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젠탈에 의하면 샌디에이고가 2m의 금액에 김광현 포스팅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한다. 가고 말고, 보내주고 말고는 SK랑 김광현이 알아서 할 일이고, 몇 가지 생각들.
* 스카우트들이 많이 봤었다고 왜 이것밖에 나오지 않았냐는 반응이 있던데, 극동지역 스카우트들은 한국, 일본에 상주하면서 진출 가능성이 있는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다. 마치 직장인이 회사에 나가고, 학생이 학교에 가는 것처럼 스카우트들이 야구장에서 선수를 지켜보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2m이 최대 금액이라는 것은 단지 그 스카우트들의 평이 좋지 못했다는 의미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중계에서 관중석의 외국인 스카우트들을 너무 비춰주고 너무 의식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들이 칭찬한다면 그게 기분 좋은거지 와서 경기를 보는 것엔 의미부여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 전성기 때의 김광현이라 해도 류현진과 같은 카테고리에 묶일 레벨의 투수는 아니었다. 류현진의 뒤에는 한화의 수비진이 있었고, 전성기 김광현의 뒤에는 KBO 최상의 수비를 보여주던 SK의 수비진이 있었다. 손해 본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이 이득을 본 김광현보다 낮았으며, 탈삼진이나 볼넷 비율에서도 그 둘은 급이 다른 선수였다.
* 하물며 부상 이후의 김광현은 말할 것도 없다. 올 시즌 평균자책 2위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볼삼비는 1.79에 그쳤는데 지난 시즌 기준 메이저리그 30개 팀에서 규정이닝을 채우고 볼삼비가 1.79에도 못 미친 투수는 단 5명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한국에서의 성적이 그대로 미국에 적용될 리는 없다. 성공한 류현진조차도 한국에서의 마지막 해보다 미국 진출 이후 볼삼비는 떨어졌다. 한국에서의 볼삼비를 그대로 옮겨놓더라도 심각한데 그게 오히려 더 떨어진다면…
* 김광현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두 가지의 구종을 던지는(다른 구종은 말 그대로 ‘그냥 던질 줄 아는 수준’) 투피치 투수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구종은 쓰리피치 이상으로 세 번째 구종의 완성도에 따라 선수의 평가는 크게 달라진다. 물론 사실상 투피치인 선발투수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그 선수들은 대부분 각각 구종의 완성도가 높으며, 제구력이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팀이 협상권을 가지게 되는 포스팅시스템상, 한 팀이라도 높게 봤다면 이것보단 더 높은 금액이 나왔을 테니 대부분의 팀은 김광현을 선발이 아닌 불펜 혹은 그냥 별 생각 없이 긁는 로또로 봤다는 의미가 된다.
*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고 이젠 긍정적인 요소들. 샌디에이고의 홈구장 펫코파크는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최고의 투수친화구장이다. 덕분에 타자들은 큰 손해를 보는 구장이지만 투수로서 가는 거니까 이는 무조건 이득일 수밖에 없다.(선발 진입 시 득점지원은 문제가 되겠지만 어차피 승을 보는 시대는 지났다.)
* 파드리스의 투수코치 대런 바슬리는 다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의 투수들을 갱생시키거나, 메카닉 수정 등을 통해 더 나은 투수로 만든 전례가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펫코파크 등의 버프와 함께 샌디에고 파드리스는 투수에게 있어서 득점지원을 제외하고는 최상의 조건을 모두 갖춘 팀이다.
* 자존심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오키도 1.5m 받고 갔다. 자존심이 그렇게 상한다면 가서 보란듯이 잘해 아오키처럼 성적으로 ‘니들이 틀렸잖아’ 라는 걸 보여주면 된다. NBA의 폴 피어스가 드래프트 되고 나서 ‘나를 지나친 9팀을 후회하게 해주겠다’라고 한 후 진짜 후회하게 만들어 준 것 처럼, 포스팅 금액을 낮게 부르거나 입찰하지 않은 팀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는게 진짜 자존심을 세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남자답잖아. 아님 말고.
* 어차피 결정은 SK와 본인이 하는 것이고, 난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도 없고 상관도 없는 일이지만 나는 그동안 꿈을 찾아 간다는 사람들을 대부분 응원했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