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 주: 이 글은 BBC News Magazine의 The Korean grandmothers who sell sex를 번역한 글입니다. (필자: Lucy Williamson)
“한국인들은 한때 ‘이담에 늙으면 자식들이 날 돌봐 줄 거야’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믿음은 사라진 지 오래다. 경제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했건만, 이제 그들의 자식들은 부모에게 돈 쓸 여력이 없다. 그 결과 일부 나이든 여성들은 매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은자 씨(가명)는 종로3가 지하철역 계단에 앉아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올해 일흔한 살인 그녀는, 얇고 건조한 피부에 어울리지 않게 밝은색 립스틱을 바르고, 반짝이는 빨간색 코트를 입고 있다. 그녀의 곁에는 커다란 가방이 하나 놓여 있는데, 그녀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자리를 옮길 때마다, 그 속에서는 – 유리병이 부딪치는 듯 – 연신 쨍그랑 소리가 난다.
김은자 씨는 소위 ‘박카스 아줌마’ 중의 하나다. 박카스 아줌마란 ‘박카스라는 유명한 자양강장제를 남성 고객에게 판매함으로써, 생계를 잇는 나이든 여성’을 뜻하는 남한 말이다. 그러나 그녀들이 판매하는 것은 종종 그게 다가 아니다. 여느 한국의 할머니들이 ‘가족의 어른(matriarchs)’으로 존경받을 나이에, 그녀들은 성(性)을 판다.
“저기 서 있는 박카스 아줌마들을 보세요. 저 여자들은 박카스만 파는 게 아니에요. 가끔 할아버지들과 ‘데이트’를 하고는 돈을 받는다구요. 하지만 난 그런 짓을 해서 먹고 살지는 않아요. 물론 내가 골목길에 서 있을 때, 남자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그 짓’을 제안하긴 하지. 그러나 내 대답은 항상 ‘No’예요”라고 김은자 씨는 말했다.
그녀는 박카스만 달랑 팔아서 하루에 5,000원 정도를 번다고 했다. “빨리 마셔요, 경찰들이 날 항상 감시하니까. 그 사람들은 ‘몸도 파는 여자’와 ‘박카스만 파는 여자’를 구분하지 않는단 말이야…”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 같은 ‘지하 성매매 센터’는 서울의 심장부에 위치한 종묘공원 주변에 있다. 종묘 공원은 할아버지들이 몰려와 장기와 잡담을 즐기면서 황혼기를 보내는 곳이다. 종묘 공원 주변에는 공자를 모신 사당이 있다. 공자는 한국의 문화를 수 세기 동안 형성해 왔던 성인(聖人)이지만, 사당 바깥의 나무 밑에서 벌어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간의 어설픈 거래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말해 주는 듯하다.
공원 주변에서는 50대, 60대, 심지어 70대의 여성들까지 박카스를 팔고 있었다. 할아버지들은 박카스 한 병을 마시고는 인근의 싸구려 모델로 가서 외로운 여행을 끝내는 것이 상례였다. 하지만 오늘 따라 공원에서 어슬렁거리는 남성들은 박카스 아줌마보다 외국인 기자와 더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장기판 주변에서는 한 무리의 할아버지들이 장기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서 절반쯤은 박카스 아줌마와 데이트를 한다우”라고 자신을 김 씨라고 밝힌 60대의 한 할아버지는 말했다. “우린 박카스 한 병을 마시고, 돈 몇 푼을 그 여자들 손에 쥐어주고는 일을 벌이지. 남자란 자고로 여자를 좋아하기 마련이야. 젊었든 늙었든, 힘이 있든 없든… 그게 수컷의 심리라니까?”라고 그는 낄낄거렸다.
또 다른 여든한 살의 할아버지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하루 용돈을 공개했다. “이건 친구들하고 한잔 걸치는 데 쓸 돈이야. 우린 저기 서 있는 여자들 중에서 여친을 찾기도 하지. 저 여자들은 같이 놀자고 운을 떼고는, 돈이 없다면서 우리에게 빈대를 붙지. 쟤네들하고 데이트하려면 2~3만 원이면 충분해. 때때로 아는 사람이면 할인도 해 주고 말이야.”
