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양현종이 2~3선발급 투수라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는 뉴욕 데일리 찌라시를 전혀 신뢰하지는 않지만, 양현종이 김광현보다 더 많은 포스팅비를 받을 확률이 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엔 이유가 몇 개 있다.
1. 커리어가 김광현이 앞서는 데 무슨 소리냐? 라는 반응이 있던데 포스팅에 커리어를 참작할 이유는 없다. 선수에 대한 투자는 그동안 커리어에 대한 보상으로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 선수에게 기대하는 성적에 맞춰서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니까 과거 류현진과 라이벌 구도를 이뤘던 시절의 김광현의 모습은 비딩하는 팀들에게 있어선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지난 글에서도 다뤘듯 실제로는 라이벌도 아니었지만.
2. 실제 최근 두 시즌을 봤을 때, 양현종은 국내에서 이미 김광현보다 더 나은 투수였다. 그리고 나는 메이저리그 구단 중 대부분이(돌마로라는 별명이 더 익숙한 필리즈의 단장 아마로 같은 분이 계시니 전부는 아닐 테고) 평균자책점과 같은 지표보다는 아래의 지표를 더 신뢰하리라 확신한다.
3. 물론 양현종이라 해서 세부 지표가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지난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메이저리그 투수 중 김광현의 지난시즌 볼삼비(볼넷삼진비율) 1.79보다 떨어진 기록을 남긴 투수는 단 5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양현종의 2.14보다 떨어지는 투수도 12명에 그친다. 그 명단에 든 선수들 중 FIP가 리그 평균 이상인 선수는 단 한 명이다. 그나마 1명도, 리그 평균보다 1% 좋은 정도.
4. 아무튼 중요한 건 현재 어떤 공을 던지느냐인데 양현종은 김광현보다 훨씬 더 안정된 딜리버리(투구동작)를 가지고 있으며, 더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저번에 미국에서 로테이션에 들려면 써드피치의 완성도가 따라줘야 한다고 적었는데 써드피치의 완성도 면에서 양현종과 김광현은 일단 국내에선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5. 한 팀이라도 높게 보는 팀이 나온다면 가격이 올라가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매)의 특성상, 선발투수로 여겨지는 투수에게는 2백만 달러 이상의 포스팅 금액을 적어낼 확률이 높다. 더 나은 성적, 어깨 부상 경력 유무, 더 안정된 딜리버리에 써드피치를 갖춘 투수의 선발투수 가능성을 그렇지 못한 투수보다 더 높게 보고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6. 그러니까 30개팀 전부가 양현종이 선발투수로서 조금이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야 2백만 달러 미만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다. 류현진만큼의 대박은 ‘불가능’하겠지만 – 현 KBO에서 류현진만큼의 대우를 받고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없다.’ – 국내에서의 김광현>양현종 평가와는 다르게 포스팅 비용을 더 많이 받게 될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문단의 맨 첫 문장은 30개팀 전부가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이 글 자체가 완전히 쓸모 없는 글이 되버릴텐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선발투수를 평가하는 기준을 봤을 때, 김광현보다는 양현종을 선발투수로 평가할 기준이 높아보인다.
7.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선발투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이렇다. 스카우트들은 주로 20-80점의 점수를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한다. 50점이 리그 평균 수준, 60점이면 플러스급으로 뛰어나다는 의미이며 70점, 80점은 리그에 몇 없는 정말 특출난 재능이라는 의미다.
1선발 – 60점짜리 구종 2개, 50점의 3번째 구종, 70점의 커맨드, 60점의 메이크업
2선발 – 60점짜리 구종 2개, 50점의 3번째 구종, 50점의 커맨드, 50점의 메이크업
3선발 – 60점짜리 구종 1개, 50점의 구종 2개, 50점의 커맨드, 50점의 메이크업
4~5선발 – 50점의 커맨드가 가능한 2개의 구종, 90마일대의 패스트볼, 그럭저럭 쓸만한 브레이킹볼과 체인지업
8. 그 누가 대한민국에 창의력 넘치는 인재들이 없다고 했던가. 요즘은 존 레스터 등의 수준급 FA 선수들과 연관짓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존 레스터는 2013 월드시리즈 우승팀의 에이스였고 2014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레스터를 영입하려는 팀들은 1~2선발급 투수를 원하는 팀들이다. 레스터를 놓치는 팀들은 맥스 셔져, 제임스 쉴즈 등과 협상을 하거나 해멀스 등의 트레이드를 알아볼 것이다. 레스터가 어디로 가든, 어떤 규모의 계약을 하든 현재로서는 어떤 기준으로 봐도 메이저리그 1~2선발급 투수와는 거리가 먼 양현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아이폰6을 사려 하는 사람들이 재고가 모자른다고 공짜폰을 사진 않는다.
9. 김광현보다 많은 포스팅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보인다고 해서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이 김광현보다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출하게 된다면 30개 팀 중 투수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환경에서 뛰게 될 김광현은 이미 큰 행운을 거머쥐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는 의미는 그만큼 기회가 더 많이 보장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일 뿐 투자한 돈 순서대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