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대선, 부동산을 묻다: 최경호 인터뷰 1/3」에서 이어집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공허한 이야기
임예인: 같은 지역에 살더라도,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표심은 같이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번엔 무주택자들도 민주당에게서 등을 많이 돌린 것 같은데요.
최경호: 문재인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그러니 당연히 ‘각자도생’으로 ‘내집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요.
그런데 민주당은 ‘모두가 내집마련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솔직히 고백하지 않고, 일부는 오히려 ‘국민개택주의’를 주장했습니다. 세금 올리면 그게 될 것처럼 이야기하면서요. 별로 철학이 없었고, 대안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고나 할까요? 그런 면에서 ‘빚내서 집사라’는 말이나 ‘투기 잡으면 집사라’는 말이나, 둘 다 ‘모두가 내집마련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도외시하는 무책임한 말입니다.
임예인: 민주당 말고 다른 정당은 뭔가 독자적인 비전 같은 걸 보여주었나요?
최경호: 아뇨. 정의당이 정책총론에서는 세입자 입장을 좀 강조하긴 했는데, 실제 선거에서는 공급대책 위주로 이야기했죠. 정의당의 타겟층은 공급대책 보다 세입자 정책에 더 민감할텐데, 헛발질 했다고 봅니다.
임예인: 국민의힘은 어때요?
최경호: 독(특)한 다른 철학이 있는 듯해요.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정책은 의외로 ‘따뜻한 보수’의 면모를 세련되게 보여줘서 좀 놀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뭐랄까, 시장방임주의도 아니고, 토지주를 위한 국가개입주의라 해야 할까요? 토지주의 이익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죠. 일종의 ‘정꺽임’이라고 할까요.
임예인: 정꺽임이 뭔가요?
최경호: 외국 학자가 ‘거꾸로 선 로빈후드’라는 말을 썼어요. 가난한 이에게서 빼앗아 부자에게 주는 식의 정책을 말하는 건데요. 여긴 한국이니까, 임꺽정을 거꾸로 해봤어요(…) 오세훈 시장의 핵심 정책인 ‘상생주택’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민간 토지를 임대해서 공공주택을 세우고 장기전세로 공급하겠다는 모델이 핵심이에요. 그런데 이게 토지주에게 주는 인센티브는 너무 크고, 향후 전세보증금은 서울시 돈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는 이상한 구조로 만들어졌어요.
임예인: 그래도 자가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잖아요. 어느 건축가는 누구나 집을 사게 해 줘야 하고 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최경호: 불가능하죠. 그 건축가 분은 공공주택이 ‘월세소작농’ 만드는 거라고 하셨는데, 글쎄요. 우리가 모델로 삼는 나라들은, 자가소유율이 높은 나라가 아닙니다. 자가율 낮은 나라가 오히려 복지국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 세입자가 월세 소작농인가요? 오히려 국가를 상대로 큰소리치죠. 복지국가는 ‘집 가진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입자도 마음 편히 살아서 복지국가’라고 할 수도 있는 거죠. 자세한 건, 제 슬로우뉴스 기고글을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임예인: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같은 슬로건도 있잖아요.
최경호: 그게 진보의 캠페인이라고 오해를 받는데, 사실 오세훈 시장이 10여년전에 ‘시프트’ 주택 홍보하면서 유명해진 문구에요. 그런데 민주당은 한편에서는 이런 도덕주의적 설득에 머물면서, 다른 편에서는 ‘가격을 잡겠다’는 호언장담을 하다가, 선거철이 되니까 갑자기 ‘패닉공급’ 기조로 돌아선 거잖습니까. 너무 진폭이 크니 신뢰를 줄 수가 없죠.
이재명 후보의 경우, 부동산 가격폭등은 유동성 때문이라고 원인 진단은 저와 비슷하게 했는데, 처방은 ‘공급폭탄’으로 나갔잖아요. 유동성 관리가 주택정책의 범위 밖의 문제긴 하지만, 진단과 처방이 따로 논 셈이죠.
