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의 「How the pandemic has changed the weather in the technology industry」를 번역한 글입니다.
클라우드, 하드웨어, 경쟁이라는 세 가지 변화가 테크 산업을 강타했습니다.
최근 테크 업계가 연일 호황입니다. 지난 2분기 실적 하락에 따른 우려는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사라졌습니다. 구글(Google)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서부의 5대 빅테크의 실적이 급증했습니다. GAFAM이라 불리는 다섯 기업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40% 증가했고, 이익은 90%나 뛰었습니다. S&P 500 정보통신(IT) 지수는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며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실적이 정점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이 경우 향후 실적은 현실적인 수준으로 수렴할 것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은 GAFAM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다음 분기에도 증가하겠지만, 증가율은 각각 26%, 39%로 낮아지리라 전망합니다. 실적 증가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주가도 하락 추세입니다. 이러한 성장세 둔화는 팬데믹이 테크 업계를 얼마나 바꿔 놓았는지 보여줍니다.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팬데믹을 계기로 기술과 산업의 새로운 흐름이 시작됐는지, 아니면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퍼졌을 때, 사람들은 빅테크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지리라 예상했습니다. 대면 접촉 감소에 따라 늘어나는 디지털 수요 증가의 혜택이 빅테크 기업에 몰린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팬데믹 시기를 버틸 자원이 부족한 작은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으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절반만 맞았습니다. 정확히 예측한 것은 5대 빅테크의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2020년 1월 이들의 시가총액은 S&P 500 기업 시가총액의 17.5%였지만 오늘날 22%까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예측은 틀렸습니다. 빅테크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가치가 크게 늘어난 것이죠. 티어-2 테크(Tier-two tech)라고 부르는 이들의 시가총액 증가세는 빅테크를 넘어섰습니다. 200억 달러(24조 원) 미만의 시가총액을 가진 42개 기업을 포함한 이 그룹의 기업 가치는 2020년 2월 GAFAM의 22%에서 최근 31%까지 늘어났습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더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다양합니다. 시장조사 업체인 르네상스 캐피털(Renaissance Capital)은 올해만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창업하는 등 스몰테크 기업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평가합니다. 큰 규모의 기업 인수가 몇 건 있었지만, 빅테크의 지나친 인수합병과 시장 잠식에 대한 반발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 인수 건수가 줄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팬데믹은 GAFAM이 주도하지 못하는 큰 규모의 디지털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티어-2 테크 그룹을 이끄는 핀테크 업체인 페이팔(Paypal)입니다. 페이팔의 시가 총액은 2,760억 달러(330조 원)에 달합니다.
양적인 실적 성장보다 질적 변화가 더 흥미진진합니다. 첫 번째 변화는 클라우드의 확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는 팬데믹 초기 클라우드 사업 성장을 예견했습니다. 전체 클라우드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3대 클라우드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의 매출은 2019년 4분기 270억 달러(32조 원)에서 올해 3분기에는 40%나 급증한 380억 달러(45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클라우드 확산의 수혜자는 소규모 기업들입니다. 50여 개의 티어-2 테크 기업 중 80%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인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는 1,040억 달러(123조 원), 클라우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윌리오(Twilio)는 610억 달러(72조 원), 계정 관리 소프트웨어인 옥타(Okta)는 390억 달러(46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기존 테크 기업들도 클라우드 사업 확장에 나섰습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강자인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대표적입니다. 어도비(Adobe)도 클라우드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기존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Oracle)과 SAP도 늦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에 뛰어들었습니다. 하드웨어 업체인 시스코(Cisco), 델(Dell), IBM도 기업들의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대신, 클라우드로 원격 접속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판매 점유율을 끌어올렸습니다.
