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룡 100만년>(One Million Years B.C.)은 1966년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영화로, 당시에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사실 이 영화는 1940년에 제작된 영화 <One Million B.C>의 리메이크작이다. 원작도 크게 흥행을 일으켰지만, 1966년 리메이크작은 정말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도 그럴게, 당시만 하더라도 영화 촬영 기술이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다. 그런데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공룡이 나오는 영화를 제작했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자아냈다.
컴퓨터 그래픽이 없었기 때문에, 공룡 모습의 물체를 만들어서 조정하는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했다. 그래도 당시에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공룡들이 정말로 감탄스러웠다.
1940년 작의 공룡 장면. 파충류 동물에게 뿔 몇 개 붙이고 공룡이랍시고 내보냈다…
그에 반해 1966년 작의 공룡 묘사는 무척 진일보했다. 공룡들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에 숨이 막힐 지경…
최근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고등학생 이후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놀랐다. 당시에는 감탄을 불러왔던 여러 공룡들의 모습이 정말 조악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실물과 다름없는 공룡을 만들어내지만, <공룡 100만년>에 나오는 공룡은 모습도 우스꽝스럽고 움직임도 어색하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첨단기술을 총동원해 제작한 영화였다.
사실 과학적으로 고증하자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영화다. 공룡은 약 6,000만년 전인 백악기 말에 전멸하였다. 반면 이 영화의 무대는 100만년 전이다.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공룡이 전멸한 6,000만 년의 시대에서 보자면 현재나 그때나 별 차이 없는 후대의 일일 것이다. 재미를 위해 과학적 고증 따위는 날려 버린 셈.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투막은 먹을 것을 두고 다투다가 아버지인 추장으로부터 쫓겨난다. 투막은 광야를 헤매다 여러 공룡을 만나 쫓기기도 하고,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평화를 사랑하는 조개 부족에게 구해지고, 거기에서 로아나(라켈 웰치 분)라는 금발의 미녀를 만난다.
투막은 조개 부족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돕는다. 때로는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그러다 로아나와 함께 자신의 부족에게 돌아가게 된다. 여러 위기를 뚫고 부족에 돌아온 투막은 아버지로부터 추장 자리를 빼앗는다. 로아나도 도전해 오는 다른 여자들과의 싸움에서 이겨 추장 부인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한다.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에 진지하게 빠져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룡과 인간, 로맨스라는 말이 안 되는 요소들을 한 화면 안에서 뭉뚱그려 넣는 게 이 영화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여러 공룡이 차례로 등장해서 관객의 넋을 빼놓는다. 다음에는 주인공의 용맹한 전투씬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섹시 심벌 라켈 웰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세 가지 히트 공식만으로, 이 영화는 1960년대의 영화계를 뒤흔들었다. 특히 라켈 웰치는 마릴린 먼로와 브리짓 바르도가 물러난 할리우드에서 섹시 스타로 떠오르는 데 성공한다.
제목은 엉뚱하고, 내용은 허술하다. 하지만 1960년대에는 충격적으로 재미있던 오락 영화였다. 당시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면 다시 봐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원문: 이재형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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