임예인: 맞아요. 부동산 정책이 하루가 머다하고 쏟아졌고, 이랬다 저랬다 어지럽기까지 했죠. 막판 공급 정책에는 별로 기대도 없었던 것 같아요.
최경호: 사실 유권자 입장에서야 100만호, 200만호 넘어, 300만호까지 가면 실감도 별로 안되고요. 세제 완화나 폭탄 공급은 국민의힘이 더 잘할 거라 여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민주당은 자기가 유리한 전장이 아니라 불리한 전장에서 싸우려 한 것이고, 명분과 실리도 다 잃은 셈이죠.
와중에 당대표는 자기 정책브랜드 끼워 넣으려고 왔다갔다하면서, 은마 같은 대규모 단지를 용적률 500%로 짓겠다고 하질 않나… 거기 사는 분들은 그거 싫어해서, 오히려 표 떨어졌을 것 같은데 말이죠. 용적률은 요술방망이가 아닙니다. 용적률500%의 4종 주거지역 신설 공약이 나왔을 때는 기함했어요.
공공주택은 자가소유를 돕는 주택, 둘은 서로 대립되지 않는다
임예인: 사람들은 내 집을 원하는데, 여당은 공공주택으로 변죽만 울린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최경호: 강조하고 싶은데요, ‘전국민 1가구1주택’, 즉 국민개택주의는 불가능합니다. 발달한 자본주의국가들이 모두 그러합니다. 그리고 자가소유와 공공주택(사회주택)은 대립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공주택과 대립되는 건 민간의 전월세겠지요. 공공주택은 자가소유를 돕는 주택입니다. 이 점을 민주당이 명확히 설명했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않았어요.
임예인: 일반적인 인식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잖아요.
최경호: 하지만 실증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20세기 하반기 내내 사회주택의 비율과 자가주택의 비율이 동반상승했고, 2010년대 이후 동반하락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분양주택을 늘리면 1가구 1주택 비중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다주택자들 소유의 민간임대주택이 늘어났습니다. 그게 좋은지 나쁜지, 불가피한지는 별론으로 하고요.
임예인: 어떻게 공공주택과 자가주택이 동시에 증가할 수 있죠?
최경호: 공공주택이 대체 혹은 보완하려는 게 민간임대주택이니까요. ‘임대료규제 바깥의, 계속거주권을 보장하지 않는 민간임대주택’은 주로 고급시장에서 마음껏 혁신을 추구하면 되고요. 거기 들어가실 정도의 분들은, 사인 대 사인간의 계약에서 별로 약자들도 아닐 겁니다. 그런 건 시장에 맡기면 되고, 사람들이 나중에 적절한 시점에 자가소유를 할 수 있도록, 저렴한 월세로 개인의 시드머니 축적을 지원하는 게 공공주택입니다. 그게 좋은지 나쁜지, 불가피한지는 또 별론으로 하더라도요.
임예인: 음… 그냥 공급을 많이 늘리는 방향으로는 안 되는 걸까요?
최경호: 분양주택 많이 짓겠다고 하고 대출규제 풀어서 자가소유 늘려주겠다고 하는 게, 당장은 사람들에게 달콤한 이야기일지 모르죠. 하지만 분양주택은 처음부터, 혹은 손바뀜이 일어나면 결국 다주택자의 민간임대주택이 되는 물량이 더 많아요. 박근혜 정부 시절 신규주택의 77%가 유주택자에게 돌아갔잖아요. 대출규제 풀어주는 것도 타이밍 잘못 맞추면 ‘상투 떠넘기려는’ 다주택자에게 더 유리한 정책이 될 위험이 있구요.
임예인: 그래도 수요-공급의 균형이 기본이잖아요.
최경호: 주택정책을 수요-공급으로만 보는 건, 구구단만 외우고 미적분 하겠다고 덤비는 거예요. 주택은 공급이 비탄력적인 대표적인 재화입니다.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 되려면 공급이 상당히 남아돌아야 하죠. 사과나 빵이면 몰라도 집을 그렇게 과잉생산하면 파국이에요. 그리고 금융 문제도 있고요. 사람들이 돈이 없는데, 차만 공급한다고 다 자차 소유가 가능해지나요?
