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 커피(coffee)라고 했던가. 코로나로 느닷없이 홈카페에 입문해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든 에디터. 다이소는 싫지만 말코닉으로 시작하기엔 부담스러운 홈카페 초심자들을 위해 이번 시리즈를 준비했다.
컵라면보다 쉬운 커피, 미스터클레버
내가 철이 없었지. 집에 원두만 사두면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 마시고 나갈 줄 알았거든? 그런데 현실은 영양제 한 알도 챙겨 먹기 버거운 아침이야.
바쁜 아침이면 마음이 조급해져. 커피에 물을 붓는 시간은 처음엔 힐링이었는데, 갈수록 점점 아까워지더라. 결국 야심 차게 사둔 브루잉 세트는 찬장 속으로 들어가고, 정신 차려보니 나는 이불속에서 꿈지럭대고 있더라고.
모닝커피의 행복을 잊고 살던 여러분을 위해 준비했어. 오늘 소개할 도구는 ‘미스터 클레버’야. 이건 정말 쉽고, 빨라. 마치 이 글처럼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쉬운 드리퍼, 21세기의 도구를 소개합니다
미스터 클레버(클레버)를 추천하는 이유는 하나야. 다루기 쉽거든. 원두와 물을 넣고, 뚜껑 덮고 기다리기만 끝이야. 컵라면 끓이는 정도의 노력만으로 누구나 근사한 커피를 내릴 수 있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클레버의 원리 때문이야. 카페에서 바리스타들이 핸드드립을 하는 모습을 한 번쯤은 봤을 거야. 일반적인 드리퍼는 물을 따르면 동시에 커피가 떨어지잖아. 하지만 클레버는 달라. 물과 원두 가루를 통 속에 가두어 충분히 우려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한꺼번에 방출해. 사람이 붙어서 계속 물을 부어줄 필요가 없지.
손길이 필요 없다는 건, 즉 누구든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는 뜻이야. 점드립, 선드립, 시계방향… 이런 복잡한 핸드드립 기술을 연마할 필요가 없게 되지. 쉽고, 편차가 없는 것. 클레버가 가진 강력한 장점이야.
커피가 쉽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건데?
좀 더 심화 버전으로 들어가 볼까? 브루잉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침출식과 여과식.
우리가 흔히 아는 핸드드립은 여과식 추출에 속해. 여과식은 커피에 담긴 다양한 향기를 섬세하게 추출하는 데 적합하거든. 하지만 물을 붓는 기술이 부족할 때, 문제가 생기지. 특정 면에 지나치게 치우쳐 붓거나, 물 따르는 타이밍에 따라서도 커피의 맛이 전혀 다르게 변해버려. 맛이 섬세한 만큼 동시에 예민한 방식이랄까?
반면 침출식은 커피를 완전히 물속에 담가서 추출하는 방식을 말해. 인류가 처음 커피를 발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사용되는, 근본 있는 방법이야. 침출식의 장점은 균형적인 추출이 가능하단 거야. 커피의 모든 면이 물에 동시에 닿거든. 물론 너무 오랫동안 담가둘 경우는 문제가 생기지만, 나름 일괄적인 맛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쉽게 말해, 평타는 치는 맛이라고 할까?
클레버는 바로 침출식을 채택해서 커피를 추출하는 거야.
미스터 클레버… 제가 직접 써보니까요
에디터의 사용기
생각보다 구성이 단출하지? 클레버는 받침과 뚜껑, 그리고 본체로 이루어져 있어. 여기에 종이필터(여과지) 정도만 별도로 준비해주면 돼. 만약 집에서 쓰던 필터가 있다면 그걸 써도 무방해.
이제 커피를 만들어 볼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먼저 본체에 필터를 접어 넣고, 뜨거운 물을 한 바퀴 부어줘. 혹시라도 남아있을 먼지와 종이 맛(?)을 씻어내는 과정이야. 린싱(Rinsing)이라고 불러. 영 귀찮다면 생략해도 좋지만, 그래도 린싱을 해주면 더 깔끔한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작은 차이가 때로는 큰 변화를 만드니까.
린싱이 끝났다면 (물을 버리고) 원두를 넣어줘.
그다음 주전자로 뜨거운 물을 붓는 거야. 이때 스킬? 필요 없어. 그냥 막 부어도 괜찮아. 쫄쫄 따르거나, 콸콸 붓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자유롭게 하면 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벌써 커피는 거의 다 완성된 것과 다름없어.
마지막으로 커피 성분이 더 잘 우러나올 수 있도록 나무 수저로 한 번 저어줄게. 이제 뚜껑을 덮고 2~3분 내버려 두면 끝이야. 그 사이에 양치를 하든, 옷을 입든, 다른 일을 해도 좋아.
시간이 다 되었다면, 클레버를 통째로 들어서 잔 위에 올려놓으면 끝. 신기하지? 커피가 저절로 내려와.
신기한 마법(?) 같은 연출의 비법은 바로 요 마개. 클레버 바닥의 자그마한 실리콘 마개야. 평평한 바닥에 두었을 땐 마개가 단단하게 닫혀있다가, 컵 위에 얹으면 (테두리에 의해) 마개가 자연스럽게 위로 들리면서 커피가 나오는 방식이야. 이 작은 마개 하나가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준 셈이지. 나름 특허받은 기술이야.
마지막으로 후처리도 간단해야겠지? 원두 찌꺼기가 모인 필터는 잘 건져서 일반쓰레기로 버리고, 본체는 흐르는 물에 훌훌 씻어주면 돼. 원한다면 실리콘 마개를 빼서 더 꼼꼼하게 씻는 것도 가능하지만, 너무 자주는 추천하지 않을게. 괜히 헐거워져서 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어.
주저하는 초보들을 위한 단 하나의 입문용 도구
‘미스터 클레버’는 홈카페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도구야. 뭐든 첫인상이 중요하잖아. 클레버는 심플하고, 어렵지 않아. 이걸 사용하면서 ‘커피? 뭐 별거 아니네!’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면 좋겠어. 일단 자신감이 붙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취향 따라 흘러가는 거니까.
괜히 비싸고 복잡한 기계를 샀다가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커피는 어려운 게 아냐. 야 너두, 커피 할 수 있어.
아직 고민이 된다면, 아래의 체크리스트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거야. 추가로 홈스프레소에서 소개해 줬으면 하는 커피 도구가 있다면 댓글을 부탁해.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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