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부는 거리가 아닌 인터넷에 있다
90년작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는 거리에서 몸을 팔던 여주인공이 우연히 백만장자 사업가를 만나 일주일간 애인 노릇을 하고, 상류사회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실수연발이지만, 순수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95년작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서는 알콜중독으로 인생 막바지에 온 남주인공과 역시 매춘부인 여주인공의 사랑이 그려집니다. 여주인공이 학생들에게 몸을 팔다 강간을 당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미국의 성매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갖는 생각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거리에서 몸을 파는 인생의 극단까지 몰린 사람들. 물리적 사회적으로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이 영화들처럼 오래 전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거리의 매춘부들은 미국 전체 성매매여성의 10~2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머지, 그 상당수는 인터넷으로 그 자리를 옮겼습니다.
영국의 시사지 <The Economist> 8월 9일자 기사에서, 성매매산업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성매매산업에 여전히 폭력과 인신매매가 존재하지만 그건 일부일 뿐이며, 그들은 상당수가 인터넷에 기반하여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하나의 서비스산업과 다름없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결론은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의 발달로, 정부 단속과 아랑곳없이 성매매는 쉬워지고, 또 안전해졌다, 따라서 성매매 규제는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성매매 여성들은 스스로를 에스코트(Escort)라고 부르면서, 상당수가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에스코트는 동반자라는 뜻. 항상 그들은 “이것은 매춘이 아니며 그저 나는 당신과 정해진 시간 함께 있는 조건으로 돈을 받습니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성매매가 이루어집니다. 그들은 본인의 홍보용 웹사이트를 갖고 있거나, 외국에 서버를 둔 전문 에스코트 웹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합니다. 그들의 사진, 서비스 종류, 시간당 가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광고를 넘어 인증, 리뷰, 커뮤니티로 진화하는 성매매
더욱 놀라운 것은 광고 사이트만이 아니라, 인증 사이트, 리뷰 사이트, 커뮤니티까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성매매 수요자와 공급자들은 서로 내가 만나게 될 사람이 범죄자나 폭력적인 사람, 혹은 경찰 단속반이 아니길 바라지만 그러면서도 신상정보를 공개하긴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증 전문 웹사이트를 통해 서로가 그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합니다.
그리고 성매매 수요자들은 에스코트 서비스에 대한 본인의 경험을 리뷰 사이트에서 공유합니다. 외모, 인종, 서비스 종류가 구체적으로 등장하고, 의 조사 역시 리뷰 사이트의 정보에 기초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구체적인 결과는 기사를 직접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지만,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성관계는 (적어도 웹사이트 내에서는) 철저하게 금기시됩니다.
참조 기사 1. 개인의 선택 (이코노미스트) / 참조 기사 2. 낸 돈만큼 값을 한다 (이코노미스트)
그리고 이런 웹사이트들은 추가로 성매매여성과 구매하는 남성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역할을 합니다. 성매매를 시작하는 여성과 남성 모두 이곳에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여성과 남성 모두 성매매를 시작하기 너무나도 쉬워집니다. 더이상 거리를 배회하거나 비밀스런 장소에서 포주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웹사이트를 통해 서로의 정보를 확인한 뒤 적당한 호텔에서 만나는 것입니다.
이 결과 많은 직업이 있는 여성들이 부업으로 성매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중개자는 필요 없고, 홍보와 연락을 담당할 비서, 혹은 비상시에 대비한 보디가드 정도가 가끔 필요할 뿐입니다. 공급이 많아지니 가격이 낮아지고, 리뷰사이트에서 평점을 관리하기 위해 애쓰며 상당히 치열한 경쟁이 일어납니다. 단순히 딸 학원비를 대기 위해 성매매가 일어나며, 심지어 남편도 이를 묵인하거나 비서/운전사 역할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전업 에스코트들은 다른 도시로 원정을 떠나기도 합니다. 본인의 웹사이트에 투어 계획을 발표하고 예약을 받는 것을 보면 마치 순회공연 다니는 뮤지션들과도 비슷합니다. 단순히 외모나 서비스가 아닌 주어진 시간 동안 얼마나 남성을 즐겁게 하는가가 중요하다 보니 학사 학위가 있고 대화를 잘하는 여성의 몸값이 올라가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최근 미국에서 전직 구글 임원을 마약투여로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 에스코트 알릭스 티첼먼 사건은 국내에도 보도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몇몇 미드 등에서는 고급 콜걸이 등장하곤 합니다. 현재 이런 형태의 에스코트가 미국에서는 상당히 대중화되어, 고액연봉자가 아니라도 한시간 300~400불 이면 업계에서 평균 이상의 여성과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유럽에서도 마찬가지 모습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합법적으로 앱을 통해 핸드폰으로 성매매 정보를 교환합니다.
