 특집 보러 왔다면 Eagle부터 봐라!
어린 시절의 가장 오랜 기억하면 왠지 모르게 어머니에게 맞고 있는 것이고, 가장 강렬한 기억은 오락실에서 어머니에게 맞은 것인데(…), 오락실을 정작 언제 처음 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오락실에 있는 상태였다. 얼마 전 외삼촌의 증언으로는 ‘5살짜리 애가 맨날 어딜 나가길래 따라가보니 오락실에 들어가길래 저 ㅅㄲ 가 불량해지는 게 아닌가’걱정이 되어 매타작을했다고. (그만해 이…) 지금은 일부 소수가 암수…아니 자웅을 겨루기 위해 격투, 리듬게임을 하는 외에는 영화관에 오는 염장부농들이 시간을 잠깐 때우러 스쳐가는 장소로 전락하여 흔적도 찾기 힘든 오락실이지만, 80, 90년대에는 동네 블록마다 PC방처럼 하나씩 있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고루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이었으며, 게임기가 나오고 보급된 한참 나중까지도 게임기 스펙이 오락실 아케이드 기기의 스펙을 따라가지 못했고, 초딩이면 누구나 NDS 삼천원쯤 가슴에 품는 요즘과 달리 게임기 보급률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오락실은 90년대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그 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오락실, 한자로는 즐겁고 즐거운 방이라고 한다. 당연 좋지 아니한가.
부모님들의 걱정과 여성부의 태클을 예지했는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지능계발’ 이라는 문구가 종종 간판에 붙어있었다. IT강국을 예견하듯 ‘콤퓨터게임장’ 같은 말도 있었다. 분위기는 사실 건전하지는 않았는데, 아저씨들은 담배를 태우며 ‘꽃놀이’ 같은 유사 빠찡꼬 게임과 당구 게임을 즐겼고,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초기에는 무려 그림을 맞추면 보상으로 돈까지 나오는 꽃놀이 기계가 일부 오락실에 있었다.중간에 단속이 있었는지 메달로 바뀌었다가 아예 사라졌는데, 바다이야기의 왕선배쯤으로 볼 수 있겠다.
동네 조금 논다는 형들도 오락실에 있었으니 자식이 오락실에 다닌다고 하면 ‘저 ㅅㄲ 싹수가 노랗구나’ 라던가 혹시 흉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했고, 오락실 다니다 노는 훃들(은 물론 가족들에게) 맞아봤다는 80년대 생들의 증언은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내가 살던 곳은 공단지역이었고, 그 당시에 어린이 집, 그런거 업ㅂ엉ㅋ.유치원 다닐 때까지는 전국에서 서울로 상경한 부모들이 아이들을 거의 ‘방치’ 해두고 일을 하러 갔다. 아이들은 서로 우르르 몰려서 놀았는데, 다른 여자아이들이 종이인형이나 공깃돌 놀이와 고무줄 놀이를 하는 동안 나는 오락실부터 간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게이머들이 여자들이 하는 놀이에 관심이 적거나, 혹은 집에 형제가 많거나 남자들과 같이 어울려 노는 경우가 많다거나 했던 공통점이 있는 듯 한데, 나의 경우에는 태생이 방구석폐인이기도 했지만 어린 나이에도 다리가 직각이등변삼각형 이상으로 찢어지지 않고, 공깃돌 던지고 못 받는끝내주는 운동신경 덕에 고무줄이나 공깃돌 놀이에 낄 수가 없었다(…)
낙후된 동네가 난개발 되는 틈새를 비집고 오락실이 많이 생겼다. 오락실마다 들여놓는 게임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5군데 정도 원정을 다니면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었고 나름 오락실마다 자기 나와바리임을 주장하는 개초딩(고정닉, 고정멤버)들이 있었다. 서로 누가 무슨 게임의 고수인지를 자랑하기도 해봤자초딩들이고(…)이 쓸데없는 패권을 두고 긴장 타며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오락실 아저씨는 이런 싸움 수습하는데 고수였다.
