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참복과의 바닷물고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 몸은 똥똥하고 비늘이 없으며 등지느러미가 작고 이가 날카롭다. 적에게 공격을 받으면 물 또는 공기를 들이마셔 배를 불룩하게 내미는 특색이 있다.
고기는 식용하나 내장에 맹독(猛毒)이 있어 조리를 잘못하면 중독을 일으킨다. 가시복, 검복, 꺼끌복, 매리복, 밀복, 황복, 흰점복 따위가 있다.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먹으면 사람이 죽습니다, 근데 이제 미나리를 곁들인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졸복 뼈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복어를 먹어 왔다고 볼 수 있어요. 고대 이집트 왕릉의 벽화에서도 복어가 발견되는데요, 이집트인들도 복어를 먹었거나 복어 독을 이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죠.
복어 식용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2세기 진나라에서 발견되는데요. 『산해경』에는 ‘폐어(肺魚), 이것을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 『논형』에는 ‘사람을 죽인다’라고 쓰여 있고, 당대의 시인인 소동파는 ‘복어의 그 맛 목숨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했죠.
우리나라 기록은 순조 14년(1814년)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등장합니다. 까치복에 대하여 ‘심한 독이 있어 3월 이후에 복어를 먹어서는 안 된다’라고 쓰여있죠.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그 맛과 위험성, 미나리와 곁들인 식용법 등이 소개되어있죠.
내 이름은 성종, 탐정이죠
세종 6년(1424년), 전라도 정읍에서 복어 독을 이용한 살인사건이 있었어요. 정을손이라는 자가 딸, 후처, 사위에게 음란한 행실이 있다고 구타했는데요. 이에 사위가 정을손의 국에 복어 독을 타 죽인 것이었죠. 이 사건으로 사위는 옥사했고, 딸과 후처는 이 상황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죄로 능지처사의 벌을 받았어요.
성종 24년(1493년)에는 웅천(진해)에 굴과 생미역 등을 먹은 24명이 집단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관찰사는 해물 채취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보고해요. 하지만 성종은 굴과 생미역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복어를 먹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해물 채취 금지를 반대하죠.
최석정의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최석정은 숙종 때의 소론 지도자로 8번이나 정승 자리를 오르내렸던 핵심 인물인데요. 그는 『대학』, 『중용』, 『효경』 등의 경전들에서 ‘예(禮)’와 관련된 내용을 발췌 재정리하여 『예기유편』을 편집했고, 이 책을 숙종 35년(1709년)에 경연의 교재로 쓰기로 결정되었어요.
문제는 반대였습니다. 노론 계열의 관료들과 지방의 유생들까지 들고일어나 『예기유편』이 주자의 학설에 어긋났다며 불태워 버리라고 1년이 넘도록 공격했어요. 숙종은 초기에는 이러한 노론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최석정을 두둔했지만, 결국에는 『예기유편』을 불태우게 됐죠. 이 와중에 최석정은 복어를 먹고 거의 죽을 뻔했습니다. 같은 소론인 남구만(1629∼1711)이 이를 두고 비웃은 기록이 숙종실록에 실려 있습니다.
세상에 쓸 책도 많은데 하필이면 『예기유편』이고, 세상에 먹을 것도 참 많은데 하필이면 복어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불호, 이토 히로부미는 호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일본 병사들이 복어를 먹고 식중독을 일으키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복어 식용을 금지합니다. 임진왜란 이후로도 복어 식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죠. 일본에서 복어가 공식적으로 식용화된 것은 에도막부 말기(19세기)부터였죠.
일본 복어의 명산지는 시모노세키입니다. 메이지유신을 통하여 중앙 정계로 진출한 시모노세키 인근 지역 출신의 정치가, 군인들이 일본 전역으로 복어 식용을 퍼뜨렸어요. 그중에서도 복어를 좋아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은 이토 히로부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부산 지역의 복국은 뚝배기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1970년 재일 동포 이봉덕씨가 창업한 금수복국이 효시죠. 이 복국이 유명해지게 된 것은 뜻밖의 일 때문이었는데요.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에 내려가 부산의 정부 기관장들과 부산 대연동의 복어요리집인 ‘초원복국’에서 모인 일이 있었어요. 이들은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지역감정 조장’과 ‘공무원 동원’ 등 불법 선거운동을 모의했는데요. 이를 정주영 국민당 후보 쪽에서 몰래 녹취해 공개한 것이 이른바 ‘초원 복국집 사건’이죠. 이때 했던 말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해당 폭로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김영삼 후보 측을 곤란하게 만들 의도였지만, 당시 언론들이 ‘불법 도청’의 프레임을 씌워서 오히려 김영삼의 당선을 도왔습니다.그리고 당시 기관장들이 ‘초원복국’에서 모인 것을 보고 복국이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복어로 인한 사망사고는 조선시대부터 2022년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어요. 1950~60년대엔 매년 한해 20~30여 건의 복어 중독 사망사고가 났고, 2021년에는 복어 손질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하다가 사망했다는 기사도 있었죠.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복어를 먹을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어요. 중국도 최근 유통과 판매가 금지되었죠. 우리는 그래도 꿋꿋하게 먹고 있습니다. 천상의 맛, 지옥의 독을 버텨 가며.
원문: 가장 사소한 것들의 역사
참고문헌
-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복어의 올바른 이해」「조선왕조실록」「부산의 맛: 복국」
- 황광해, 『황광해의 한식읽기』(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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