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인해 동물원의 안전관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동물원의 동물이 사람의 관심사가 되었다.
반려동물을 제외한 인간 이외의 동물을 볼 수 없는 도시라는 공간은 그다지 자연스러운 공간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보러 동물원에 간다. 그리고 갇혀 있는, 일상에 볼 수 없는 동물을 구경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잠깐 동안 동물을 구경하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그 생각들을 모두 적어보면 그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당신은 동물원에 왜 가시나요? 또 무엇을 느끼셨나요?
많은 학생들은 동물원에서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고 많은 동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말로 학생들이 그 동물을 알게 되었을까? 그 누구도 어떤 동물을 잠깐 보고서 그 동물을 알 수는 없다. 이것은 세상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누구도 그 누군가를 잠깐 보고서 그를 알 수는 없다. 그에 대해서 알려면 그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을 시간을 두고 보고 겪어 봐야지 알 수가 있다. 동물원의 동물들 또한 마찬가지다. 여기에 구경거리가 된 동물들 그리고 돈벌이의 수단으로 오락 산업에 이용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하나있다.
동물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내고 있는 책공장더불어에서 펴낸 『동물 쇼의 웃음 쇼 동물의 눈물』이다.
동물에게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우리 인간 또한 동물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것은 음식과 물, 쉴 곳 그리고 자연스럽게 걷거나 뛰거나 기어오르거나 날거나 헤엄치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다.
또 무리를 짓는 동물은 무리를 지어야 하고 하루 하루를 무엇인가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에게는 먹을 것은 공급되지만 그 이외의 것은 ‘부재’이다.
서대문에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가보면 일제치하에 독립군을 잡아서 고문하는 여러 가지 형틀을 볼 수 있다.
또 독립운동을 한 사람을 잡아서 가두는 감방이 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독방이 있다. 이 독방은 사람을 며칠씩 가두어 놓는 것 만으로도 혹독한 고문의 역할을 했다.
그것은 꼼짝할 수 없는 공간에 갇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한 곳에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동물들 또한 다르지 않다.
코요테나, 늑대, 곰, 호랑이 등은 며칠 만에 수백 킬러미터를 여행하는 동물이다. 또 돌고래는 수백 킬러미터를 헤엄치는 동물이고 독수리는 수백 킬러미터를 날아다니는 동물이다.
돌고래와 독수리는 물질 한 번에 또 날개 짓 한 번에 수백 미터를 이동한다. 그런데 이런 동물들이 갇혀있는 공간은 기껏해야 몇 십 미터다. 날개 짓 한번 제대로 할 수 없는 공간이다.
우리가 쉽게 찾아 갈 수 있는 서울대공원과 같은 동물원은 그나마 시설이 훌륭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매우 많은 동물들이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이들 동물을 화려한 조명 속에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조명이 꺼지고 관객이 돌아간 후에 그 동물들의 삶은 혹독하고 비참하다.
1997년 8월, 미국 뉴멕시코 주의 경찰관들은 고속도로 위에 주차된 앞뒤로 흔들리고 있는 킹로열 서커스단의 트레일러 한 대를 발견했다. 더러운 트레일러에는 더위를 먹은 어린 아프리카 코끼리가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었다.
환기가 안 되는 트레일러 안에는 코끼리 두 마리와 라마 여덟 마리가 있었는데 실내 온도는 섭씨 49도씨였다. 또 캐나다 온타리오 서커스단의 불곰은 나이가 들어 힘이 세져서 다루기가 힘들어지자 10개월 동안 트럭 뒤 칸에 가두어두고 단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호랑이와 같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은 하루 중 75~99퍼센트를 한평 가량의 좁은 맹수 수레에서 지낸다.
사나운 동물이 좁은 공간에 갇혀있다면 코끼리와 같이 유순한 동물은 그나마 밖에 풀어져있다. 하지만 발목이 1~2미터의 쇠사슬에 묶여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된다.
영국의 동물보호단체 애니멀디펜더스는 서커스단의 코끼리가 하루 중 98퍼센트를 사슬에 묶여서 지내는 현실을 밝혔다. 위와 같이 서커스단의 동물들은 공연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은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낸다. 또 이들 서커스 동물의 훈련은 고문의 연속이다.
코끼리는 끝이 뾰족한 쇠갈고리로 된 불혹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말을 듣지 않으면 귀 뒤와 얼굴, 다리 뒤 등 예민한 부분을 찌른다. 또 호랑이는 전기 충격기로 충격을 주거나 몽둥이로 때린다. 이렇게 조련사들이 동물을 심하게 다루는 것은 동물이 조련사의 신호에 맞춰 정확하게 재주를 부리지 않으면 능력이 없는 조련사로 여겨져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커스 외에 영화에 출연하는 다양한 동물들의 삶도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1924년 영화 <벤허>를 촬영하는 동안에 적어도 100마리 가량의 말이 죽었다. <돌아온 래시>의 콜리종 래시, <벤지>의 주인공 벤지, <꼬마 돼지 베이브>의 베이브, <내 이름은 던스턴>의 오랑우탄 새미 등 많은 유명한 동물 연기자들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 TV 광고에 동물을 대여해 주는 사업은 수익성이 매우 높지만 촬영이 없을 때는 대부분 좁은 우리에 갇혀 지내거나 때로는 충분한 영양공급 조차 받지 못한다. 2009년 영화<해리 포터>에 등장한 올빼미의 주인은 동물에게 17가지 잔혹한 행위를 했다고 기소되었다.