오락실에 있던 당시 주로 즐기던 게임 얘기를 들어보면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지방 오락실은 좀 늦은 곳도 있어서 갤러그나 알카노이드(벽돌깨기)가 주류였다는 곳도 있다는 걸로 보아 게임 들어온 시기들이 다 같지는않았고, 유행도 조금씩은 달랐던 듯 하다. 확실히 아무리 기억을 뒤집어 봐도 청문회 나간 흡형처럼항상 상주했던 여자 게이머가 나 말고 더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그래도 오락실에 보글보글과테트리스가 있었기에 가끔 여자아이들이 구경 오거나 남자 형제와 함께 와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스노우브라더스가 나와서 붐을 일으켰을때도 여자 게이머가 간혹 눈에 띄었으며, 90년대 중후반에스노우브라더스2와 버블 메모리즈, 퍼즐 버블이 나올 때까지도 이 런 퍼즐이 가미된 게임을 잘하는 여학생들은 제법 있었다.
아무튼 우리 동네는 수퍼마리오, 원더보이, 보글보글 같은 유명한 게임도 있었지만 그 당시 단연 유명한 게임은 서유기였는데, 원래 제목이 ‘서유강마록’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이지만 오락실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그 당시 꼬마들은 어차피 게임 이름 따위 아저씨가 기계에 붙여놓은 ‘비행기’‘소림사’‘서유기’ 뭐 그런 식으로 불렀다.
당시 오락실 게임 비용이 50원이었는데, 50원에 2인용인 게임이었으므로 용돈으로 오락실에서 기분을 내며 영웅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이 게임을 ‘원코인클리어’ 할 정도로 상당히 잘했고, 종종 주변에서 구경하던 친구에게 2p를 시켜주던 기분파였기 때문에 이 게임이 있던 왕자오락실에서 유명인사가 될 수 있었다. 심지어 너무 게임을 해서 손가락 살이 다 패여 감염이 되어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추후 어머니가 이 중에 쁘락치를 심어 날 고발하게 할 줄은 이 때는 몰랐다) 오락실을 다니면서 돈을 쓰니, 자꾸 돈이 모자라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이 때 집에 동전이 하나도 남아나지 않았었다고 회상하신다. 서유강마록을 열심히 하던 당시에 1000원짜리가 TV앞에 놓여진 것을 본 6살짜리 나는 이성을 잃고 그 돈을 오락실에 들고 가서 꽃놀이까지 하며 탕진했는데, 당연히 이건 함정수사였고, 나는 그 날 진짜 죽도록 오락실에서 맞았다(…) 우리 집은 사랑의 매고 회초리 뭐 그런 거 없다.
어린 딸이 너무 우니까 어머니도 속상하셨는지, 마지막으로 오락실에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나서 나에게 50원을 주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다. 때가 저녁이었기 때문에 오락실에 사람도 없고 아저씨는 가게를 정리하고 계셨다. 나는 서유강마록 기계에 비장하게 50원짜리를 넣고 원코인으로 어려운 3스테이지를 막 클리어하던 참이었다. 아저씨는 ‘애가 참 이걸 잘해요’ 라고 칭찬을 했고 어머니는 대꾸가 없었다. 이미 서러운 감정은 다 지나간 6세 초딩은 이미 신이 나서 망발을 하기 이르는데… “엄마도 이어서 한 게임 할래!?” 죽도록 맞았다. 물론 그 이후에도 오락실은 계속 갔다. 그 뒤에 초등학생 때 용돈이 200원으로 올랐으나 매일 오락실에서 탕진하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가게에서 외상과자를 사먹어 집에 봉지를 버려뒀다가 가게 아줌마가 외상값 600원이 되자 엄마에게 고발한 것과 오락실에 쁘락치를 심어 다닌 증거를 잡아냈다는 뭐 그런 자세한 이야기는 누구나 다 겪는(?)것일 테니 더 적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동네 오락실의 게임비용이 100원으로 오른 것은 89년인데, 이 당시에는 황금도끼나 더블드래곤, 헐크호건과워리어가 나오는 레슬링 게임 등, 여러 가지 게임들이 인기가 있었고 초딩들은 여전히 저글링처럼 몰려다녔고 지갑은 가난하였다. 오락실 비용이 오르면서 널리퍼진 오락실 전설이 있었는데, 그 당시 ‘따닥이’ 라 불리는 가스렌지에 불을 붙이는 스타터가 있어서 일부러 사람에게 쓰거나 장난을 쳤었는데 이걸 동전 넣는 부분에 튀기면 돈이 무한정으로 인식이 된다거나, 대신 운이 나쁘면 기계가 전부 꺼져서 걸린다. 내가 아는 친구도 그래서 혼났다더라같은 이야기도 있고, 그 외에 10원짜리에 테이프를 감아서 무게를 늘리거나 피아노 줄을 매달아 넣었다 뺀다거나 하는 고대의 기술이 전해 내려오지만 안타깝게도 그 맥이 끊겨 확인이 불가능하다.
