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브랜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들이 필요하다. 뉴스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행한 칼럼을 읽고, 더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논문도 찾아보고, 직접 서점에 가서 관련 책들에 나오는 정보들을 얻기도 한다. 요즘에는 유튜브나 SNS에 올라와 있는 정보까지 있으니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폴더 하나가 수백 개가 넘을 정도의 문서를 찾을 수도 있다. ‘
그뿐인가? 이제는 챗지피티나 클로드 같은 AI를 활용해 검색 없이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고급 정보들을 찾을 수가 있다. 브랜드에 관련된 정보가 뉴스나 브랜드 관련된 분들의 인터뷰가 전부였던 시절을 생각하면 흘러넘칠 정도의 정보량이다.
하지만 이렇게 정보의 양이 늘어났다고 우리가 브랜드를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을까? 브랜드를 바라보는 눈이 더 넓어졌을까? 몰랐던 부분까지 세세하게 샅샅이 다 알았다고 과연 브랜드가 가진 문제점이 잘 드러나게 됐을까?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량만큼이나 브랜드 컨설팅의 전문성과 인사이트 수준이 올라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물론 쉽게 정보를 취합할 수 있어 자료 조사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쌓아두기만 한다면 그건 그저 하나의 텍스트 뭉치일 뿐이다. 맥락 없이 늘어놓은 문서들은 헌책방에 먼지 수북하게 쌓여있는 책들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작정 자료 수집을 하고 찾을 것이 아니라, 자료 조사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어디서 찾아야 원하는 만족할 만한 자료들을 찾을 수 있을지를 미리 철저히 계획해야 한다.
1. 찾아야 할 자료들이 어떤 목표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기
정보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브랜드를 파악할 때 중요한 정보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브랜드의 문제가 고객 인지도에 있는데, 브랜드의 품질에 대한 정보만 가득하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또한 브랜드의 이미지와 메시지에 문제가 있는데 브랜드가 가진 기술적인 문제에 관련된 사항들만 잔뜩 찾는다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질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선 브랜드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상태에 있는지 현재를 어느 정도 진단해 본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야 한다.
2. 정보들을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찾아야 할지 생각해 보기
어떤 경우에는 전문적인 학술논문이나 관련 저자의 책이 더 도움이 된다. 또 다른 경우에는 유튜브의 가벼운 인터뷰가 브랜드를 파악하는 데 더 도움을 주기도 한다. 조사 시간 시간이 충분하다면 브랜드 관련 사람들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보는 게 논문 다섯 편을 읽는 것보다 도움을 주기도 한다.
브랜드의 결을 잘 파악할 수 있고 설명해 줄 사람이나, 정보처를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경로를 통해 많은 정보를 찾아 헤매는 일은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다.
3. 찾은 정보들은 어떤 맥락으로 분류할지 생각해 보기
목표에 맞는 정보를 찾았다면 정보들 사이의 유사성과 연관성 등을 살펴야 한다. 각각의 정보들은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맥락이 있다.
맥락을 찾아야만 정보에 가치가 생긴다. 맥락에 맞는 기준으로 정보들을 엮어내면 그 정보들은 그저 하나의 실이 아니라 실로 짜여 만들어낸 작품이 된다. 의도한 생각의 형태로 자료를 분류해 가야 한다.
4. 분류한 정보들을 어떻게 재구성, 재조직해서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 보기
맥락에 맞게 잘 분류한 정보들은 관찰한 인과관계를 따져가며 새롭게 재구성하고 재조직해야 한다. 그렇게 의미가 있는 형태로 재구성된 정보들은 브랜드를 정확하게 조금 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우리 식으로 완전히 이해된 자료들은 하나의 정보로 머물지 않고 우리의 지식이 된다. 정보가 지식이 되면 같은 분야가 아니더라도 유사한 상황의 브랜드를 분석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에든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우리가 자료 조사를 하는 이유는 ‘자료’ 그 자체가 아니다. 자료 조사를 통해 우리의 목적에 맞는 좋은 자료들을 모으는 것이다. 찾은 자료의 양만으로는 브랜드를 설명하고 분석하는 데 절대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브랜드가 가진 맥락과 맞닿은 자료들만이 정보로서의 의미가 있다.
꽃이라는 존재도 내가 꽃을 인식하고 불러주고 가꿔야만 의미가 생기지 않은가. 브랜드에 필요한 정보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필요한 정보들을 찾아 나서고 주위 깊게 살펴보고, 관찰하고, 분류하고 우리가 자료 조사를 하는 목적에 맞게 구성해야만 그 자료들이 우리에게 생생하게 다가와 우리에게 진정 필요하고 의미 있는 지식이 된다. 그렇지 않는 자료들은 그 자체로는 하나의 정보 뭉치와 다름없다.
원문: 우현수의 브런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