남한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국가 경제발전의 희생양이다. 그들은 뼈빠지게 일해서 경제기적을 이뤘지만, 저축한 돈을 자녀들에게 투자했다. 유교 사회에서, 성공한 자식들은 최고의 ‘연금’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한 사람들의 태도는 생활기준만큼이나 빠르게 바뀌었다. 이제 남한의 젊은이들은 “빠르게 변해 가는 경쟁사회에서, 마누라와 아이들 먹여살리기도 빠듯하다”고 말하고 있다.
남한 정부는 변화의 물결을 따라잡지 못해, 쓸만한 복지시스템을 수립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는 가운데 종묘 공원에 모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저축도, 제대로 된 연금도, 의지할 가족도 없이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들은 남한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이방인(invisible foreigners)이 되었다.
“자식을 의지하는 사람은 바보야. 우리 세대는 부모에게 복종했고, 그분들을 존경했어. 그런데 요즘 애들은 공부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아서 그런지 우리 말을 통 듣지 않아”라고 김씨는 말했다. “난 올해 예순 살인데, 돈이 한푼도 없어. 그렇다고 애들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어. 왜냐하면 걔네들도 자기들 노후준비를 시작해야 하니까. 한국의 노인네들은 거의 다 같은 상황이야.”
“대부분의 ‘박카스 아줌마’들은 원래부터 그랬던 사람들이 아니라, 만년(晩年)에 성을 팔기 시작한 분들이에요. ‘노년 빈곤층(old-age poverty)’이라는 새로운 계층의 탄생과 함께 나타난 분들이죠”라고 이호선 교수(서울 벤처大)는 말했다. (남한 사회에서 이 분야를 상세히 연구하는 학자는, 아마도 이 교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교수가 인터뷰한 여성 중 한 명은 예순여덟 살의 나이에 매춘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종묘 공원에서 일하는 여성 400여 명은 모두, 어린 시절에 ‘존경과 명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배웠던 분들이에요. 그렇지만 한 박카스 아줌마는 내게 ‘배가 고프니 존경도, 명예도 필요없게 되더라. 난 하루 세 끼만 먹으면 된다’고 말씀하시더군요”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경찰은 종묘 공원 부근을 정기적으로 순찰하지만,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을 체포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들은 “이 문제는 단속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노인들도 스트레스와 성욕을 해소할 배출구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솔직히 말한다. 그렇다, 이 문제는 법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박카스 아줌마’들이 갖고 다니는 가방 속에는 ‘숨겨진 전염병의 소굴(hidden source of epidemic)’이 들어 있다. 그건 노인들의 발기를 도와줄 수 있는 주사제다. 이 교수에 의하면, 이 주사제의 바늘은 한번 사용 후 폐기되지 않고 10~20번씩 재사용된다고 한다. 그 결과, 한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의 약 40%가 성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모든 성교육은 10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노인들의 성병 감염을 막기가 어렵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들을 위한 성교육 클리닉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인들의 ‘외로운 여행’의 종착지는 서울 중심가의 음침한 골목길에 있는 러브모텔이다. 러브모텔의 그레이룸(grey room) 중 하나가 그들을 위해 활짝 열려 있다. 그 안에는 커다란 침대가 하나 덩그마니 놓여 있고, 침대 위에는 얇은 매트리스 한 장과 베개 하나밖에 없다. 한마디로 긴 밤을 지내기는 어려운 곳이다. 침대 머리맡에는 스티커가 한 장 붙어 있는데, 거기에는 “룸서비스는 0번, 포르노그래피는 3번을 누르고, 전기담요의 전깃줄은 침대 건너편에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러브모텔의 방 안에서 버튼만 누르면, 노인들은 음식과 성(性)과 약간의 온기(溫氣)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모텔 밖에서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울이라는 풍요로운 하이테크 도시에서 말이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에게 싸구려 성(性)은 넘쳐나지만, 음식 값은 너무 비싸고 인간의 따뜻한 정(情)은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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