고대의 기술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당시에는 게임마다 ‘꼼수’‘얍삽이’‘야비’ 라고 불리는 버그를 이용한 무적기나 게임을 수월하게 하는 기술들이 있었고 이것을 잘하는 아이들이 2P를 잇거나 특정 캐릭터를 다룰 자격이 있었다. 파이널파이트를 하면서 고급기술인 ’와리가리’ 를 못하는 놈은 주변의 야유와 팀의 원망을 들어야 했다. 기술이 좋은 아이들은 버튼 ‘긁는’ 기술도 남달랐는데, 어려운 게임을 하던 형 오빠 친구가 ‘너도 할래?’ 라고 끼워주기도 했으니, 아이들은 나름 기술이 뛰어난 놈과 동전 많은 놈은 결국 당할 수 없다는 오락실 서열과 자본주의 원칙(…)을 몸으로 배웠던 것이다. 오락실은 역시 참으로 무서운 곳이다. 이렇게 소위 ‘고수’ 가 등장하고 네임드 플레이어가 생기는 오락실 분위기의 전환점이 된 것이 91년에 격투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2가 오락실을 정ㅋ벅ㅋ 한 후인데, 이 게임이 발매되고 나서 테트리스와 보글보글을 제외한 모든 기기를 스트리트 파이터2로 바꾼 오락실도 있었고, 그럼에도 자리가 없어서 초딩은 물론, 청소년과 성인까지 오락실로 다시 집결시켰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치세는 94년까지도 유효했으며, ‘격투게임’ 이라는 장르를 오락실에서 활성화 시키면서 오락실 붐을 일으켰다. 당시 중, 고딩들은 유일한 여자 캐릭터인 춘리의 허벅지를 보며 하악댄다던가, 어떤 식으로 피니쉬를 날리면 팬티가 보인다더라 하는 근거 없는 오락실전설을 만들어냈다.