임예인: 미국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사회 약자층이 피해를 입었잖아요. 하지만 건전성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라면, 대출 규제를 풀어줘야 젊은 중산층의 내집 마련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상당수 중산층이 부동산 자산가치 상승으로 현재의 안정을 얻기도 했고요.
최경호: 맞습니다. 집은 원래 비싸요. 투기가 없어도 비쌉니다. 우리들 대다수는 그만한 돈이 없어요. 보통은 빚을 내서 산 다음에 원리금을 은행에 갚게 되죠. 즉 ‘초기비용을 할부화’하는 역할을 은행이 해 주는 거예요. 그런데 은행 대출이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에겐 벽이 엄청 높잖아요. 그래서, 그 역할을 공공이 하는게 공공주택입니다. 세입자로 살 때도 마음이 편해야 패닉바잉이 줄고, 그래야 대출받을 수 있는 집단의 내집마련도 쉬워집니다.
임예인: 사실 사회초년생들이 공공주택 임차를 알아보려고 해도 찾아보기가 너무 어려워요. 겨우 찾아도 조건이 별로 좋지 않은 경우도 많고요.
최경호: 그래서 한편에 공공주택이나 사회주택이 넉넉하게 있어야 합니다. 공공이 초기비용을 책임지니까, 신용이 있든 없든, 대출 없이도 대출 이자에 준하는, 혹 그보다 낮은 적절한 비용을 내고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해 주는 거죠.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또 하고 싶은 타이밍은 사람들마다 여러가지 이유로 달라요. 누군가는, 또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임대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학기에 군대 가려고 휴학 계획을 세운 대학생이, 몇년 뒤 어느 동네에 자리잡을지 모르는 사회초년생들이 다 취등록세 내고 집을 사야하나요?
임예인: 다음 학기에 군대를 가더라도 집을 사 놓고 가면, 월세를 받아서 돈을 모을 수 있잖아요?
최경호: 그렇죠. 그런데 그러면 그 월세는 누가 내나요? 다른 누군가는 세입자가 되어줘야 하잖아요? 맞습니다, 개인의 재테크 차원에서는 집을 사 놓는게 합리적일 수 있어요. 하지만 공공정책은 그렇게 하면 안 되죠. 모두가 건물주가 되면 임대료는 누가 내나요? 그래서 저는 주거부문에도 버스전용차로 같은 게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임예인: 버스전용차로요?
최경호: 네. 당장은 버스전용차로 때문에 길이 막히는 것 같아도, 결과적으로는 자차 운전자에게도 좋은 거거든요. 그게 없으면 너도 나도 다 차를 사고 몰고 나오겠다고 할 테고, 그럼 차 값도 비싸지고 길도 더 막히죠. 평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나중에 내가 운전할 때도 편한 거죠. 물론 토지지분이 있는 집이랑 차는 좀 다르지만, 대도시에서의 상황은 비슷한 점이 있어요.
임예인: 혹시 공급정책 전체에 부정적이신 건가요?
최경호: 그런 오해 자주 받는데요, 저도 공급해야 먹고 사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공급정책에 그치지 않고, 여러 정책패키지가 따라 붙어야 이런 안 좋은 방향으로 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공급은 해야죠. 계속 차분하게 꾸준히 해야죠. 그건 기본입니다. 다만 공급만이 만능해법이라는 생각은 곤란해요.
임예인: 단순히 공급 늘리고 규제 풀고 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거군요.
최경호: 꼭 공공주택이나 사회주택이 아니더라도, 시세차익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한 공급을 해야 합니다. 지금 ‘30년 저축해도 집 못 사니, 대출 풀어달라’고 하잖아요. 그 말은 뒤집으면 뭐에요. ‘30년 저축해도 그 대출금 못 갚는다’ 아니에요? 그러면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팔아야 갚지요. 집값이 이자율보다 더 올라야 팔고 갚는 거죠.
