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종이에 그린 만화책 시대를 지나 인터넷에 그림을 올리던 웹툰 초창기, 그리고 현재. 체감상 10년도 안 된 것 같지만 웹툰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초반 웹툰은 대부분 에피소드 형식의 웹툰이 주를 이뤘다. 이후 장편 스토리를 가진 웹툰이 연재되기 시작하면서 웹툰 2차 창작물도 발전했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오디오 드라마와 같은 오디오 콘텐츠도 많아졌다.
최근까지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가 쏟아졌다. 그런데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들은 흥행이 보장될 수 있을까?
대표적인 웹툰 원작 흥행 드라마/영화
영상 콘텐츠의 흥망을 가르는 기준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작품 자체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원작과의 싱크로율 혹은 각색된 내용의 융화, 동시간대 경쟁하는 콘텐츠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출연하는 배우의 이슈, 또는 제작팀 이슈도 영향을 준다. 최근 OTT 서비스도 다양해지며 플랫폼도 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2010년대부터 지금까지 많은 웹툰 작품을 드라마화 및 영화화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중 인기 있던 몇몇 대표작을 소개한다.
〈미생〉
- 원작: 윤태호, 『미생』
웹툰 원작 드라마 성공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기도 한 〈미생〉은 2014년 10월부터 12월까지 방영된 작품으로 닐슨코리아 최고 시청률 8.2%를 찍으며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작품은 물론 배우들도 2014년 2015년 많은 상을 받으며 작품의 성공을 증명하기도 했다.
당초 지상파 편성 예정이었으나 러브라인을 고집하는 당시 상황에 의해 케이블 편성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작품 내 뻔한 한국 드라마의 러브라인이 없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태원 클라쓰〉
- 원작: 조광진, 『이태원 클라쓰』
〈이태원 클라쓰〉는 다음/카카오웹툰에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일본 연재도 진행했으며, 드라마로도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특별한 점은 원작 웹툰의 작가가 드라마 극본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닐슨코리아 최고 시청률 16.5%를 기록하며 역대 JTBC 방영 드라마 시청률 3위를 기록했다. 특히 2020년 방영작임을 고려하면 더욱 높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의 발전으로 삶의 방식이 변화하면서 현재 TV 시청률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현재 대부분의 드라마 시청률이 2–3%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한 결과다. 동시에 OST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 가호의 ‘시작’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차트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경이로운 소문〉
- 원작: 장이, 『경이로운 소문』
OCN에서 2021년 1월까지 방영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닐슨코리아 최고 시청률 11%를 기록하며 OCN 최초 두 자리 시청률을 만든 작품이다. 〈이태원 클라쓰〉와 마찬가지로 OTT 서비스 이용률이 증가하는 현재 상황에서 지상파 드라마도 만들기 힘든 시청률, 드라마 막바지 라이브 송출을 담당하는 티빙의 서버 트래픽 폭주로 다운되었던 해프닝까지 드라마의 인기를 증명했다.
2% 아쉬웠던 웹툰 원작 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
- 원작: 지늉, 『멀리서 보면 푸른 봄』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인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을 원작으로 제작한 드라마. 원작 웹툰의 등장인물과 싱크로율이 높은 출연 배우들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신인 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원작과의 외모적인 싱크로율은 물론 준수한 연기력이 좋았던 작품이다. 특히 아이돌로 더 알려진 박지훈(여준 分)과 권은빈(왕영란 分) 모두 연기력이 좋아 이질감 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 박지훈은 어린 시절부터 오랜 시간 연기를 해온 바탕과 웹툰 캐릭터를 똑 닮은 외모가 굉장히 좋은 요소였다.
전 회자 시청률은 1–2%를 보이며 저조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원작 웹툰과의 스토리 차이도 꼽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데 있어 큰 장점이 바로 이슈로 만들기 비교적 쉽다는 것이다. 특히 원작의 인지도가 높은 상태라면 더더욱 이슈화하기 좋다. 대표적인 예시로 〈치즈인더트랩〉이 있다. 〈멀리서 보면 푸른 봄〉과 비슷한 캠퍼스 학원 로맨스 키워드를 가진 드라마로 제작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경우 원작의 팬덤을 시청자로 유입하기에는 부족했다. 원작이 전하고 싶어 한 메시지, 원작에서 다루는 사건과 등장인물의 섬세한 감정선을 구현하기 어려웠던 것이 흥행 실패 요인으로 생각된다. 각 주인공에게 굉장히 중요한 메인 에피소드, 사건, 특히 주인공 여준과 그의 형 여준완의 관계 등에서 충분한 설명과 묘사가 부족해서 어색한 전개가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미테이션〉
- 원작: 지늉, 『이미테이션』
카카오페이지에서 2014년부터 연재해 2020년 완결된 작품 〈이미테이션〉을 각색해 제작한 드라마다. 원작의 경우 카카오페이지에서 꾸준히 인기를 이어왔으며, 해외 번역 연재도 다양한 국가에 이뤄졌다. 대표적인 카카오페이지 작품으로 광고에도 등장했으나 드라마 최고 시청률은 1.3%, 평균 시청률이 1% 미만으로 집계된 아쉬운 작품이다.
〈이미테이션〉 드라마를 처음 접한 건 마케팅을 굉장히 활발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마케팅 콘텐츠가 바로 뮤직뱅크 데뷔 무대 영상이다. 실제 아이돌 무대 영상인 줄 알고 시청하던 많은 사람이 설명과 댓글을 보고 드라마라는 것을 알아챘다. 유튜브 인기 동영상에 올라가기도 하며 현재 조회 수 200만 회가 넘었다.
이외에도 등장하는 아이돌들의 무대 영상을 다양하게 올렸으며, 이전부터 이어지던 부캐 콘셉트 마케팅이 주를 이뤘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실존 인물인 것처럼 소셜 미디어 계정을 운영하고 지하철 광고도 걸었다. 또한 실제 아이돌처럼 굿즈도 발매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볼 수 있었다. 드라마 마케팅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로는 굉장히 성공한 수치라 생각한다.
다만 이 홍보들이 드라마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흥행에 실패한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바로 이 마케팅을 아쉬운 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마케팅 방식은 드라마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드는 좋은 요소지만, 단점이라면 드라마라는 것을 인지시키기 어려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인지도가 높지 않다면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결과를 내기 어렵다.
흥행하지 못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1. 웹툰을 보는 팬과 시청자는 다르다
시청자로 자연스레 넘어갈 기존 웹툰의 팬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드라마는 드라마를 주로 보는 ‘드라마 팬’을 대상으로 기획해야 한다. 또한 원작의 팬들은 어쩌면 일반 시청자보다 더 까다로운 시청자가 된다. 원작 스토리는 물론 콘셉트와 메시지까지 알기에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2. 스토리의 변화
큰 메시지를 중점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장편 웹툰이 많아지고, 이런 장편을 12–15회 짜리 드라마로 바꾸다 보면 삭제되거나 추가되는 스토리가 생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중점 스토리나 메시지에 영향을 주는 러브 라인, 인물 관계, 주요 사건이 생긴다면 시청자는 어색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스토리의 생략으로 캐릭터의 개연성이 부족해지는 경우, 아쉬운 드라마로 남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유치한 인물 관계나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러브라인은 최근 콘텐츠 시장의 트렌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원문: 모마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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