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의 홍콩 영화가 주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탐미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연출해냈는데,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와서 봐도 빛바랜 컬러 필터가 낀 듯한 레트로 한 감성이 유치하지 않고 세련되어 보인다.
이러한 홍콩의 감성은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는 현재 흡사 레트로의 교본과도 같아 보인다. 키치하면서도 몽환적인 감성, 고독이 느껴지는 빛바랜 색감, 시대를 어우르는 모던한 아이콘까지. 요즘 중식 레스토랑은 단순히 ‘짜장면’을 파는 가게가 아닌, 이러한 감성을 그대로 녹여내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플랫폼이 되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이번주는 중경삼림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감성 속에서 정통 중국 요리의 진수를 오감으로 체험해보자.
1. 홍콩 대표 레스토랑을 서울에서 맛보다, 반포 ‘모트32’
홍콩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모트32가 서울에 문을 열었다. 메뉴는 물론이고 인테리어까지 홍콩 모트32를 그대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했다.
넓은 실내는 우아하면서도 홍콩의 정취가 묻어있다. 중국 광동식 전통 요리에 서양식 미감을 더한 세련된 요리를 선보인다. 베이징 덕과 이베리코 바비큐, 다양한 딤섬, 풍부한 해산물을 곁들인 메뉴들을 선보인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176 2F
- 운영시간: 매일 11:30 – 22:00 (B/T 15:00 – 17:30)
- 가격: 모트 시그니처 북경오리 16만원, 북경오리 레터스 랩 2만1000원
- 후기(식신 수원시청앞돼지): 실내 인테리어가 중국 느낌이 가득하면서도 아주 세련되어서 기분 좋게 식사했어요. 북경오리는 가격에 비해서 양이 조금 아쉬웠지만 아주 맛있었고, 딤섬 최고였습니다. 서비스도 아주 숙련되어 손님 대접하기에도 좋겠어요.
2. 홍콩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독특한 미식경험, 신용산 ‘웨이 티하우스 앤 레스토랑’
오래된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는 차이니즈 레스토랑. 어두운 실내 속 초록색 네온 조명이 빈티지한 홍콩의 감성을 더해준다. 흔히 맛볼 수 없는 중국 요리들을 판매하는데, 예약 시간에 따라 모렐버섯을 품은 ‘거지닭’, 이베리코 차슈인 ‘허니 바비큐’, 차로 훈연한 ‘티 스모크 메추리’등 오븐 메뉴가 달라지니 미리 예약하면 좋다.
거지닭은 가난한 사람이 조리 기구 없이 내장을 대강 손질한 뒤 통쨰로 연잎에 싸 진흙을 발라 구워 먹었던 것에서 유래한 재미있는 요리다. 요리가 나오면 망치로 깨는 듯한 퍼포먼스도 흥미로운 메뉴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21길 25
- 운영시간: 티하우스 11:30 – 15:00, 바&레스토랑 18:00 – 22:00, 일/월요일 휴무
- 가격: 거지닭 4만원, 동파육 1만9000원, MAO 갈비 3만8000원, 수조육 4만2000원
- 후기(식신 해피곰탱2): 입구 밖에 있는 차 까지도 인테리어라고 하더라구요. 정말 컨셉에 충실한 곳.. 실내가 조금 어두워서 예뻐보여요~ 거지닭은 6시에 예약해야지만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가실 분들은 꼭 참고하세요.
3. 교수님이 만드는 본토의 청요리, 대학로 ‘계향각’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다니는 셰프 겸 교수로 유명한 배화여대 신계숙 교수가 만든 중식당. 넓고 깔끔한 실내는 자리 배치부터 원형 테이블, 식기까지 중국의 느낌이 담겨있다.
이곳은 ‘수원식단’이라고 하는 중국 청대 문인 원매 선생이 지은 조리서를 따르는데, 30년간 중식과 수원 식단을 연구한 신계숙 교수가 이 식단의 철학과 맛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식당을 열었다.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면서도 밸런스를 훌륭하게 유지하는 것이 특징. 소흥주를 넣고 매우 약한 불에 뭉근히 끓여 부드러운 맛의 동파육이 시그니처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종로구 동숭길 86
- 운영시간: 매일 11:30 – 22:00(B/T 15:00 – 17:30), 월요일 휴무
- 가격: 동파육 8만8000원, 해삼쥬스 18만원, 팔보오리 18만원, 다진홍고추생선찜 12만9000원
- 후기(식신 ⅱ애기야ⅱ): 보통 생각하는 중식 요리 처럼 달고짜고 한게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이 풍부하고 간 밸런스가 좋습니다. 이게 진짜 중식이구나 하는 느낌이 첫 입에 딱 옵니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어요~
4. 유신재 셰프의 내공 충만한 중식당, 연희동 ‘진미’
중식으로 유명한 연희동에서도 맛으로 손꼽히는 레스토랑. 신라 호텔 팔선 등에서 경력을 쌓은 유신재 세프가 웍을 잡고 있는 공간이다. 평범한 인테리어 속 익숙한 메뉴들이 있는데, 맛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시그니처인 버섯과 해물을 볶은 후 계란 지단으로 겉을 감싸 튀겨낸 ‘자춘권’은 묵직하게 들어차는 풍미가 압권. 미리 예약을 해야만 맛볼 수 있다. 육즙이 촉촉하고 실한 만두소가 만족감을 주는 ‘군만두’도 추천할 만하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36
- 운영시간: 매일 11:00 – 21:30(B/T 15:00 – 16:00), 화요일 휴무
- 가격: 자춘권 3만5000원 군만두 8000원, 어향가지 1만5000원, 동파육 3만원
- 후기(식신 Eunvely:3): 인테리어가 뛰어나거나 다른 곳에는 없는 특별한 요리가 있다거나 한건 아니에요. 기본에 충실한 중국 요리 들을 파는데.. 맛이 정말 좋아요. 여럿이 가서 요리 여러 개 시켜먹을 때 참 좋습니다!
5. 정통 사천 요리로 만나는 중국 가정식, 이태원 ‘장강중류’
중국 사천성과 호북성의 맛을 재현하는 중국 가정식 요리집. 여러 요리가 나오지만, 코스 방식이 아닌 좀 더 인스타그래머블한 한 상차림이다.
메뉴는 두 종류로 메인 요리 서너가지와 연유꽃빵, 아이스크림이 나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닭고기를 튀긴 후 마라고추기름과 고추를 넣고 볶아낸 사천식 매운 닭튀김인 ‘라즈지’가 시그니처다. 잘 손질된 한우 내장과 소고기를 넣어 끓여먹는 ‘뉴자훠궈’도 추천한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43-30
- 운영시간: 목,금 17:30 – 21:30, 토 13:00 – 21:30, 일 13:00 – 20:00 (B/T 주말 15:30 – 17:00), 수요일 사전 예약 필수
- 가격: 뉴자훠궈 한상차림(1인) 3만6500원, 연근갈비탕 한상차림(1인) 3만3500원
- 후기(식신 pink홀릭1225): 중드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 잘 아실 듯… 찐팬들이 많이 모여있어요. 음식도 정말 맛있었는데 특히 라즈지는 그 동안 먹어봤던 것 중에서 원탑이었습니다. 사장님도 엄청 친절하세요!
원문: 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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