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찐빵+와플 → 오방떡 → 도미빵+풀빵 → 붕어빵
붕어빵
붕어 모양의 틀에 묽은 밀가루 반죽과 팥소를 넣어 만든 풀빵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붕어빵의 기원을 찾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를 뜯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붕어 모양의 틀에 / 2-1) 묽은 밀가루 반죽과 / 3) 팥소를 넣어 만든 / 2-2) 풀빵
하나하나의 기원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죠.
- 붕어 모양의 틀은 일본의 도미빵에서 왔다.
- 묽은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풀빵은
- 팥소를 넣은 것은 찐빵에서 유래한다.
그럼 이 세 가지 유래를 시간순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비건만두’, 찐빵
일본인들은 오래도록 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7세기 덴무 일왕이 가축 도살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고기도 먹지 말라는 육식금지령을 선포했기 때문이죠. 메이지 유신이 시작된 1872년 무렵에서야 서양인처럼 체격을 키우기 위해 육식을 허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1200여 년이나 고기를 먹지 않은 상태에서 고기를 먹으라고 권장하자 오히려 반발에 부딪혔는데요. 1872년, 일왕의 육식 해금에 반발해 10명의 자객이 궁궐에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할 정도였죠. 이들의 주장은 서양 오랑캐의 영향으로 일본인이 육식하며 일본 땅이 더러워졌기 때문에 신의 나라인 일본에 더 이상 신이 머무를 공간이 없어졌다고 했답니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1341년 원나라에 유학을 하러 간 일본 승려 류잔선사가 있었는데요. 그는 중국에 머물면서 임정인이라는 중국인과 친해졌죠. 임정인은 류잔선사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함께 일본에 들어왔는데요. 일본에서 그는 절에서 만두를 빚어 팔면서 생활했죠.
만두는 원래 고기를 다져 넣는데요. 육식이 금지된 일본에서는 고기만두를 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기 대신 단팥을 넣어 만두를 빚었죠. 처음에는 승려와 절을 찾는 신도들이 사 먹었는데요. 맛있다는 소문이 당시 일본의 왕인 고무라카미의 귀에도 들어갔죠. 임정인은 일왕에게 찐빵을 바쳤고 고무라카미 일왕은 찐빵을 보내 준 답례로 임정인에게 궁녀를 하사해 아내로 삼도록 했답니다.
이 임정인이 만든 만두가 일본에서는 나라 만주로 발전하게 되고,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 때 전해지게 되죠. 한편 호빵은 삼립식품에서 찐빵을 가정용으로 대량생산하면서 만든 것으로, 호빵은 그때 만들어진 상표명이죠.
2. 와플이 도미가 되었다
18세기 일본에는 나가사키를 통해 많은 서양 문물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중에는 와플도 있었습니다. 단팥빵, 소보로빵처럼 와플 역시 일본에 맞게 개량되죠.
유력한 설은 어느 가게에서 와플과 찐빵에 영감을 얻어, 밀가루 반죽에 팥을 채워 금속 틀에 구워낸 빵을 개발했다는 것입니다. 이 가게는 에도에 있는 이마가와 다리 부근에 있었기 때문에, 개발한 빵을 ‘이마가와야키’라는 이름을 붙여 팔았습니다. 이 빵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어 ‘이마가와야키’라는 이름이 굳어졌다는 것이죠.
이후에는 에도시대의 금화인 오방의 모양을 딴 틀을 사용해 ‘오방야끼’라고 불렸고, 우리나라에도 오방떡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1909년 도쿄에 있는 나니와가 제과점에서는 이 오방떡을 독특하게 차별화했는데요. 바로 도미 모양의 틀을 사용해 다이야끼(도미빵)를 개발한 것이었죠. 이 빵이 인기를 얻으면서 현재의 도미빵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하필 도미인 이유는, 도미가 일본 서민들에게는 감히 먹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고급 생선이었기 때문이라는데요. 과연 도미 대신 도미빵이라도 먹으려고 했던지, 도미빵도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하네요.
3. 밀가루 반죽의 풀빵
일본의 도미빵이 우리나라 붕어빵의 기원이라고들 하지만, 두 빵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도미빵은 밀가루 반죽에 계란, 설탕 등 갖가지 재료가 들어간 고급 빵이었던 반면, 붕어빵은 밀가루 반죽만을 묽게 풀어 구워낸 가난한 서민의 음식이라는 것이죠.
이름에서도 그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도미가 일본에서 가장 비싼 생선이기 때문에 도미빵이 되었던 반면, 붕어는 서울에서 가장 흔히 먹었던 생선이었기 때문에 붕어빵이 되었습니다.
붕어빵처럼 밀가루를 묽게 풀어 구워낸 빵을 총칭해서 풀빵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풀빵이 등장한 것은 1930년대로, 일본에서 유행하던 도미빵과 국화빵 만드는 틀을 들여와 밀가루 풀 반죽으로 국화빵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풀빵은 한국전쟁 이후 구호물자로 나눠준 밀가루로 풀 반죽을 해서 만들었는데요, 그때만 해도 앙금이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닌 배를 채우기 위한 생존의 식품이었죠.
4. 일본에서는 손절한 ‘잉어빵’
잉어빵은 1998년 대구에서 탄생했습니다. 황금어장식품의 김승수 씨가 특허를 냈죠. 그래서 ‘황금 잉어빵’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합니다.
잉어빵은 붕어빵과 달리 반죽에 버터나 기름을 넣어 빵이 촉촉하고, 앙금이 꼬리까지 골고루 퍼져있습니다. 잉어빵은 현재 전국에 점포가 생기고 하루 7만여 마리가 팔릴 만큼 크게 인기를 얻었죠.
사실 일본에서는 꼬리까지 앙금을 넣는다는 게 1953년에 방송 중계까지 할 정도로 논쟁거리가 되었습니다. 결론은 꼬리에 팥을 넣지 말자는 쪽으로 정해졌다는군요. 팥이 없어야 손가락으로 집어 먹기 편하고, 몸통에 있는 팥을 먹고 마지막 입가심을 하기 위해서라는군요.
번외. 붕어싸만코
1976년, 기다란 비닐봉지에 담긴 아이스크림이 국내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중에는 대일유업의 ‘싸만코’라는 제품이 있었죠. 싸만코는 붕어싸만코와 같이 팥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속에 채워져 있었는데요, 일본의 화과자인 모나카에서 따온 제품이었죠.
대망의 붕어싸만코는 1990년 출시되었습니다. 붕어빵 모양 때문인지 빙과류의 비수기인 겨울철에도 잘 팔렸어요. 하지만 1986년 일본의 이무라야 제과에서 타이야끼 아이스라는 도미빵 아이스크림이 출시된 것으로 보아 표절을 의혹이 있기도 합니다.
참고로 붕어싸만코의 외수용 이름은 MELONA Waffle인데요. 다시 붕어빵의 기원 중 하나인 와플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흥미롭습니다.
원문: 사소한 것들의 역사
참고문헌
- 유덕노,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청보리(2011)
- 오카다 데쓰, 『돈가스의 탄생』뿌리와이파리(2006)
- 「여름 경기진단 계절성수품의 동향」 (매일경제, 1976. 6. 8)
- 「잉어빵으로 붕어빵 시장 잡아라」(동아일보, 1999.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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