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셀럽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를 흥에 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직캠을 틀어놓고 시원한 소주 한 잔을 마시면 어느새 리듬을 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때쯤이면 술에 취하는지, 가수에 취하는지. 헷갈릴 정도가 된다(사실 둘 다다).
2022년부터 나를 취하게 만든 인물은 바로 박재범 님이다. 뭐라고? (앨범이 아니라) 소주를 발매했다고? 내가 알던 홀리한 댄스와 감미로운 목소리 쫀득한 랩핑의 그 박재범이 맞나?
사실 그에게 소주 사업은 오래전부터 버킷리스트였다. 2018년에는 ‘Soju’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소주를 알리는 노래를 내고, 다이아몬드 2,000개로 만든 소주 모양 목걸이를 분신처럼 차고 다닐 정도였으니까. 그 돈이면 소주가 몇 병인데…라고 생각했는데 박재범 님은 더욱 큰 그림을 그린 것이 분명하다.
결국 그는 2022년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원소주’를 올려놓았다. 소주를 마시다가 소주 회사를 만들었다는 점도 잘 어울린다는 게 함정. 그런데 해외로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보면, 스타들이 술을 만드는 일이 크게 낯설지 않다.
오늘 마시즘의 이야기는 셀럽과 술이다. 그동안 외국의 셀러브리티들은 어떤 술을 냈을까?
조국에 보내는 찬사, 드웨인 존슨의 ‘테라마나 데킬라’
헐리우드의 마동석. 프로레슬러 출신의 배우 ‘드웨인 존슨’은 할리우드를 통틀어 가장 비싼 몸값을 받는 남자다. 작년에만 출연료로 4,200만 달러(한화 약 499억)를 벌었다. 바꿔 말하면 매년 로또 1등에 20번씩 당첨되는 수준이니, 남들의 평생 꿈을 현생에서 사는 셈이랄까? 이미 엄청난 부자인 그는 멈추지 않고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에 출시한 데킬라 ‘테라마나Teremana’가 있다. 여기서 ‘마나(Mana)’는 초자연적이고 강력한 힘을 뜻하는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 문화에서 유래한 단어다.
영화 <모아나>의 배경이 바로 폴리네시아다. 폴리네시아는 일종의 ‘다도해’라고 생각하면 쉽다. 하와이, 사모아, 이스터섬 등 1천여 개의 섬들을 묶은 연합이다. 이 섬들 중 드웨인 존슨의 어머니의 고향이 사모아였다. 그래서일까? 평소에도 폴리네시아 문화에 깊은 애정을 보여왔던 드웨인 존슨은 영화 <모아나>에서 남자주인공의 성우를 맡기도 했다.
그렇다. 드웨인 존슨의 꿈은 단순히 데킬라를 판매하려는 게 아니다. 진짜 의도는 자신의 정체성인 폴리네시아 문화를 향한 애정과 연대, 더 나아가 보존을 말하고 싶다는 것에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 드링크 ‘조아(ZOA)’를 출시했는데, 여기에도 똑같은 타투가 그려져 있다. 마치 박재범이 한국을 알리기 위해 소주를 론칭한 것처럼, 그 역시 폴리네시아를 알리고자 데킬라를 선택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힙한 샴페인, 제이지의 ‘아르망 드 브리냑’
미국 힙합 원탑. 바로 제이지(a.k.a. 비욘세 남편으로 더 유명함)다. 그가 가진 샴페인 브랜드 ‘아르망 드 브리냑’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샴페인으로 손꼽힌다. 전 세계에서 4천 병 미만 한정 수량으로 생산이 되는데, 가장 저렴한 라인이 100만 원부터 시작하고 병당 1억이 넘는 초거대 샴페인도 있다. 한때 강남 클럽에서 VVIP들에게 판매했던 ‘만수르 세트’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이 바로 아르망 드 브리냑이다.
사실 아르망 드 브리냑의 시작이 힙합이었다. 제이지가 좋아하던 술은 황제의 샴페인이라고 불리던 ‘크리스탈’. 하지만 어느 날 크리스탈의 직원이 인종 차별성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제이지는 자신이 운영하는 모든 미국 내 클럽에서 크리스탈을 보이콧해버린다. 그리고 얼마 뒤, 제이지가 발표한 새 뮤직비디오에서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는 낯선 샴페인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제이지가 런칭한 ‘아르망 드 브리냑’이다.
