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黃帝問素女曰: 吾氣衰而不和, 心內不樂, 身常恐危, 將如之何?
素女曰: 凡人之所以衰微者, 皆傷于陰陽交接之道爾. 夫女之勝男ㅡ 猶水之滅火. 知行之, 如釜鼎能和五味, 以成羹霍. 能知陰陽之道, 悉成五樂, 不知之者, 身命將夭, 何得歡樂? 可不慎哉!황제가 소녀에게 물었다. “내가 기가 쇠약하고 평안하지 못하며, 마음 속이 즐겁지가 않고, 몸이 늘 무섭고 위태롭다. 앞으로 어찌 해야 하는가.”
소녀가 답했다. “보통 사람이 쇠약해지는 것은, 모두 음양의 교접하는 도리에 상한 것입니다. 여성이 남성을 이기는 것은 물이 불을 끄는 것과도 같지요. 알고 행하는 것은 솥에 다섯 가지 맛을 조화시켜 국을 만드는 것과도 같아요. 능히 음양의 도를 알면 다섯 가지 즐거움을 이룰 수 있죠. 이걸 모르는 사람은 요절하게 될 것이니, 어떻게 환락을 즐길 수 있겠습니까? 삼가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소녀경은 요새 상태가 영 안 좋으신 황제의 건강 상담에서 시작된다. “요즘 영 몸도 안 좋고 마음도 불편하고, 이거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이에 패기롭게 외치는 소녀의 한 마디. “님 섹스 개판임.”
이것이 말하자면 소녀경의 ‘프롤로그’인 셈이다.
‘음양(陰陽)의 교접(交接)하는 도리’라는 말로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오늘날의 표현으로 쉽게 말하자면 ‘섹스하는 방법’이다. 한의학은 정신, 신체, 나아가 사회관계 등에서 ‘상대적인 균형’을 중시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그림자[陰]와 태양[陽]의 비유. 음지와 양지가 적절히 균형을 맞춰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섹스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수렴하는 성질의 그림자[陰]과 발산하는 성질의 태양[陽]을 각기 여성과 남성의 성(性)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왜 여성이 음(陰)이고 남성이 양(陽)에 배속되느냐 하면 그건… 다 알잖아!
태양이 너무 강해도, 그림자가 너무 강해도 섹스는 원만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소녀는 이를 “솥에서 국을 끓이는 것”으로 비유한다. 남자를 불, 여자를 물로 비유하자면, 불이 너무 강하면 솥이 타 버리고, 물만 너무 많으면 도통 달아오르질 않는 것이다. 오늘날에야 무척 흔히 접할 수 있는 비유지만 소녀경의 시대적 배경은 시기도 불분명한 고대 어느 시절. 아무래도 이 비유의 저작권은 소녀에게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결국 소녀는 황제가 요새 몸이 영 좋지 않은 이유를, 성관계에서 황제가 상대에 비해 너무 힘을 못 쓴 나머지(…) 물이 아예 불을 꺼 버린 상태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요절까지 경고하는데…
원문
素女曰: 有采女者, 妙得道術.
王使采女問: 彭祖延年益壽之法.
彭祖曰: 愛精養神, 服食眾藥, 可得長生. 然不知交接之道, 雖服藥無益也. 男女相成, 猶天地相生也. 天地得交會之道, 故無終竟之限. 人失交接之道, 故有夭折之漸, 能避漸傷之事而得陰陽之術, 則不死之道也.
采女再拜曰: 願聞要教.
彭祖曰: 道甚易知, 人不能信而行之耳. 今君王御萬機, 治天下, 必不能備為眾道也. 幸多後宮, 宜知交接之法, 法之要者, 在於多御少女而數瀉精, 使人身輕, 百病消除也.소녀가 말했다. “채녀란 사람이 신묘하게 온갖 도리와 방중술을 익혔던 일이 있습니다.”