두 번째 변화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용이 늘어났음에도 하드웨어인 컴퓨터 판매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업무에 사용하는 고성능 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2020년 3억 대 이상의 컴퓨터가 출하되면서 최근 10년 중 가장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는 2019년보다 13%나 늘어난 것입니다. 올해 매출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이는 수요 감소가 아니라 반도체 등 부품 공급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레노보(Lenovo)와 HP에 이은 세계 3위 컴퓨터 제조사인 델은 3분기 출하량이 작년보다 27%나 늘어났고, 이에 따라 3분기 실적 호조를 예상합니다. 반도체 기업의 호실적은 하드웨어 업계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인텔(Intel)은 지난 10월 21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하며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지만,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5% 증가한 192억 달러(23조 원), 이익은 60% 증가한 68억 달러(8조 원)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익은 최근 3년 중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위탁생산 기업(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는 매출액 149억 달러(18조 원), 이익은 56억 달러(7조 원)로 각각 16.3%, 13.8%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반도체 분야의 세 거물이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입니다. 이들이 향후에 계획된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한다면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클라우드용 데이터 센터뿐 아니라 스마트폰, 스마트 센서 등 기기 자체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엣지 디바이스(edge device)의 반도체 수요도 함께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죠. 인텔은 2022년 280억 달러(33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118조 원)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 큰 변화는 테크 업계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점입니다.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비록 GAFAM이라는 5대 기업의 사업 영역이 검색의 구글, 이커머스의 아마존 등으로 구분되어 본격적으로 격돌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경쟁 구도는 이미 달아올랐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클라우드 비즈니스 분야에서만 경쟁하고, 애플이 지난 10월 발표한 아이폰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으로 페이스북 광고에 타격을 주는 등 서로 견제구를 던지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지난 10월 21일 구글이 자사 앱 마켓의 구독 수수료를 15% 인하한다고 발표하며 애플도 수수료를 낮추도록 압박하는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원격근무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줌(Zoom) 사이에 원격 오피스를 선점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다른 기업들도 빅테크와 일전을 치릅니다. 페이스북의 소셜미디어 서비스는 스냅(Snap)이 소유한 메신저인 스냅챗(Snapchat), 중국 인터넷 거인인 바이트댄스(ByteDance)의 숏비디오 플랫폼인 틱톡(TikTok)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들과 맞섭니다. 최근 데이터 유출 사건으로 미국의 10대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떠나 틱톡에서 2–3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아마존이 지배하는 이커머스 시장도 치열합니다. 기존 오프라인 강자 월마트(Walmart)는 온라인 판매에 눈을 떴고, 신생 쇼핑 플랫폼 기업인 쇼피파이(Shopify)는 아마존의 인터넷 상점과 자웅을 겨룹니다. 핀테크 업체인 페이팔(Paypal)이 소셜미디어 기업인 핀터레스트(Pinterest)를 인수하려는 시도는 헛물만 켠 것으로 보이지만, 성공했다면 페이팔이 이커머스 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됐을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덮친 지 2년이 지난 후 테크 업계는 격변을 겪었습니다. 클라우드가 확산하고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커졌을 뿐 아니라, 살벌한 경쟁의 전장이 펼쳐졌습니다. 앞선 2가지 변화는 지금 같은 빠른 속도로 영원히 지속하지 않으리라 전망됩니다.
디지털 업계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집중화”는 이미 정점에 올라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가 아니라 실제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상의 접점인 엣지 디바이스 분야가 성장하리라 전망합니다. 그리고 반도체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공장 투자에는 100억 달러(12조 원) 이상의 비용이 수년에 걸쳐 소요되기 때문에, 몇 년 후 공급 과잉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새롭게 펼쳐진 경쟁 국면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입니다.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팬데믹이 시장의 오랜 경직성을 깨부수고 빅테크 간 경쟁은 물론 작은 기업들의 도전도 활발해지는 역동적인 시장이 나타나리라 예상합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현재 경쟁 구도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결국 산업의 선두 주자인 빅테크들이 성채를 더 높게 쌓고 경쟁 업체들을 인수해 경쟁을 종식하리라 전망합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반독점 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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