이것이 바로 힙합에서 말하는 FLEX가 아닐까? 치킨이 먹고 싶을 때 BBQ를 사고, 햄버거 대신 맥도날드를 사는 것 같은 것 말이다. 이후 아르망 드 브리냑은 당대 최고의 래퍼들 사이에서 FLEX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마치 래퍼들이 롤렉스 시계를 차고, 에르메스 가방을 메듯이. 하룻밤 파티에도 1억짜리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마시는 쿨한 샴페인이 되었다.
데킬라, 잭팟을 쏘다: 조지 클루니의 ‘카사미고스’
미국 연예계에 주류 출시 유행을 불러온 장본인이 있다. 바로 조지 클루니다. 조지 클루니는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2013년, ‘카사미고스’라는 이름의 데킬라 브랜드를 론칭한다. 그리고 4년 만에 세계 최대 주류기업 ‘디아지오’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200억 원)에 인수하고 나온다. 이쯤 되면 ‘데킬코인’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엄청난 수완이다.
사실 카사미고스는 원래 판매용 술이 아니었다. 워낙 데킬라를 좋아하던 조지 클루니가 입맛에 맞는 데킬라를 찾던 차에, 직접 양조장을 세우고 만들어 마시던 것이 시작이다. 일종의 ‘수제 데킬라’였던 셈이랄까? 그걸 가족, 친구들(이라 쓰고 헐리웃 배우로 읽는다.)과 나눠마시다 보니, 삽시간에 팬들에게까지 퍼지면서… 본격적으로 조지 클루니가 사업에 뛰어들어 시작하게 된 케이스다.
배우 역사 최초로 데킬라 사업에 도전하게 된 조지 클루니. 카사미고스를 통해 그동안 배우로 번 돈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낸다. 물론 이전에 조지 클루니가 배우로서 얻은 월드와이드 명성과 인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인기, 맛, 재력. 3박자가 골고루 갖춰진 그야말로 대박을 위해 태어난 데킬라인 셈이랄까?
패션? 뷰티? 이제는 데킬라가 대세입니다: 켄달 제너의 ‘데킬라818’
이번에는 궁극의 영앤리치 톱모델 켄달 제너의 ‘데킬라 818’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데킬라를 판매했고, 1시간 만에 매진시켰다. 역시 MZ세대의 롤모델답게 누구보다 SNS를 잘 활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켄달 제너는 데킬라 사업에 꽤 진심이다. 무려 4년의 시간을 데킬라를 위해 투자했고. 인스타그램에 수시로 데킬라를 테스트하는 모습을 올리면서 팬들과의 신뢰를 쌓았다. 이제는 익명으로 참가한 2020 세계 데킬라 어워드에서도 우승을 할 만큼 퀄리티나 맛으로도 검증되었다고 한다.
이름에 붙은 ‘818’은 그녀가 나고 자란 고향 도시 ‘칼라바사스(Calabasas)’의 지역 코드명이다. 그만큼 켄달 제너가 자신의 고향을 걸고 출시할 만큼 자신감 있게 내놓았다는 뜻이다. 과연 데킬라818은 힙한 인스타그래머들의 피드를 장악할 수 있을까?
스타에 먼저 취하고 술에 취한다
과거에는 주류를 비롯한 브랜드가 자신과 비슷한 이미지의 모델을 찾았다. 하지만 셀럽들의 술을 보면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단순히 있는 제품의 모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욱 표현할 수 있는 주류를 스스로 론칭하는 것이다.
물론 이럴 수 있는 이유에는 이들의 본캐를 좋아해 주는 단단한 팬층이 있기 때문이다. 켄달 제너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억 1천 명이고, 드웨인 존슨은 무려 2억 9천 명에 달한다. 그냥 자기 집 거실에서 데킬라를 마시는 사진 한 장만 올려도, 어마어마한 홍보효과가 전 세계에 자동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박재범의 원소주 또한 그랬다. 자체 브랜드 계정은 광고 하나 없이, 오직 박재범의 스타성만으로 약 40만 명의 팔로워를 모았다. 그리고 오프라인 첫 출시 당시 ‘1000명 오픈런’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한국 주류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7월부터 신상품 ‘원소주스피릿’을 GS25에서 판매할 예정이라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PS.
그런데 헐리우드 스타들은 왜 다들 데킬라를 만들까? 그것은 할리우드와 멕시코가 지리적・문화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가 속한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서도 데킬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이다. 또한 멕시코와 국경이 맞닿아있는 할리우드의 위치적 조건 덕분에, 데킬라를 만드는 주원료가 되는 ‘용설란’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할리우드는 셀럽들에게 데킬라를 익숙하게 즐겨 마시는 공간이자 동시에 사업적으로 도전하기에도 좋은 환경인 것!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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