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에서 제니로 바뀌었습니다
컬리의 새로운 뮤즈가 등장하였습니다. 뷰티 전문 플랫폼 ‘뷰티컬리’를 지난 7일 새로이 선보이면서, 모델로 블랙핑크의 제니를 택한 건데요. 과거 초기 스케일업 과정에서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하여 큰 효과를 거둔 컬리 답게 이번에도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광고는 정말 감각적이다라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아직 못 보셨다면, 이번 기회에 한 번쯤은 봐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컬리는 이번 뷰티컬리 론칭을 기점으로, 브랜드명도 기존 마켓컬리에서 컬리로 바꾸는 등 정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투자 시장에서 수익성 문제를 계속 지적받는 와중에도, 한해 광고료가 수십억 원에 달한다는 제니를 발탁한 것 역시 어떤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컬리는 뷰티와 제니에 이렇게 진심인 걸까요?
컬리는 오늘보단 내일을 삽니다
솔직히 정말 당장의 상장 그 자체만 본다면 이번 뷰티컬리를 향한 투자는 악수가 분명합니다. 단기적으로 적자 규모는 분명 늘어날 게 분명하고요. 특히 올해 4분기 실적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 투자로 인해 큰 구멍이 생겼을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비즈니스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 뷰티 카테고리 확장은 너무나도 적절한 선택입니다. 뷰티 상품은 배송 차량의 운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주문당 수익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컬리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새벽 배송이라는 서비스 특성상 차량 운영에 제약이 많다는 점입니다. 쿠팡의 로켓 배송은 하루에도 수차례 배송을 돌 수 있기 때문에, 물량이 늘어나면 손익 개선 폭도 크기 마련인데요. 새벽 배송은 심야 시간 내 1번 정도만 딱 돌 수 있기 때문에, 차량 내 물리적인 한계 이상의 효율화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뷰티 상품은 이러한 차량 운영 효율성 고민에 있어서는 최고의 솔루션이라 부를 만합니다. 우선 대부분의 상품이 부피가 작기 때문에, 차량 한 대에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고요. 크기는 작지만, 평균적인 가격은 오히려 높기 때문에, 개별 주문 건단가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뷰티인지는 알겠는데, 또 하필 모델은 제니여야 했던 걸까요. 컬리의 고객 연령 구성비를 보면, 이번 모델 선정의 노림수가 확실히 보입니다. 컬리의 메인 고객은 3040 여성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뷰티 시장에서 있어선 메인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뷰티 버티컬의 최강자 올리브영의 핵심 고객은 역시나 20대이기 때문인데요. 컬리는 Z세대에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빅모델 제니를 기용하여 더 영한 타깃을 공략하려 한 겁니다. 이는 곧 뷰티컬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올리브영을 향한 견제구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처럼 더 어린 고객에게 적합하다는 특성에서 뷰티 카테고리가 가지는 또 다른 가치가 드러납니다. 이는 컬리 고객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고, 미래 고객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와 같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에 핵심 타깃이 될 고객을 미리 선점하는 것은 상당히 유용한 전략입니다. 쿠팡이 현재의 위치에 오르게 만든 전략 중 하나도, 기저귀와 육아용품을 통해 주부 고객을 선점하는 것이었거든요.
올리브영보다 긴장해야 할 곳은
앞으로 뷰티컬리는 ‘백화점 1층 화장품 새벽 배송’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이 또한 영리한 접근법이라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는 시장 1위 올리브영도 커버하지 못하고 있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고객을 공략은 하되, 집중하는 상품군을 분리하여, 보다 안정적인 초기 시장 진입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마 뷰티컬리의 등장에 더 긴장할 곳들은 아마 백화점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이 아닐까 싶습니다. SSG나 롯데온은 명품뿐 아니라 럭셔리 뷰티 브랜드들도 주요한 성장 동력으로 여기고 있었는데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진 컬리가 본격적으로 판에 뛰어들면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뷰티컬리가 무조건 성공할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컬리가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컬리 만의 차별화된 상품에 새벽 배송이란 편의성까지 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벽 배송은 화장품에 있어서는 식료품만큼의 메리트는 없고요. 더욱이 상품 소싱 측면에선 오히려 후발주자인 컬리가 불리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뷰티컬리가 무언가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투자한 만큼의 실제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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