격투게임의 특성 상, 고수와 하수가 갈리게 되며 용돈이 뻔한 초딩들이 아무래도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고, 게임 고수가 되기 위해 많은 고민과 연구까지 필요해졌다. 액션 게임들도 단순히 순발력과 암기만으로 플레이하기가 어려워졌다. 단순히 목적을 달성하고 스테이지를 넘어가기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남도 이기고 게임회사가 사악하게 만들어놓은 많은 도전과제를 달성해야 고수 소리를 듣는다.많은 초딩 들은 여기서 중급 게이머로 가는 테크를 포기하고 오락실을 떠나게 되었다. PC와 게임기가 막 보급되던 시대도 이쯤으로, 게임을 즐기는 경로가 다양해 졌으니 오락실을 고집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물론 오락실 자체로는 천지를 먹다(삼국지), 원탁의 기사나 닌자거북이, 던전 앤 드래곤처럼 과거의 아케이드 게임들이 진화하여 꾸준히 나오고 명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에 리듬게임이 주류를 타고 오락실 외의 놀거리와 PC나 콘솔 게임의 스펙이 오락실 게임을 따라가면서 오락실 붐은 사그러들게 되고 여기서 필자도 학업에 전념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던전 앤 드래곤 등의 절정기 아케이드 게임을 마지막으로,한 때 장발장이 빵을 훔치는 심정으로 동전을 모아 다녔던 오락실(…)에 대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였다면 지금의 필자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오락실을 잘 가지 않게 되었지만 90년대 중후반, 그 유명한 갈스패닉원코인 90%이상 클리어로초딩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도 받아본 필자 아닌가. 갈스패닉 초기 시리즈는 90년대 초반에 국내에 들어온 바 있다. 당시 여자 그림이 나오는데다가 게임성이 단순해서 여학생들이 많이 할…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아저씨들이 눈에 불을 켜고 하던 게임이다. 국내 오락실 버전은 처자들이 예쁜 옷을 입고 나오고 게임성이 간단해 아이들도 할 수 있는 게임이었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있었다.오빠 따라온 동생들이 하기도 했다. (오리지날 시리즈에서는 달성율이 올라가면 노출도가 올라가며 실사 사진이 ㅂ..벗 아… 아닙니다)
계속해서 시리즈를 거듭하며 지금도 오락실에 살아남은 이 게임은 매우 건전한 땅따먹기 게임으로 적의 공격을 피해 그림을 완성하면 되는 간단한 게임이고 커플들도 많이 즐기고 있다고 한다. (90% 이상으로 완성도를 맞추면 서비스 신이…100%면 스페셜 서비스 ㅅ.. 아… 아닙니다.) 사실 웃자고 한 얘기인데, 난이도는 그다지 쉽지 않다.
오락실에 펌프가 들어오면서 데이트 하는 연인들이나 게임과 관계없이 재미있는 새로운 유행을 즐기려는 사람도 오락실에 들어왔지만, 100% 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괴수들이 바닥을 장악하면서 비트매니아, Ez2DJ부터 유비트에 이르는 리듬게임은 ‘장벽은 낮지만 고수가 되기 어려운’매니악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격투게임도 스파2 이후 사무라이 쇼다운, 버추어 파이터, 소울칼리버등의 시리즈를 선보이며 오락실을 장악 하였으며, 철권을 필두로 그 장르의 괴수들이 장악하는 리그가 되면서 이 두 장르를 주류로, 그 외에 퍼즐이나 슈팅 게임들이 킬링타임용으로 소비되고 있다. 스케일 크고 기술도 요구되는 파이널파이트나던전 앤 드래곤 같은 아케이드 게임은 오락실에서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고수들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오락실 한 구석에서 시간 때우기 게임으로 갖다놓은 틀린 그림 찾기나 미니게임 모음, 테트리스나갤스패닉(…)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종의 오락실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우리가 함께 2p를 나누었던 누군가는 오락실에 살아남아 지금 철권이나 유비트등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필자는 일단 오락실 테크를 포기하고 PC와 게임기에 주력하게 되었으며 좀 더 코어한 게이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왜 하필 아이들은 다른 놀이가 아닌 ‘게임’ 에 끌린건지, 그리고 그 많은 오락실 코흘리개 중의 일부가 ‘게이머’ 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PC와 콘솔 게임 테크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으나 여백이 부족하여 다음 편에 본격적으로 적도록 한다.
붙임 : 이 글은 오락실 산업의 기승전망이나 게임에 대한 글을 자세히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필자 개인이 경험하고 접한 게임과 당시 환경에 대해서 쓴 것이므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언급된 게임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다른 유명했던 게임들도 하나하나 이야기 하고 싶으나 너무 전문적인 게임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고, 기회가 되면 다룰까 하니 여기서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는 게 나을 듯 하여 다소 주제가 산만한 글이 된 점 ㅍㅍㅅㅅ 독자 여러분의 끝없는 자비를 바랍니다.
여성 게이머의 유년기를 함께한 90년대 게임들 총망라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