또 그러려면 내 집값이 계속 더 올라야죠. 그러면 조카세대엔 ‘40년 저축해도 못 사는 집값’이 되어있겠죠. 그러면 또 LTV DSR 더 풀고, 그러면 그 다음 세대는 ‘50년 저축해도 못 사는 집값’이 되어 있을 테고요. 그러면 차라리 다행일수도 있고요. 40년 저축해도 못사는 집값이 되고 나면 거품이 터져서… 글쎄, 뭐가 더 고통일까요? 터지는 거랑 안 터지는 거랑…
새 정부에 희망을 걸 수 있을까?
임예인: 어쨌든 정권 교체는 이루어졌고, 새 정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새 정부는 망가진 시장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최경호: 부동산에 대한 문제인식은 워낙 다양하지요. ‘망가진 시장’이 어떤 문제를 말씀하시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질 것 같아요.
임예인: 우선, 대출규제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 같은 것도 있었는데요.
최경호: 글쎄, 지금 상황에서는 대출규제를 완화한다 해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부실화를 염려하는 은행이 DSR을 깐깐하게 보면 고소득 집단만 혜택을 볼 테고, 반대로, 은행이 상환 능력도 안보고 막 대출해주면 더 큰 파국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임예인: 일단 인수위는 대출 규제 완화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최경호: 대출해주는 입장에서도 리스크 관리를 하게 됩니다. LTV는 담보물의 가치를 보는 거니, 주택가격이 떨어지는게 리스크입니다. DSR은 차주의 상환능력을 보는 거니,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지가 중요한데요. 리스크에만 치중하면 고소득층만 주로 혜택을 보죠.
한편에서는 경제발전을 위해서 노동을 유연화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유연화된 노동에 은행이 돈을 잘 빌려주겠어요? 더 깐깐하게 보겠죠. 제2금융권은 또 모르지만, 그러다가 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될 수도 있구요. ‘경제발전을 위해서 노동을 유연화하자’고 하시는 분은, 주택문제의 대중적 해법으로 ‘빚내서 집 사라’ 주장하시면 곤란하다고 봅니다.
임예인: DSR 규제 완화는 어떤가요? 실제로 LTV를 완화하더라도, DSR 규제 때문에 사실상 규제 완화 효과를 보기 힘들 거라는 얘기도 있던데요…
최경호: 그래서 고소득층만 혜택 보지 않도록, 요새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갚게 하자’고 DSR도 파격적으로 완화하자는 주장도 나오던데요,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이긴 합니다만, 약간 ‘돈은 찍어내면 된다’는 MMT이론 같아서 조심스럽게 보고 있어요.
임예인: 자가든 전세든, 주택 마련 자체가 어려워진 부분도 있어요.
최경호: 접근성 개선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개인적으로는 ‘환매조건부’나 ‘지분공유형’을, 전세와 일부 자가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택에는 대출규제를 과감히 풀어도 되고요. 이런 주택은 사실 투기가 원천봉쇄되니까, 전매제한 기간 같은 것도 필요 없는데, 지금 정책들 보면 습관 때문인지 자꾸 의무거주기간 같은 규제를 걸더라고요.
임예인: 환매조건부 지분공유형이 뭔가요?
최경호: ‘환매조건부’란 LH 등 공공기관에 되파는 조건으로 분양하는 겁니다. 대신 그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든가 해야겠죠. ‘지분공유형’은 처음 공급할 때부터 집주인과 LH 등 공공기관이 함께 집값을 분담하고, 지분도 그만큼 나눠 갖는 식이에요. 당연히 시세차익도 지분에 따라 나누고요. 이들 방식은 현재의 주택 시장에도, 일정 부분 적용 가능합니다. 환매조건부는 분양가 상한 주택 등에 적용하기 나름이고, 수익을 지분에 따라 나누면 자연스럽게 환매조건부의 효과가 납니다.
임예인: 당장의 재산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나 저소득층에게도 내집 마련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거군요.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 중에서도 비슷한 정책이 추진되는 게 있을까요?
