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素女曰: 御敵, 當視敵如瓦石, 自視如金玉, 若其精動, 當疾去其鄉. 御女當如朽索御奔馬, 如臨深坑下有刃, 恐墜其中. 若能愛精, 命亦不窮也.
소녀가 말했다. “상대를 마주하기를 마치 기왓장 보듯이 하고, 자신은 금과 옥을 보듯이 보아야 합니다. 쾌감이 느껴진다면 빠르게 벗어나야 합니다. 여성을 맞아 마땅히 달리는 말을 썩은 고삐로 다루듯이, 칼날이 가득한 깊은 구덩이에 떨어질까 두려워하듯이, 그렇게 정액을 아껴야만 그 수명에 다함이 없을 것입니다.”
본격적인 방중술 이야기의 시작으로, 섹스 전반적으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이야기한다. 아마 황제가 조루였던 모양이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비교적 오르가즘에 쉽게 달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당장 언론사 웹사이트만 들어가 봐도, 우측 배너 광고로부터 그 방증을 찾을 수 있다. 수많은 비뇨기과가 당신의 조루를 해결해주겠다고 한목소리로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사실 조루라는 것 자체가 참 애매한 개념이다.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도 어렵고, 치료 자체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애매하다. 상상해보라, 조루를 ‘기술적으로 정의’하려면 얼마나 많은 난제에 부딪힐지를. 우선, 대체 몇 분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설령 그 기준을 어떻게 잡는다고 해도, 상대가 누구인지, 그날의 분위기가 어떤지, 최근의 성생활 횟수가 몇 번이었는지(…) 따위의 요소로 인해, 그 ‘끝까지 걸리는 시간’이란 것도 매일같이 달라지지 않던가. 그 물건은 사실 도통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물건인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조루의 유병률은 연구에 따라 수 %에서 수십 %까지 천차만별, 치료법도 천차만별이다.
섹스에 대한 부담감이나 기술의 부족(…) 뿐 아니라 중추 및 말초신경계의 문제 등을 원인으로 제시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주변의 비뇨기과를 방문하시라. 신경을 차단하는 수술요법도 많이 시행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을 겪는 등 위험성이 있으므로 심사숙고하여 선택할 것. 행동요법이나 약물 치료 등이 그 외에 치료법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가급적이면 이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녀가 제시하는 방법은 아주 전통적인 방법이다. 섹스 상대에게 지나치게 집중하지 말고, 마음을 다스리라는 것. 성관계를 갖기에 앞서 미리 흥분하거나 하지 말라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기왓장 보듯 할 필요까지 있나 싶긴 하다. 저러다가 발기부전 걸릴 것 같다.
또한 쾌감이 느껴질 때 재빨리 빠져나오라는 제안은 오랫동안 행해진 조루 치료법인 ‘행동 요법’과 비슷하다. 사정감이 들면 재빨리 빠져나와 사정감을 억제한 뒤 다시 삽입하는 것이 그 대강의 내용인데, 소녀경의 경우엔 섹스만 하고 사정은 참는 ‘접이불루’의 방법을 줄곧 주장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도 아예 사정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뭐, 황제처럼 상대가 넘쳐나는 절대 군주라면야 그럴듯한 행동 지침일 수도 있겠지만.
원문
黃帝問素女曰: 今欲長不交接, 為之奈何? 素女曰: 不可. 天地有開闔, 陰陽有施化. 人法陰陽隨四時, 今欲不交接, 神氣不宣布, 陰陽閉隔, 何以自補? 練氣數行, 去古納新, 以自助也. 玉莖不動, 則辟死其舍, 所以常行以當導引也. 能動而不施者, 所謂還精. 還精補益, 生道乃著.
황제가 소녀에게 물었다. “이제 나는 당분간 성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떤가?” 소녀가 말했다. “안 됩니다. 천지에는 열고 닫힘이 있고, 음양에는 베풀고 변화함이 있습니다. 사람이 음양의 법칙과 사시사철의 변화에 따라야 하는데, 지금 성행위를 하지 않겠다 하시면, 정신도 기운도 제대로 퍼지지 못하고 음양의 이치가 닫혀버리게 되는 겁니다. 그걸 어떻게 보강하실 겁니까? 기운을 계속 단련해서, 오래된 것은 내보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다. 평소 음경을 쓰지 않으면 집에서 죽기 마련이니, 늘 ‘도인’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능히 움직이면서도 사정하지 않는 것을 환정법이라고 합니다. 환정법을 쓰고 보익함으로써, 살리는 길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는 황제가 섹스를 한동안 하지 않겠다고 얘기한다. 조루를 치료하려다가 지루가 된 모양이다(…)
지루는 발기 및 성감에는 문제가 없으나 사정에 문제를 느끼는 증상이다. 삽입 시에만 경험할 수도 있고, 삽입 외의 모든 성행위에서 일관되게 겪을 수도 있다. 어쨌든 심리 및 행동치료가 보통 치료법으로 제시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금연과 금주, 그리고 당분간 성행위를 참는 것 등. 아마 황제도 지루 치료를 위해 성행위를 당분간 참으려는 모양.
그러나 우리의 소녀는 단칼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면 안 된다고 한다. 하늘과 땅이 늘 붙어먹으면서(…) 사는 것처럼 사람도 늘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 오히려 그렇게 성관계를 오래 하지 않게 되면 점점 성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소위 ‘초식남’이 되고, 집에서 혼자 외롭게 죽는 것처럼 성관계도 그렇게 죽어가게 될 거라고 일갈한다. 늘 기운을 단련하고 더 좋은 방법으로 성관계를 가짐으로써 정통으로 돌파하라는 것이 소녀의 조언.
여기서 소녀가 늘 하라고 조언하는 도인법이라는 것은 이런저런 운동과 마사지로 기혈 순환을 돕는 웰빙법인데, 음경을 어떻게 도인하라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여기에 사정혐오자 소녀답게 마무리는 다시 한 번 성관계를 하면서도 사정은 하지 않는 방법을 소개하며 마무리하는데, 여기에 간지나는 ‘환정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소녀가 신봉하는 이 ‘환정법’은 사실 당시 정액을 인간의 정수(essence)가 담긴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고대 한의학 서적에는 이런 시각에서 정액을 바라본 예가 상당히 많다. 정자와 난자라는 개념이 없었던 당시에는 ‘아기 씨’라는 표현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 남성의 정액이 여성의 몸속에서 태아로 자란다고 여겼을 것이고, 실제로도 수천만에서 수억에 이르는 정자가 들어 있음을 생각하면 직관적으로는 그럴듯한 얘기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환정법’이 유익한 방법인 것 같지는 않다. 두 사람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될 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그리 이롭지는 않다. 물론 당신이 황제처럼 많은 상대를 거느리고 있다면야 좀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이 연재를 읽고 있을 이유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