이에 왕이 채녀에게 명령했다. “팽조란 사람에게 가서, 오래 사는 법을 물어오도록 해라.”
이에 (채녀에게) 팽조가 말했다. “정력을 애호하고 정신을 가꾸고, 음식과 약을 잘 조절하면 오래 살 수가 있다. 그러나 교접하는 법을 잘 모른다면 설령 음식과 약을 잘 먹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지. 남녀가 서로 이뤄지는 건 하늘과 땅이 상생하는 것과도 같다. 하늘과 땅은 서로 만나는 도리를 얻었기에 끝이 나질 않는다. 사람은 교접하는 법을 잊었기에 일찍 죽는 것이고. 잘못된 방사를 피함으로써 음양의 제대로 된 방중술을 익히고 영원히 사는 방법을 얻을 수 있다.”
채녀가 다시 절하고 물었다. “주요한 가르침을 듣고 싶습니다.”
팽조가 말했다. “도는 깊어도 알기는 쉬운데, 사람이 믿지를 않을 뿐이다. 지금 군왕께서 정사를 돌보고 천하를 다스리니 백성들의 도리까지 갖출 수는 없는 듯하다. 다행히 후궁들이 많아 교접하는 법을 알고 있구나. 주요한 방법은, 소녀들을 많이 거느리되 사정은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병이 사라진다.”
소녀가 황제가 캐묻는 게 귀찮아진 모양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채녀란 사람이 잘 안다”며 공을 떠넘기고, 채녀는 죄도 없이 팽조라는 사람에게까지 찾아가서 섹스 잘 하는 방법(…)을 묻는 신세가 되었다.
사실 팽조라는 사람도 신선이다. 이 사람도 뭔가 신기한 사람이라, 하(夏)나라 때의 사람이라고 하더니 뜬금없이 그보다 더 옛날인 황제(黃帝) 시절 이야기에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은(殷) 나라 시절까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그냥 신선이라서 시간 관념 따위 씹어먹는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이 사람이 대단한 점은, 바로 방중술의 대가라는 것. 오늘날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신선인데 섹스의 대가라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섹스의 대가로서 신선이 되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팽조는 섹스를 잘 못하면 건강을 암만 챙겨봐야 소용없다며, 하늘과 땅의 비유를 든다. 하늘과 땅은 낮이고 밤이고 하루 종일 붙어 있는데(…) 끝이 나는 법이 없는데, 사람은 하늘과 땅의 도리를 몰라서 그렇게 하지를 못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실제로 응용할 수 있는 방중술을 드디어 알려주는데, 그게 바로 유명한 접이불루(接以不淚)… 그러니까 섹스는 많이 하되 사정하지 않는 방법이다. 물론 섹스할 사람이 없어서 사정을 못 하는 건 무효다.
거기에 또 덧붙이는 얘기가 ‘소녀’들을 많이 거느리란다. 소녀들을 많이 거느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접이불루’의 방법을 쓰라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소녀는 우리가 아는 그 소녀, 그러니까 걸(girl) 들 맞다.
방중술의 대가라더니 하는 소리가 “어린 여자랑 하세요”라니, 이게 신선이 할 소리인가(…)
그래도 어쨌든 이거야 무려 절대군주 ‘황제’를 위한 조언이니 그러겠거니 하고 넘어가자. 오늘날 이 조언을 적용하자면 즉각 아청법 위반으로 감옥행, 이후 비누를 두려워하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므로 삼가는 것이 좋겠다.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잘 해봐야 카사노바, 자칫하면 간통범(…) 취급을 받게 되므로 그다지 좋을 게 없어 보인다.
어쨌든 이쯤 해서 쓸모없는 조언을 했던 팽조는 잠시 퇴장하고, 하늘이 어떻고 땅이 어떻고 하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얘기도 대강 마무리된다. 그리고 소녀는 삽입시의 마음가짐에 대한 본격적인 조언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