최경호: 네, 윤석열 당선인의 ‘청년원가주택’이나 ‘역세권첫집’을 비롯, 모든 후보들이 다 조금씩 반영한 부분이죠. 정의당 경선에서 황순식의 ‘공존주택’, 민주당 경선에서 박용진의 ‘가치성장주택’, 국민의 힘에선 원희룡의 ‘반반주택’등이 있습니다. 다들 고민이 수렴하는 지점이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청년원가주택은 나중에 차익을 7:3으로 나눈다는데, 그 근거가 뭔지 모르겠어요. 공약집 뒤져봤는데 명확하지가 않더군요. 지분이 7:3이라면 이익도 같은 비율로 나눌 수 있겠지만, 공약은 ‘원가로 분양하고, 매매차익의 70%를 입주자에게 준다’는 식이거든요. 건설원가가 시세의 70%라는 입장일까요? 자세한 내용은 제가 얼룩소에 기고한 글을 참조하면 될 듯합니다.
임예인: 입주자에게 돈을 많이 줄수록, 국민들 입장에선 좋은 거 아닌가요?
최경호: 윤석열 당선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환매조건부 주택의 핵심가치는 ‘첫번째 분양자가 팔고 나간 뒤 두번째로 들어오는 2기 입주자도 저렴한 가격에 입주한다’는 세대간 형평성이에요. 시세차익을 뺏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그런데 1기 입주자를 누그러뜨리려고 5:5가 아니라 7:3으로 나눈다는 건, 그만큼 2기 입주자 부담이 커지는 거 아니겠어요? 1기 입주자가 돈을 다 냈으면 30%을 회수할 근거도 애매하고요. 하긴 주택시장이 안정화되어서 시세차익이 없으면, 5:5든 7:3이든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그러나 아무도 그걸 진짜 바라지는 않는 것 같고요.
임대차 시장의 정상화, ‘정상화’란 개념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임예인: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과 월세가격이 널뛰고 있잖아요. 계약갱신권을 쓴 물건과 안 쓴 물건 사이에 엄청난 가격 차이가 나고 있고요. 임대시장을 정상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경호: 그런 게 문제라면, 1981년 전처럼, ‘계약기간’이라는 걸 아예 없애면 됩니다. 오늘 입주해도 내일 쫓겨나는 세상이라면 임대료가 시세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겠죠. 그런 게 말씀하시는 ‘정상적인 임대시장’인가요? 그럼 무기계약이 자연스러운 외국은 비정상일까요? 매매부문에서는 2년 전에 산 가격하고 지금 사려는 가격하고 차이가 나는 걸 아무도 뭐라고 안하면서, 왜 임대부문에서는 2년전 전세가격과 지금 전세가격이 다른 걸 문제 삼는지도 좀 웃깁니다.
임예인: 하지만 임대와 매매가 동일한 개념은 아니잖아요.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최경호: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래 살았던 사람이 처음에 지금보다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보다 적은 돈만 내고도, 같은 품질의 집에 살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똑같잖아요.
임예인: 그러면 무기계약이 이뤄진다면, 집값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최경호: 글쎄요. 매매가는 더 오를수도 있고 덜 오를 수도 있고, 확언 못하겠네요. 임대료 혹은 임대수익률이 매매가에 반영된다는 논리라면 매매가격이 덜 오르겠죠. 일반 오피스시장은 아마 그럴 겁니다. 하지만 운용수익이 줄어들면 매각차익으로 벌충하려 하는 심리도 분명 현실에 영향을 미칠테고, 특히 주택시장이 매도자 우위 시장이면 그렇게 될 겁니다.
임예인: 사실 그 벌충 심리가 꽤 영향을 크게 끼칠 것 같아요.
최경호: 역으로 매각차익이 줄어들면 운용수익으로 벌충하려 하잖아요. 그래서 전세가 월세화되는 거고, 세금 때리면 임대료에 전가하는 거고… 그래서 어떤 분들은 ‘매매가를 잡으면 임차시장도 안정된다’고 주장하시는데 저는 반신반의합니다. ‘다주택자 때리면 전세시장이 요동친다’는 측면을 생각하면 ‘반의’할 수밖에 없는거죠. 전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데요. 무기계약이 임대시장에서 일반화되게 되면, 가격보다 더 큰 문제가 닥쳐올 거예요.
임예인: 가격 말고요?
