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다 못해 뜨끈할 정도의 온도감. 국물 사이로 은은하게 풍기는 고기의 향, 푸짐하게 들어있는 돼지 부속과 순대까지.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국밥’ 중에서도 순댓국은 가장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요리 중 하나다.
보통 ‘국밥’ 하면 소를 이용해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소의 고기를 이용한 맑은 국물의 곰탕, 뼈와 꼬리·머리 등을 고아 만든 뽀얀 국물의 설렁탕 등이 그러하였다. 그러나 십여 년 전 한 그릇에 7~8천 원 하던 설렁탕은 매일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의 식사였다.
그리하여 주머니 사정 팍팍한 서민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게 된 것이 바로 ‘순댓국’이다. 비슷한 고기 맛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오천 원 한 장이면 한 그릇 식사가 가능했던 순댓국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프랜차이즈 체인들이 생겨난 것도 그쯤이었다.
먹는 방법이 다양한 것도 재미있다. 다대기라 부르는 빨간 양념을 섞어 먹거나, 새우젓이나 소금으로만 간을 해 깔끔하게 즐길 수도 있고, 들깨 가루를 넣어 먹기도 한다. 청양초를 한 움큼 넣어 매콤하게 먹는 것도 좋다. 취향에 따라 가지각색의 순댓국이 손님상 위에서 탄생하는 셈. 또한 순댓국집마다 육수를 내는 스타일이 ‘터프’와 ‘깔끔’사이 천차만별인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번 주는 한 입 먹으면 감탄사가 나오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순댓국의 마력 속으로 떠나보자.
1. 푸짐한 고기와 매콤한 국물의 순댓국, 가락동 ‘함경도찹쌀순대’
가락시장역과 경찰병원 사이 중간쯤 위치한 순댓국집. 저녁엔 술국과 순대에 소주 한잔하러 오는 손님들로, 오전엔 해장을 위해 찾는 손님들을 맞기 위해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다.
펄펄 끓는 뚝배기 위로 파와 들깨가루 한 스푼과 다진양념이 들어간 채 서빙된다. 매콤하면서도 양념의 맛, 그리고 육향이 가득한 편의 국물을 맛볼 수 있다. 셀프코너가 있어 김치나 새우젓, 청양초 등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28길 32
- 영업시간: 24시 연중무휴
- 가격: 순댓국밥 9000원, 수육(소) 1만8000원, 모듬(소) 1만8000원
- 후기(식신 536339): 와 이 집 진짜 예술입니다 ㅎㅎ 찹쌀순대도 맛있지만 같이 나오는 양파무침이 너무너무 맛있습니다 그리고 순댓국은 약간 한약재의 향이 나지만 기분좋은 향이 맛을 더욱 좋게 해줍니다 순댓국에 고기도 많고 궁물도 리필 가능해서 너무 좋습니다
2. 직접 만든 순대와 시래기의 콜라보, 양평 ‘개군할머니토종순댓국’
양평의 시원한 산과 강의 경치를 따라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순댓국집. 갖가지 재료를 넣어 직접 만든 순대와 돼지 사골을 12시간 우려낸 육수에 집된장으로 간을 한 시래기를 넣어 구수한 맛이 도드라진다.
속이 튼실하고 쫀득한 식감의 순대가 포만감이 상당하다. 시어머니가 먼저 시작한 가게를 며느리에 이어 아들까지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집으로 그 내공의 맛을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식신 TIP
- 위치: 경기 양평군 개군면 하자포길 29
- 영업시간: 매일 06:00 – 20:00
- 가격: 토종순댓국 1만원, 순대(소) 1만원, 머리고기(소) 1만원
- 후기(식신 258921): 말이 필요없는 순댓국의 진리, 먹어보지 못한 자 논하지 말라!
3. 손님 미어지는 현지인 추천 맛집, 용인 수지 ‘탑골순댓국’
수지구청역 근처에 길가에 위치한 순댓국집으로 현지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아 주차자리가 늘 부족하니 참고하여 방문해야 하는 곳. 진하고 뽀얀 국물의 순댓국으로 입에 적쩍 달라붙을 정도로 점도가 높은 편이다.
각종 야채와 당면, 찹쌀 등이 들어간 도톰한 순대와 큼직하게 썬 머릿고기가 넉넉하게 들어있다. 맛보기로 내어주는 머릿고기 서비스도 좋다.
식신 TIP
- 위치: 경기 용인시 수지구 수지로342번길 42
- 영업시간: 평일 11:30 – 23:00, 토요일 11:00 – 22:30, 일요일 10:30 – 21:30, B·T 매일 15:00 – 15:30
- 가격: 순댓국 9000원, 정식(순댓국+머릿고기) 1만2000원, 순대모듬 1만7000원
- 후기(식신 야식밀당녀): 순댓국 정식을 주문하면 넉넉하게 머리고기와 살코기가 나온다. 입에 쩍쩍 달라붙으면서 식감도 좋고 맛도 좋고.. 순댓국은 건더기가 꽉 차있고 국물이 뽀얀 것이 크흐.. 잡내 없어서 양념 안 넣어 먹어도 좋음
4. 대전인 입맛 사로잡은 토렴 순댓국, 대전 ‘오문창순댓국밥’
대전 중리시장 인근에 위치한 순대 전문 한식당. 24시간 운영하는데 언제 방문해도 손님이 많은 곳이다. 순댓국밥에는 순대와 더불어 다양한 내장 부속이 들어있는데 잡내 없이 깔끔한 국물맛이 이집만의 노하우다.
밥을 토렴해 내어주는 것도 특징. 반찬으로 ‘파다대기’ 또는 ‘파데기’라 부르는 파김치가 나오는데, 단골들은 이 김치를 순댓국에 넣어 먹는다. 쫀득하고 짭쪼름한 맛의 족발도 별미다.
식신 TIP
- 위치: 대전 대덕구 한밭대로 1153
- 영업시간: 24시 연중무휴
- 가격: 순댓국밥 6500원, 술국 1만2000원, 돼지미니족발 8000원
- 후기(식신 헬띠푸디스트): 물가가 엄청나게 오르는데 여긴 품질, 가격이 다 일정함! 대전사람에 이런국밥집이 있다는게 감사함! 양은 진짜 너무너무 푸짐함. 다 맛있음. 언제가도 항상 사람이 붐빔! 사람이 모이는곳에는 다 이유가 있음. 강추!
5. 맑은 국물의 곰탕 스타일 순댓국, 신당동 ‘영남순댓국’
신당역 인근에 위치한 순댓국집으로 흔히 알고 있는 뽀얀 국물이 아닌, 고기를 우려낸 곰탕 스타일의 맑은 국물이 특징인 곳. 메뉴는 순댓국 단일메뉴로 보통 사이즈와 특 사이즈로 구분된다.
뚝배기에 돼지머리고기 등을 담고 뜨거운 육수를 부어 토렴한 뒤 내어준다. 속이 투명히 비치는 맑은 국물에 다진양념이 들어있어 몇 번 저으면 곧 칼칼한 국물로 변신한다.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중구 다산로42길 19
- 영업시간: 평일 09:30 – 19:30, 주말 09:30 – 19:00, 일요일 휴무
- 가격: 순댓국 9000원, 특순댓국 1만1000원
- 후기(식신 eTunnel): 맑고 깔끔한 스타일인데 간이 짭짤하게 되어있는 편이에요. 땡초랑 다대기 넣구 칼칼하게 먹으면 더 맛있어요. 여긴 밥을 말아먹어야 하는 곳. 순대는 야채순대가 아니어서 좀 아쉬웠지만 국물은 맛있었습니다!
원문: 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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