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사 첫날부터 지금까지 6개월 넘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6개월 동안 사내외 미팅을 위해 사무실에 출근한 날을 모두 합쳐도 1개월이 안 될 것 같은데요. 용인에서 강남까지 왕복 출퇴근 시간만 평균 3시간이 걸리는 저에게는 정말 행복한 직장 생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줄어든 출퇴근 시간만큼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출근 준비와 이동에 낭비되던 에너지를 가족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워라밸 측면에서 최고의 제도이자 복지입니다.
그런데 6개월쯤 경험해 보니 재택근무는 이러한 개인적인 베네핏 외에도 조직 전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재택근무가 사내정치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2.
조직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기능이 분화되고, 팀과 관리자가 늘어납니다. 또한 의사결정에서도 위계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변화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고, 오히려 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변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조직 구성원 간 ‘개인적인 친분’이 개입하여 구성원 각자의 ‘성공에 대한 욕망’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순간, 우리가 그토록 혐오하는 사내정치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친분’은 대체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대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서로의 취향과 선호가 일치하는, 혹은 한 쪽이 다른 한쪽에게 무조건 맞추는 시점을 기반으로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담배 타임과 점심식사, 회식, 골프와 같은 반복적인 친목 활동을 통해 친분의 싹이 트고, 시간이 흐를수록 무럭무럭 자라나 서로가 서로에게 시원한 그늘과 버팀목이 되면서 파벌이 커져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면서 사내 정치가 난무하게 됩니다.
3.
그런데 예상하시는 것처럼 재택근무는 애초에 이러한 싹이 틀 환경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가끔 출근해서 만나는 동료와 담배를 함께 피우고 식사를 함께하며, 어쩌다 한 번은 맥주도 같이 마시면서 친분의 씨앗을 심기도 하지만, 그 만남이 지속적이거나 정기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내정치는 자양분을 얻지 못해 싹을 틔우기 어렵습니다.
물론, 재택근무 중에도 화상회의와 전화 통화,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대면 구두 커뮤니케이션보다는 불편함이 있다 보니 업무 관련 이야기 외에는 잘 하지 않게 되고, 서로의 취향과 선호까지 궁금하거나 맞춰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팀원들을 가끔 만나 친분의 씨앗을 심어두고, 또 가끔 물을 줘서 말라 죽지만 않게 하는 이 정도의 친분 상태가 딱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심각한 사내정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영진이나 인사팀이 있다면, 과감하게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해 보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문: 워킹대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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