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도도새 발언 ‘게으르면 죽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있었던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 에 참가하여 “사방에 먹이가 널려 있어 날갯짓을 잊어버릴 정도로 태평성대를 누리다가 외부의 갑작스러운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도도새에 관한 이야기”라며 ‘도도새의 법칙’이라는 것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도도새는 태평성대를 누리며 진화를 게을리했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였다며 기관은 끊임없이 진화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같은 현상도 저런 식으로 해석을 하기도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도도새는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살던 통통하게 생겼는데 날개는 있지만 퇴화되어 날지 못하던 새였다. 유럽의 탐험가들이 모리셔스 섬에 도착했을 때 이 새들은 섬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가가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뒤뚱거리며 제 할 일을 했다.
사람이 다가가도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지 않은 동물은 딱 도도새 만이 아니었다. 유럽의 탐험가들이 새로운 섬에 도착하였을 때에 그곳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고 그 동물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경계를 하지 않았다. 유럽 탐험가들이 신대륙을 찾아다닌다고 하던 당시를 기록한 많은 책들에는 곳곳에서 그런 대목들이 나온다. 우리에게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에니메이션으로 익히 알려진 프레데릭 백의 작품 중『위대한 강』이라는 또 다른 에니메이션이 있다. 그 에니메이션을 보면 당시의 풍경이 나온다.
“창공을 가득 채운 새의 무리들. 섬을 온통 뒤덮은 쇠오리와 바다오리떼들. 탐험가와 선원은 넋을 잃었다.”
이 쇠오리와 바다오리떼들 그리고 물범들은 사람들이 다가가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한 동물들을 탐험가와 선원들은 모조리 때려잡아 그 많던 동물들은 삽시간에 사라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도새도 인간의 학살에 의해 1681년 마지막 기록을 남긴 후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누가 도도새를 죽였는가?
여기에서 도도새는 왜 사라진 것일까? 박 대통령은 현실에 안주하여 진화를 게을리 했기 때문에 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말이 타당한가? 이 말은 전적으로 생명의 역사와 진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발언이다.
진화의 결과는 사람이 사람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은 자신이 거주하는 곳(niche)에 적응하고 또 그 환경에 작용하며 그 관계 속에서 진화를 한다. 그 관계가 유연하게 이루어졌다면 존재하는 것이고 유연하지 못하였다면 멸종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어떤 생물이 그곳에 있었다면 그 생물은 오랜 생명의 시간 속에서 진화에 성공한 것이다. 더군다나 개체수가 많았다면 그 환경에 적응하여 아주 잘 진화한 것이다.
도도새는 유럽의 탐욕스러운 탐험가가 그 섬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천년만년 지속될 생물이었다. 도도새는 오랜 생명의 시간 동안 자신이 먹을 것 이상을 학살하는 생명을 본적이 없다. 이런 경우는 도도새 뿐만 아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엄청난 수의 버펄로가 있었다. 어떤 경우 버펄로 한 무리가 지나가려면 2박3일이 걸리기도 했다고 기록에 남아있다.
그 버펄로는 진화에 성공한 것일까 실패한 것일까? 그 많던 버펄로는 유럽인들이 인디언을 몰아내고 또 자신들의 소를 키우기 위해 군대와 청부사냥꾼을 동원하여 몰살을 시켰다. 당시 사냥꾼들은 돈이 되는 버펄로 가죽만을 벗겨가고 시체는 방치하여 초원은 버펄로 사체가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많던 버펄로는 자취를 감추었다. 이런 경우에도 버펄로가 진화를 게을리 하여 멸종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일까?
지금도 매년 3만종의 생명이 멸종되고 있다. 이것은 물론 인간이 열대림을 파괴하고 생물들을 몰살시키면서 발생한 숫자이다. 그래서 리처드 리키(Richard Leakey)와 로저 르윈(Roger Lewin)은 지금을 ‘제 6의 멸종기’라고 하였다. 이렇게 멸종되는 생명들이 진화의 노력을 게을리 해서일까? 그것은 아니다.
