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1인 사이드 프로젝트로 노션 템플릿 사이트, 노션박스를 운영해왔다. 노션박스는 직접 만든 다양한 노션 템플릿을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웹사이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만들길 좋아하다 보니 혼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해 온 프로젝트는 처음이었다. 약 1년이란 시간 동안 학교와 회사라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프로젝트를 끌고 온 이유는 프로덕트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저에게 사랑받는 프로덕트를 만들었다는 신호는 PM에게 가장 좋은 원동력이다. 잠시 시간을 내서 최근의 기록을 남겨본다.
프로덕트가 떠오른 순간
재미를 목적으로 1인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왔지만, 많고 많은 아이템 중에서 왜 하필 노션이었을까? 과거, UGC (User Generated Content) 시장을 다루는 아티클을 본 적이 있다. 아티클에서 굿노트의 사례가 나왔는데, 굿노트 유저가 직접 다이어리, 스티커 템플릿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굿노트 다꾸 시장을 소개했다.
굿노트의 다꾸와 노션, 모두 같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 같은데 왜 노션 템플릿 시장은 없을까? 주변에서 노션을 활용해 일기를 쓰거나 일정을 관리하는 분들이 많았고, 다꾸와 비슷한 목적으로 노션을 쓰고 있다고 느꼈다. 동시에 국내에서 ‘노션 템플릿 시장’을 처음 형성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Joey를 운영하시는 대표님의 인사이트로 해외에선 노션 템플릿 시장이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노션박스를 처음 구상할 당시 해외 사례는 찾아보지도 않았다. 사이드 프로젝트니까 어떠한 전략도 고민하지 않고, 재밌어 보이는 걸 바로 하자는 마인드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런 마인드로 했다가 재미만 보고 망한 프로젝트가 한두 개가 아니다.
프로덕트를 개발 없이 만들기까지
프로덕트를 완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프로덕트를 가볍게 만들어서 검증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 ‘개발’이란 수단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린’, ‘가설 검증’과 같이 개발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흐름이 생겼고, 다양한 노코드 툴이 보급되면서 프로덕트의 개발 의존도가 떨어졌다. 이러한 탈 개발 트렌드는 1인 사이드 프로젝트를 가능케 만들었다.
빠른 가설 검증에 최적화된 사람이 되고자 다양한 노 코드 툴을 혼자서 공부해왔고, 덕분에 개발 없이도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노션박스도 노션, 자피어, 탈리 등 다양한 SaaS 툴을 접목시켜서 만든 프로덕트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웹사이트처럼 보이지만, 백스테이지 단에는 다양한 툴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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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가 알아서 찾아오기까지
노션박스가 ‘유저에게 사랑받는 프로덕트’라고 생각한 이유는 매우 심플했다. 어떠한 액션을 취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재미를 목적으로 시작한 1인 사이드 프로젝트라서, 여기에 큰돈을 쏟기 싫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 수 있도록, SEO를 잘하는 일뿐이었다.
당연히 서비스를 처음 런칭했을 때, 별도의 유입은 없었다. 새로운 템플릿을 추가할 때마다 노션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커뮤니티로부터 유입되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서비스를 런칭하고 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갑작스럽게 유입이 폭발했다. 이때 대다수의 유입이 구글 검색을 통해 들어왔다. SEO가 워킹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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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가 워킹한 이후, 매주 약 200명의 유저가 검색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거의 80% 정도의 유저가 검색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유저가 알아서 찾아오는 서비스로 완전히 자리 잡혔다.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유저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이 서비스를 사람들이 돈 주고 사용하는가?
서비스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지도 중요하지만, 찾아온 사람들이 돈을 내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애초에 돈을 벌 수 없는 서비스면, 지속되기 어렵다.