또 자연 다큐멘터리에는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제작자들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면을 조작한다. 가령 1958년 디즈니에서 촬영한 영화 <화이트 윌더니스>는 레밍이 대이동하는 속성을 보여준다면서 레밍을 절벽 아래로 몰아서 레밍떼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영화에 대한 기억으로 많은 사람들은 레밍은 대장이 물속으로 뛰어들면 따라서 물속으로 뛰어들어 죽는다고 생각한다. 또 초원에서 호랑이와 뱀이 만나 싸움을 하는 장면을 찍는 데 초원에서 호랑이나 뱀은 서로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서로 피해서 가지 싸우지를 않는다. 그런데 호랑이와 뱀을 싸우도록 만들어 놓고 촬영을 한다.
동물이 이용되는 영역 중에 다른 영역보다 열광적인 영역이 있다. 그 영역은 동물을 이용해 돈이 오고가는 경주를 하는 영역이다. 이 영역은 경마나 경견과 같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있지만 투견이나 투계처럼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있다.
개 경주는 대부분 도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경견장의 그레이하운드는 늙거나 부상을 당해서 돈을 벌 수 없게 되면 죽음을 맞는다. 개들이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3~4년이고 그 이후에는 관리하는 데 경제적인 부담만 있기 때문에 폐기 처분된다. 그렇게 죽임을 당하는 개들이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수천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에 참가하는 개들은 경기가 끝난 이후에는 아주 좁은 우리에 갇혀 지낸다.
또 합법적으로 열리는 경마에 참가하는 말들도 위험에 내몰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미국 기수협회에 따르면 미국 경마장에서만 2008년 한 해 동안에 1,200마리 이상의 말이 죽었다. 경마 또한 돈이 오가기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지면 은퇴하게 된다. 말의 수명은 30년 정도인데 경주마는 고작 4~5년 정도 뛰다가 은퇴한다. 은
퇴한 말들은 도살장으로 보내지거나 일반인에게 팔리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은 신경이 예민하고 쉽게 흥분하는 경주마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 말 보호단체인 말옹호자(Equine Advocates)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해마다 12만 마리 이상의 말이 도살장으로 간다고 한다.
동물이 사람과 싸우거나 동물끼리 싸우도록 강요당하는 경기를 피의 스포츠(Bloodsport)라고 하는데 이런 경기는 지역적 특성이 강해서 한 지역에서는 금지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허용되기도 한다. 그런 대표적인 경기가 투우와 투견, 그리고 투계, 소싸움과 같은 것들이다.
또 파키스탄에서는 곰의 이빨과 발톱을 모두 뽑아 놓은 상태에서 개들이 공격하도록 시키는 곰 괴롭히기(bear-baiting)라는 경기가 성행하고 있다. 투우의 경우 세계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해마다 약 25만 마리의 수소가 투우 산업에 이용되다가 죽는다.
다양한 동물이 쇼동물 또는 오락동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동물의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대부분 천덕꾸러기가 되어 최소한의 영양조차 공급 받지 못하고 좁은 철창에 갇혀 지내거나 폐기처분된다.
무대 뒤에 있는 쇼동물들이 이러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알 때 우리가 과연 지금처럼 서커스나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며 즐거워할 수 있을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도 하나의 생명으로써 쇼 동물이 다른 생명이기는 하지만 그 생명이 받는 고통이라는 것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오락 산업에 이용되는 동물들을 대할 때 과연 그 동물들이 최소한의 복지는 누리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동물에 대한 이해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그 동물을 보고서 그 동물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지 한번 스쳐 지나면서 그 동물을 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스쳐지나는 눈요깃감으로 동물을 비좁은 공간에 가두는 것이 생명에 대한 예의인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투견은 불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소싸움은 동물보호법에 예외 조항으로 허용하고 있다. 소는 짝을 차지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싸움을 좋아하는 동물이 아니다.
그런 동물을 경제적인 이윤을 목적으로 싸움을 시키는 것은 명백히 동물학대행위이다. 그런데 그런 동물학대행위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허용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윤을 얻기 위해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동물을 보호하려고 제정된 법이 동물학대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모습이 오늘날 우리의 동물보호의식의 현주소라는 생각을 해본다.
원문 : 태양 아래 사람이 머무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