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 종종 내게 연락을 한다. 대부분 고민을 서로 나누다 보면 해결 방법을 찾거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 더는 큰 고민거리가 아닌 일이 되곤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것처럼 특별한 원인 없이 불안감이 엄습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터져 나올 때가 있다.
운동하자.
그때마다 나는 친구들에게 가벼운 운동을 추천한다. 이미 수많은 운동 생리학 논문들에서 증명했듯이 운동과 같은 신체 활동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의 보건 의료 서비스 기관 ‘NHS’에서는 경증의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에게 항우울제 처방을 하는 대신 행동학적 치료나 운동 처방을 먼저 제시하라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이처럼 운동은 단기적으로는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해 행복감을 높이며 장기적으로는 각종 질병 예방과 노화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 이미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안다는 게 모두에게 실제로 운동을 하게 하는 충분한 동기가 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버드대 인간 진화 생물학과 교수 다니엘 리버만(Dr. Daniel E. Lieberman) 박사는 그의 최근 저서 『왜 건강한 행동은 하기 싫은가(Exercised: Why Something We Never Evolved to Do is Healthy and Rewarding)』와 관련한 인터뷰 및 기고 글에서 사람들이 운동을 피하는 이유를 진화 인류학적인 관점으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신체 활동은 진화적으로 ‘필요’와 ‘즐거움’에 의해 촉발되도록 디자인돼 있다.
생존에 필요한 사냥이나 즐거운 놀이와 같은 활동을 제외한 신체 활동, 즉, 운동과 같은 활동은 여분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자 때때로 괴로움을 일으키는 행동이기 때문에 운동을 거부하는 게 진화적으로 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거다. 자연스러운 거부감을 극복하고 운동할 동기를 부여하려면 운동이 정말 필요하고 즐거운 활동이어야 한다.
리버만 박사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덜 즐거웠던 운동 경험에서 힌트를 얻었다. 2018년 4월 말 그는 보스턴 마라톤에서 전 구간을 달렸다. 그날의 보스턴 날씨는 예년과는 다르게 잔인할 정도로 이상했다. 오전 10시 마라톤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몇 시간 동안 폭우가 쏟아졌고, 온도는 겨우 영상을 웃돌았다. 게다가 시속 56킬로미터에 해당하는 돌풍도 불었다. 그가 결승점에 들어간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최대한 빨리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 가 몸을 데우는 것이었고, 그가 실제로 결승점을 통과한 이후 한 일이기도 하다.
마라톤 이후 며칠 회복기를 가지면서 그는 그와 2만 5,000명의 참가자가 왜 그 폭풍우 속에서도 마라톤을 뛰게 되었는지 동기를 생각했다. 하루 이틀을 기다려서 좋은 날씨에 뛸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가 생각해 낸 유일한 설명은 사회적으로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서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끝나고 나서는 성취감과 같은 감정적인 보상도 얻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이러한 ‘사회적 이유’가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수백만 년간 인류는 여러 시간과 큰 노력이 드는 일을 혼자서 해온 경우가 드물다. 사냥을 하러 가거나 채집을 하러 갈 때도 그룹을 지어서 갔고, 농부들이 농사를 지을 때도 여러 명이 함께 일한다. 그러므로 친구들이나 운동 파트너와 함께 운동하거나 팀을 지어 축구를 하는 것과 같은 활동들은 인류가 지속해 온 사회적 신체 활동의 긴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진화적인 배경을 이해한 가운데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 무얼 해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먼저 운동을 더 즐거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운동을 같이할 친구, 파트너, 혹은 트레이너를 만들거나 운동을 할 때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듣고, 아름다운 자연에 나가 운동하는 것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춤을 추거나 스포츠 경기, 게임을 통해서 신체 활동을 늘릴 수도 있다. 수행 능력이 아닌 시간에 기초한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운동을 한 자기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운동을 즐겁게 만드는 것만으로 나 자신이 꾸준히 운동하게 하기엔 부족할 수 있다. 운동은 어쨌거나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덜 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할 여러 장치를 마련해 운동을 좀 더 기본이 되게 하고 간단하게 큰 노력 없이 접근하게 하는 방법을 시도해 보자. 예를 들어 아침 운동을 계획했다면 잠들기 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운동복을 꺼내 두어 아침에 제일 먼저 운동복을 볼 수 있게 한다든가 운동 시간을 일과에 넣어 운동이 삶의 기본이 되게 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보다 조금 더 자기 자신을 운동하게 하도록 채찍질하고 싶다면, 인간이 사회적인 압박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받는다는 점을 이용해 볼 수 있다. 운동 파트너와 미리 운동 시간을 정하면 사회적으로 그 시간에 나타나기를 강요받게 된다. 크로스핏 클래스와 같은 그룹에서 운동하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그룹원들이 끝까지 운동하도록 독려해 줄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부금을 내는 스틱닷컴 같은 곳에 가입하는 방식도 있다. 운동 목표를 스스로 세운 후 지켰을 때 좋아하는 단체에 기부가 되게 하거나, 지키지 못했을 때 싫어하는 단체에 기부가 되게 하는 웹사이트다.
예를 든 방법 말고도 각자에게 즐거움과 필요를 느끼게 하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이를 운동과 접목하여 운동을 필요하고 즐거운 것으로 만든다면, 조금 더 꾸준히 운동을 지속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일상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원문: 이로운넷 / 글: 이지현 분자유전학 박사
참고
- 「Exercise and well-being: a review of mental and physical health benefits associated with physical activity」, Current Opinion in Psychiatry
- 「NHS could give therapy before anti-depressants, under new guidelines」 BBC News
- 다니엘 리버만 교수 인터뷰
- 다니엘 리버만 교수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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