경쟁의 강화로 살아남으면 그만이라는 논리의 위험성
지난 MB 정권 당시에 4대강을 진행하면서 물에 살던 생명인 물고기들이 헤아릴 수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였다. 이 물고기들이 왜 죽음을 맞았을까?
이런 물고기의 죽음을 두고도 물고기들이 물이라는 환경에 안주하여 살았기 때문에 그리 되었다며 ‘도도새의 법칙’ 때문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물이 오염될 수도 있는 변화되는 환경을 대비하여 공기중에서 숨을 쉴 수 있는 폐를 만들어두거나 혹은 다른 물로 이동할 수 있는 날개를 만들어 두었다면 그런 죽음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의 말 대로 물고기가 폐를 만들어 두었거나 날개를 만들어 두었다면 그런 상황에서 죽음을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제 일이 있어서 고등학교에 잠깐 강연을 다녀왔다. 매일 같이 학교의 풍경을 보는 사람은 그러한 풍경이 낯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풍경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 풍경은 너무나도 낯선 환경이었다. 강연을 하는 동안 학생들의 반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집의 아이에게 물어보니 그런 풍경은 꼭 그곳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란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란다.
이 아이들이 이렇게 학교에서 시시때때로 잠을 자는 이유는 이런 저런 공부에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나 수학이 이 아이들을 피곤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아이들은 경쟁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또 학부모님도 아니 이 나라의 교육 자체가 경쟁의 늪에 빠져 있다.
2013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3만 9000원이라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사교육비 총액은 약 18조 6000억 원이란다. 이 막대한 비용이 아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비용이라며 소요되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사회이고 국가인가?
생태계는 오직 경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바다에는 큰 덩치의 고래가 살고 있다. 만약 이 바다에 유조선이 난파되어 기름이 유출되면 이 고래는 숨을 쉬지 못하여 질식사 할 것이다. 그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평상시에 고래가 날개를 준비하고 나는 연습을 하면 어떨까? 만약 고래가 날지 못해서 유출된 기름에 덮여 질식사 했다면 그 고래를 두고 ‘도도새의 법칙’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런 날개는 고래에게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고래는 수천만 년의 시간을 거쳐서 바다에 적응하면서 살아오며 바다에서 날 일이 없기에 그런 쓸데없는 날개를 개발하지 않은 것이다. 도도새 또한 날개가 없어도 통통하게 살이 찔 정도로 그 섬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물이 들어와서는 끝도 없이 동료들을 학살한 것이다. 도도새는 그렇게 자기가 당장 먹을 것 이상으로 동료를 학살하는 생물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경우의 수를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많은 생명의 멸종은 그들 생명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그러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우리 인간의 문제이다. 그런데 그러한 인간의 문제를 자연의 생명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자유주의자들은 경쟁만이 살길이라며 무한 경쟁을 외치고 있다. 약육강식의 경쟁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에 우리 또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러한 경쟁은 국내를 넘어서 세계적인 경쟁이 자연스러운 글로벌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시골의 농부조차도 세계 시장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생명은 미시적으로는 경쟁하지만 거시적으로 서로 도우며 오늘에 이르렀다. 생명은 경쟁이 아니라 상호부조하는 공생명이다.
자연의 생명에게 있어서 박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그런 ‘도도새의 법칙’은 없다. 다만 경쟁을 지상의 선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인간의 탐욕에 의한 학살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학살로 인하여 한해 3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다. 이러한 상태로는 지금의 생태계는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또 생태계의 기반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 아니 우리의 미래가 지속가능할 수 없다.
기후 변화와 환경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자연의 생명체나 사회 구성원에 대한 지배적인 패러다임(Dominant Social Paradigm : DSP)은 변화되어야만 한다. 그러한 때에 경쟁만이 살 길인 듯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원문: 태양 아래 사람이 머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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