인터넷의 발달이 낳은 성매매의 진화
한편 이런 성매매의 진화는 단속을 매우 어렵게 했습니다. 불법 업소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라면 그곳을 적발하고 연락처를 확보해서 많은 사람들을 단속할 수 있지만, 개별적인 경우 단속하기 어렵습니다. 경찰들은 인증이 이루어지지 않는 웹사이트에 가짜 광고를 올리거나 혹은 광고를 올린 여성에게 고객인 것처럼 접근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합니다. 하지만 인증이 이루어진 커뮤니티 내에 대한 단속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즉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미국에서 성매매는 단속도 어려워지고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일어나며 범죄와의 연관성도 많이 낮아져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 성매매가 더 어려워지는만큼 더 음성화되고, 가격이 올라가고 위험을 수반하는 만큼 성매매가 더 조직화되고, 폭력이 일어나도 신고하지 못하며, 이윤을 노리고 범죄집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인증 시스템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질병과 폭력에 노출되기도 쉬워집니다.
현재 비록 모두 인터넷을 이용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격이 낮고 인증-리뷰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 성매매 창구도 존재합니다. 아예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인증-리뷰 사이트, 커뮤니티를 좀 더 양성화하면 더욱 안전하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요?
위에 언급한 부작용은 성매매여성이 아닌 성매매구매자만 처벌하는 시스템 아래에서도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한쪽만 처벌한다고 해도 성매매행위 자체가 불법이 되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특정 구역에서 성매매를 허용하는 방법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습니다. 또한 성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로서 인간 사회가 존재하는 한 매춘부라는 직업은 늘 존재해 왔고, 그걸 단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동시에 인터넷 발달로 단속도 어려워졌습니다.
성매매, 현실에 기반한 정책이 필요
성매매 자체를 단속하기보다는, 성매매 자체는 합법화/비범죄화하고 성매매와 연관된 여러 범죄, 강제 성매매, 인신매매, 미성년자 성매매를 좀 더 적극적으로 단속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항상 사용할 수 있는 경찰 인력은 한정되어 있고, 그렇다면 좀 더 중요한 범죄에 인력을 집중시키는 게 바람직합니다. 또한 오히려 욕구를 분출할 공간을 주는 것이 범죄도 막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로드 아일랜드 주에서는 성매매 비범죄화와 함께 강간범죄가 상당히 줄어들었던 사례가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사례를 돌아보면 성매매 합법화/비범죄화가 실패한 나라들도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성매매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것이 완벽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성매매 단속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인지하고, 동시에 성매매 양상이 해외에서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정책을 수립해 나갈 필요는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어떻게든 유사성행위 업소는 꾸준히 생겨나고 있으며, 이른바 몸캠피싱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강국인 만큼 사람들이 수사망을 피하는 방법도 빠르게 진화합니다. 또한 성업하는 룸사롱에서 여전히 성매매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음성적인 성매매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데 반해 처벌 법규는 워낙 강하고, 대다수 성매매가 조직화되어 있고 범죄조직과도 많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서 고통받고 있으며 위생상으로도 좋지 못합니다. (참조 링크: BBC “성을 파는 한국의 할머니들”)
또한 음란동영상에 대해서도 극심한 인터넷 통제가 이루어지면서 성적 욕구는 지나치게 법적으로 억압되고 있습니다. 옳지 못한 것은 무조건 금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어느 쪽이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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