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rtr의 「Enterprise De Luxe」를 번역한 글입니다.
필수품이 된 명품
명품은 필요성을 따지지 않고 사는 필수품이다.
코코 샤넬이 말한 바 있다. 사람들이 왜 30달러짜리 시계와 같은 시간을 알려주는 3만 달러짜리 시계를 사는지 이해할 수 없는 구식 경제학자들에게는, 확실히 황당한 표현일 수도 있다. 물론 그 답은 “할 수 있기 때문에”와 “기분이 좋기 때문에”다. 지극히 인간적인 두 가지 이유가 결합된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유는 지난 10여 년 동안 더욱 강력해졌다. 당연히 명품 소비는 경기가 좋을 때 경제의 다른 분야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GDP가 3%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명품 소비는 20% 급감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2021년에 들어서면서 명품 소비는 더욱 강하게 반등했다. 명품 시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연간 3,7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Bain&Co. 데이터 기준)
중국의 부상
지난 10년 동안 소비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불과 20년 만에 1인당 GDP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제 삶의 값진 것들을 한꺼번에 즐기는 거대한 중산층과 상류층이 생겨났다. 실제로 명품 애호가들은 2030년이 되면 중국이 전 세계 명품 구매의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도 이러한 성장세를 잘 인식하고 있다. 샤넬, 디올, 에르메스(2만 유로짜리 핸드백의 경우 대기자 명단이 있을 정도다)는 더 많은 양보다 더 높은 가격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고소득층이 여전히 명품의 최대 소비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매력
실리콘 밸리에는 기술이 있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스칸디나비아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명품에 관해서 프랑스만큼 잘하는 나라는 없다.
LVMH, 에르메스, 디올, 에실로룩소티카, 케링 등이 모두 프랑스 기업이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총 1조 유로가 넘는다. 상장된 명품 기업 상위 20개의 시가 총액이 약 80%를 차지한다.
지난 12개월 동안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의 가치는 급등했다. LVMH의 주가는 62%, 에실로룩소티카는 21%, 에르메스는 96% 상승하면서 파리 증권 거래소가 런던의 왕좌를 빼앗고 유럽의 가장 큰 거래소로 부상하는 데 기여했다.
프랑스 명품의 역사는 중세 명품 구두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뜨 꾸뛰르의 탄생은 루이 14세의 궁정에서부터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루이 14세의 오랜 통치 기간 동안 프랑스 직물과 보석 산업은 호황을 누렸다. 이때 제작된 제품들은 프랑스산 소재만으로 만드는 것을 고집하기도 했다.
17세기와 18세기에는 당시 부유함의 상징이었던 고급 거울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1830년 7월 혁명이 일어나고 프랑스에 중산층이 생겨나자, 지금 누구나 알 수 있는 최초의 명품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837년 에르메스가 설립되었고, 1847년 까르띠에, 1854년 루이비통이 나타난 것이다.
핸드백 제국
그 이후로 프랑스의 명품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2012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270개의 ‘일류’ 명품 브랜드 중 무려 130개가 프랑스 브랜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휴고 보스, 이탈리아의 프라다, 코치와 케이트 스페이드를 소유한 미국의 태피스트리 등 전 세계의 다른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는 빛을 발하고 있다.
실크 스카프와 버킨 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의 기업 가치는 현재 2,090억 유로에 달한다. 이는 프랑스의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의 20배가 넘는 가치이며,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에르메스도, 프랑스 명품의 진정한 거인인 베르나르 아르노를 세계 최고 부자로 만든 LVMH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명품 기업
1987년 루이비통과 모엣 헤네시가 합병한 후, LVMH는 명품 세계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성장했다. 다양한 브랜드를 흡수하고 몸집을 불려 지금은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 거대한 중력은 가족 소유의 소규모 명품 회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회사의 75개 브랜드, 즉 ‘하우스’로 구성된 회사의 포트폴리오에는 원래 이름을 딴 브랜드뿐만 아니라 지방시, 마크 제이콥스, 펜디, 태그호이어, 티파니&Co. 등의 유명 브랜드가 포함되어 있다.
이 포트폴리오는 다재다능한 딜메이커 아르노가 한 지붕 아래 끌어모은 것이다. 그는 파산한 프랑스 섬유 상인에게 1,5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하이패션 업계에 진출해 ‘캐시미어 속의 늑대’로 불린다.
캐시미어 속의 늑대
아르노의 천재성은 고급스러움과 탐나는 희소성, 두 가지 제한된 제약을 해결하는 데 있었다. 그는 하나의 브랜드는 유통의 희소성을 통해서만 프리미엄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운영 및 재무적 이점을 공유할 수 있는 여러 개의 브랜드가 모이면 엄청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한정 생산을 위한 공장 개조, 값비싼 마케팅 캠페인, 엄청난 매장 임대료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이 업계에서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아웃소싱을 하고 싶은 유혹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통제권을 가져온 후 LVMH는 자체 생산을 위한 노력을 배가했다. 아르노는 이렇게 말했다.
공장을 통제하면 품질을 통제할 수 있고, 유통을 통제하면 이미지를 통제할 수 있다.
이러한 집중과 디자이너의 대담함에 대한 신뢰, 냉혹한 거래 성사 능력이 결합되어 강력한 조합을 이루었다.
LVMH가 명품 분야에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는 흥미로운 질문이다. 명품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오랜 역사를 거쳐야 자리 잡을 수 있으며, 독립적으로 유지되는 브랜드는 그 지위를 치열하게 지켜나간다. 예를 들어, 샤넬과 롤렉스는 몇 안 되는 독립적인 글로벌 명품 브랜드 중 하나다.
아르노는 회사의 범위를 넓히려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럭셔리 여행과 호텔 분야에도 진출했다. 아르노가 실제로 얼마나 부자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추정에 따르면, 그의 순자산은 2,000억 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만약 아르노가 잠도 자지 않으면서 매시간 100만 달러를 쓰고, 이자나 투자로 한 푼도 벌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그의 전 재산을 모두 소비하는 데 23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재산을 소비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아르노의 최근 관심사는 승계에 있다. 이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HBO 쇼가 아니라, 아르노의 다섯 자녀가 모두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LVMH의 실제 이야기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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