최경호: 증여 부작용이니 전세의 월세화니 이런 모든 게 무난하게 어찌 해결된다 해도, 무기계약이 되면 그보다 진짜 문제는, 한 10년 뒤에는 ‘임차인 집단 내의 세대간 갈등’이 대두될 거예요. 마음에 드는 좋은 집에 무기계약으로 사는 삼촌 세대 때문에, 이제 새로 집을 구하려는 조카 세대는 그 집에 더 비싼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어도 못 들어가고,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으로 덜 좋은 집에 들어가야 할 테니까요.
임예인: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죠?
최경호: 이걸 해결한다고 또 ‘쫓아낼 권리’를 후속임차인에게 주는 방식도 답은 아닐 거구요. 그래서 더더욱, ‘꾸준한 공급’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하느냐인데, 그러니 결국 균형 발전이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임예인: 그런 맥락에서일까요? 최근 임대차 3법 폐지가 공론화되자, ‘임대차 3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던데요. 다만 너무 급하게 추진했고, 제도 도입 순간 발생할 충격에 대비가 너무 없었을 뿐이라고요. 그럼 전월세 관련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정책이 펼쳐져야 할까요?
최경호: 다주택을 소유할 수 있고, 이걸 세를 줄 수도 있어요. 당장 목돈이 없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주는게 고맙기도 한데요. 민간임대주택이면 렌터카처럼 등록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임대소득세를 강화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표준임대료를 준수하면 보유단계 세금을 깎아주고, 공공주택수준의 임대료를 받으면 아예 면제해주는 방식이 어떨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혜택 받는게 중요하지, 왜 세금 걷을 생각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기재부만 좋아할 일이지요.
임예인: 다만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걱정은 되잖아요.
최경호: 전체 임대물량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겠죠. 그래서, 계약갱신권 보장하면서도 짓겠다는 공공주택이나 사회주택을 늘려야죠. 100만호네 OECD 평균이네 하며 큰 수치를 던지지 않더라도, 임대료 규제로 인해 축소되는 민간의 물량을 메꿀 수준만 되어도 될 거예요. 실제로는 물론 거기서 좀 더 여유 있게 공급하는 게 좋겠지요.
임예인: 전세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최경호: 계속거주권이 강화될수록, 전세의 월세화가 문제가 될 겁니다. 매각차익을 위한 레버리지 투자 종자돈을 마음대로 동원할 수 없게 되니, 임대인으로선 운영단계에서의 수익이라도 올려야지요. 여기에 세금이 강화되어 조세 전가가 이루어진다면 월세화는 더 심해지겠죠.
보증금 빼줄 돈이 없는 분들도 많으니 ‘순전세’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더라도, 앞으로는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계속 늘어날 겁니다. 세금 올리면 매물로 내 놓아서 집값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는 분도 있는데, 글쎄요. 임대료 규제가 없으면 그렇게 안될 걸요? 저는 차라리 임대료 규제가 세금보다 낫다고 봅니다.
임예인: 임대료 규제가 세금 보다 왜 더 낫죠? 다 공급 물량 축소로 이어질 것 같은데요?
최경호: 세금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 사이의 형평성이니, 똘똘한 한채니, 공시가격이니 하면서 논란이 많아요. 하지만 임대료 규제는 결정적으로 1주택자, 즉 실수요자는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죠. 복잡한 계산하지 않아도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원래도 1995년 이후 전세는 구조적으로 축소 중이었습니다. 아마 3기신도시 완공 후엔 잠시 주춤할 지 모르겠는데요, 도시화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신규주택증가율이 줄어들면, 전세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신규투자처가 줄면, 임대인 입장에서 목돈을 가지고 있을 유인이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 때문입니다. 이를 전제로 하고, 차라리 월세 대책의 차원에서 임대차 3법을 생각하는 게 맞다는 거예요. 자세한 건 제 한겨레 기고문을 봐주세요. 임대차법 도입 직전에 쓴 겁니다.
「2022 대선, 부동산을 묻다: 최경호 인터뷰 3/3」으로 이어집니다.
이 글은 고해상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