이전까지 모든 템플릿은 무료였고, 많은 사람들은 무료 템플릿을 다운로드했다. 그러면 무료가 아닌 유료 템플릿도 사람들이 구매할까? 실험을 위해 ‘크티’라는 크리에이터 마켓 플레이스 서비스를 이용해, 기존의 무료 템플릿 중 일부를 유료로 판매해봤다. 매출의 발생 유무에 따라서, 사람들이 돈을 내면서까지 쓰고 싶은 서비스인지 아닌지 검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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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유료 템플릿을 판매하자마자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며 템플릿을 구매했다. 가격 실험을 약 2개월 동안 진행해왔는데 매일 템플릿이 판매되고, 매출이 꾸준하게 발생했다. “서비스를 사람들이 돈 주고 사용하는가?”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B2B 서비스로 확장하기까지
사용자도 찾아오고, 매출도 발생하고 있다. 다만, 이 수치가 급격히 변화하지는 않았다. 검색 유입은 일정했고, 매일 발생하는 매출도 일정했다. 현재 서비스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넥스트 액션은 무엇을 해야 할까? 현재 서비스를 개선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문득, 이전 토스 강의에서 접한 Carrying Capacity가 떠올랐다. 해당 강의에서는 CC 규모를 늘리기 위해선 ① Inflow를 늘리거나 ② Chrun Rate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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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서비스가 앱처럼 주기적으로 접근하는 서비스는 아니기에, Chrun Rate를 개선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노션박스의 서비스 특성상, CC를 효과적으로 늘리기 위해서 Inflow를 늘려야 했다. Inflow를 늘리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노션박스에서 추가하기로 했다.
어떤 서비스를 추가해야 할지 고민했고, B2B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노션박스를 처음 런칭할 때, 내 인생에 큰 영향력을 끼친 PO님에게 이야기를 드리니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해보는 건 어떻냐는 의견을 주신 적이 있었다. 실제로 메일을 통해 기업 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기도 했고, 기업을 타겟으로 한 템플릿의 다운로드 전환율도 높은 편이었다.
새로운 팀원을 모집하기까지
B2B 서비스는 B2C와 결이 다르다. B2B 서비스의 경우, 고객 개개인이 창출하는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케어를 해야만 한다. 기존 노션박스의 템플릿은 딱히 고객에 의존하지 않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작업을 하면 됐지만, B2B는 상황이 다르다. B2B 고객과 꾸준하게 연락을 해야 하며, 즉, B2B 서비스를 런칭하기 위해 그만한 고객 관리 리소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창업을 하고 있기에 B2B 서비스에 그만한 리소스를 쏟는 게 사실상 힘들었다.
기업 고객 관리 리소스는 필수적인데, 내가 투자 가능한 리소스는 한정됐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했다. 서비스에 투자하는 총 리소스를 늘리면 된다. 즉, 1인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이제는 함께 리소스를 투자할 수 있는 분을 모셔오면 됐다. 노션 기업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팀원을 모집했고, 감사하게도 노션 전문가 4명이 합류하게 됐다.
창업과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이유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창업도 하고 있는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돼?
본업은 창업이기에 우선순위가 여기에 더 높을 수밖에 없고, 몸을 갈아가며 여유 리소스가 생길 때마다 프로젝트에 쏟고 있다. 왜냐하면, 창업과 프로젝트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전혀 다르며, 결과적으로 나의 성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진행 중인 창업 서비스는 아직 PMF를 검증하기 전 단계로, 여러 가설을 검증해야만 한다. 반면, 현재 프로젝트는 PMF를 검증한 후의 단계에 있다. 유저가 꾸준하게 찾아오고, 심지어 돈을 내면서까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기에, PMF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판단했다.
PMF 검증 유무에 의해서 액션은 크게 달라진다. PMF를 검증하기 전이라면 다양한 가설을 설정하고, 이 가설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PMF를 검증한 후라면, 이 서비스를 그로스 하기 위한 액션에 초점이 맞춰진다. 개인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경험이다. 그리고, 창업 팀은 PMF 검증 전 단계의 경험을, 프로젝트는 PMF 검증 후 단계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렇게 개인의 성장에 큰 영향을 주는데, 리소스를 갈아 넣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성장을 갈망하는 만큼 리소스를 갈아 넣어서 둘 다 가져가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 물론 몸이 갈려나가고 있다.
원문: FameLee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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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pikisuperstar /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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