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세 헤제 페데르센(Lasse H. Pedersen) 교수의 저서 『효율적으로 비효율적인 시장』과 논문 「When Everyone Runs for the Exit」을 참조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2020년 코로나 사태 후 주식시장의 급락을 ‘유동성 소용돌이 현상’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데, 최근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어 다시 소개한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금융시장은 복잡한 형태의 함수로 이루어져 있다. 각종 파생상품, 레버리지, 대차 거래, 신용매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헤지펀드의 경우 100% 매수 포지션을 위해 자기 돈 100%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기 돈의 50%로 주식을 매수하면 나머지 50%는 프라임 브로커에서 이 주식들을 담보로 제공해준 자금을 통해 매수하면 된다. 이것이 흔히 알고 있는 ‘레버리지’의 개념이다. 개인들의 신용 미수 역시 이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이러한 메커니즘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시장이 급락하고 공포에 휩싸여, 모두가 탈출하고 싶어 할 때는 애기가 다르다. 이에 대해 다룬 논문이 페데르센 교수의 「When Everyone Runs for the Exit」이다.
유동성 소용돌이 현상은 모두가 포지션을 청산할 때 발생한다. 즉 금융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고, 유동성이 고갈되고, 자본이 줄어드는 것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다. 이러한 붕괴의 연쇄작용은 아래 그림과 같다.
- 초기 충격: 소용돌이는 시장에 어떤 충격이 가해져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트레이더가 돈을 잃을 때 시작된다.
- 이 충격은 포지션을 줄이기 시작한 일부 트레이더에게 자금 조달 문제를 일으킨다.
- 이로 인한 매도 압력은 금융 자산의 가격을 하락시켜 관련 포지션을 가진 모든 트레이더에게 더 큰 손실을 안긴다. 또한 주문 불균형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유동성이 떨어진다(정상적인 환경에서는 이러한 트레이더들이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높은 시장 변동성 및 유동성 하락으로 인해 프라임 브로커는 더 높은 증거금을 요구하고, 트레이더들이 포지션의 레버리지를 줄이도록 만든다. 또한 위험 관리로 인해 트레이더들은 포지션을 줄이기 시작하고, 투자자 혹은 경영진의 환매로 인해 자금 조달 문제는 커지게 된다.
- 위의 이유로 자금 조달 문제는 계속 증가하여 악순환이 반복된다. 급매가 끝나고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할 때까지 매도가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 시장에서 레버리지 투자가 많은 상황에서 충격이 발생하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실제로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7년도에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
2007년 6월과 7월에 많은 은행과 일부 헤지펀드가 서브프라임 신용 위기의 파급 효과로 인해 상당한 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손실로 인해 일부 기업은 주식 포지션과 같은 유동성 상품을 매도하여 위험을 줄이고 현금을 마련했으며, 일반적인 주식 선택 전략의 수익률이 떨어지게 되었다. 금융 시장은 붕괴하기 시작했고, 현금에 쪼들린 은행들은 퀀트 프랍 트레이딩을 포함한 트레이딩 데스크를 폐쇄했다. 동시에 일부 헤지펀드에서는 환매가 발생했다.
서브프라임 신용 위기는 퀀트들이 보유한 주식과는 거의 관련이 없었다. 그러나 퀀트의 청산으로 인해 기대 수익률이 높은 주식이 매도되고 있었고,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기대 수익률이 낮은 주식이 매수되고 있었다. 물론 다양한 퀀트들은 서로 다른 모형을 가지고 있었지만,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주식 중 중복되는 것들이 있었다.
이러한 청산은 7월과 8월, 퀀트의 가치 전략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잠재적인 차입매수 후보였던 주식에서 돈이 빠져나갔으며 이로 인해 가치 전략은 타격을 입었다. 또한 매수 포지션에 있는 값싼 주식들은 더 많은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어서 신용 스프레드의 확대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에 따라 가치 전략은 손실을 입었다.
퀀트들은 다양한 팩터들을 사용하지만 많은 팩터가 가치와 모멘텀에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다. 위 그림은 8월 6일 월요일부터 8월 9일 목요일까지 퀀트들이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되었고, 그 후 금요일과 월요일에는 포지션 정리가 끝나면서 손실의 상당 부분을 회복해 일부 트레이더들이 그들의 포지션에 다시 진입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래프의 매끄러움이다. 이 그래프는 몇 개의 점을 연결하여 그린 인공적인 그림이 아니라, 분 단위 데이터를 사용한 그림이다. 매도 압력과 뒤따르는 빠른 회복으로 인해 현저하게 단기 예측이 가능해 그래프가 매끄러워진다. 예를 들어, 10분 간격으로 보았을 때 8월 7일 화요일까지는 계속 하락하여 -10%의 손실을 보았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약 25%의 손실을 보았지만, 마침내 포트폴리오는 금요일에 반대 방향으로 튀어 올라 엄청난 돈을 벌었으며, 10분 간격으로 보았을 때 -25% 수준에서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위 사건뿐만 아니라 2020년 코로나 사태, 2022년 급락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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