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기업 문화는 더 분화했고, 차이는 점점 심화합니다. 1년 내내 비대면으로 근무하는 회사가 생긴 반면 면접 한 번 보는 것도 직접 대면으로 하는 회사가 여전히 있으니까요. 단순히 대면/비대면을 떠나 작은 차이는 기업 전반적인 문화를 드러냅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회사 문화는 변해가고, 차이를 알 수 있는 흔적은 더 많이 생깁니다.
‘블라인드’부터 ‘잡플래닛’ 같은 기업 리뷰 서비스로 기업 문화가 어떤지 찾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되었고 유튜브에도 많은 증언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가장 분명히 기업 문화를 알 수 있는 곳은 면접입니다. 저도 크고 작은 면접들을 보아왔는데요. 면접은 이 회사의 문화가 어떤지 정말 잘 드러내는 이벤트입니다. 단기간에 면접자를 속이기도 어렵죠. 오늘은 제가 느꼈던 면접자로서 이 회사가 어떤지, 정보 비대칭을 깨는 증거들을 다루어 봅니다.
1. 대면/비대면
요즘 채용 프로세스가 긴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면접 두 번이 보통이죠. 하지만 이 면접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비대면 근무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당연히 대면 면접을 좇는 기업은 맞지 않습니다. 특히 복장까지 어느 정도 가이드를 준다면 정말 특유의 억제된 문화가 있는 곳이겠죠.
꼭 전통적인 대기업만 대면 면접을 고수하지는 않습니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꼭 대면을 선호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물론 대면 면접의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꼭 대면을 고집하는 회사는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상상해 보는 게 입사 지원에 도움이 분명 될 것입니다.
2. 인적성 검사
아직 인적성 검사를 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큰 회사일수록 어떤 사람이 들어와야 하는지 더 강제하는 범위가 넓은 것 같습니다. 인적성 검사를 하는 전통적인 기업은 어떤 응답을 한 사람만 받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인적성 검사 프로세스를 보면 이 회사가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인적성 검사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는지, 검사 프로그램 자체가 뒤떨어진 느낌인지, 인적성 검사를 설명하는 매뉴얼이 어떻게 작성하고 배포하는지 보면 IT 투자를 실제로 얼마나 하는지부터 인재관이 얼마나 실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소문으로는 혁신적인 인재를 뽑는다면서 인적성 검사 화면을 보고 경악했던 회사도 있었습니다. 진실의 순간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3. 테스트 결과 리뷰 태도와 디테일
코딩 테스트를 보는 직무는 점점 늘어납니다.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분석가, 기획자도 일부에 한해 코딩 테스트를 봅니다. 기획자나 분석가 중에서는 전형 과정에 사전 과제를 내고 풀게 만들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나 기획자는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라고도 하죠. 아주 실제적인 방법으로 경력자를 판단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리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회사가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알 수 있기도 합니다.
면접관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내가 제출한 결과를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지, 다 아는 건데 대충 요식행위로 서로 설명하고 질문하는지에 따라 입사하고 할 수준이나 실무를 다루는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디테일하게 설명하면서 서로 질문하면서 합을 맞추어 가는 재미가 있는 면접이 있고, 면접관이 기초적인 것도 몰라서 설명해 드리는 면접도 있습니다. 초점이 자료 해석 역량보다는 코딩 한 땀 한 땀에 더 치중한 면접도 있습니다. 뭐가 더 좋다기보다는 현재 이 회사의 단면을 본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4. 속도, 의사결정의 속도
면접 결과를 몇 시간 뒤에 알려주는 회사부터 몇 주 뒤에 알려주는 회사, 중간에 늦으면 늦는다고 말하는 회사부터 갑 중에 갑으로 면접자를 대하는 회사 등 다양한 회사가 있습니다. 채용 프로세스의 속도는 평소 그 회사의 의사결정의 속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무자에게 권한이 많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인지, 보고에 보고를 거듭하면서 다시 내려오길 기다리는 문화인지 알 수 있는 셈이죠. 산업마다 책임과 권한을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 전통적인 속도 차이가 있습니다. 전형 속도를 보면서 내게 맞는지 활용하는 것은 면접자의 몫입니다.
5. 인사팀이 연락하는 시간
채용 담당자가 면접자에게 연락하는 시간은 회사의 보편적인 업무량을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여유롭다고 하지만 메일이나 문자는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 실제 온다면 정말 어떻게 일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특수한 상황이나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경험상 일시적 인원 부족이나 특수 시즌에 따라 하는 야근은 인사팀뿐 아니라 다른 팀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6. 면접 일정을 잡는 유연성
면접 시간을 꼭 회사에 맞추라는 회사부터 여러 선택지를 두고 상호 합의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면접자가 어렵다고 하면 다시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일정을 수정하는 회사도 있죠.
회사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지, 의사결정 방식이 어떨지, 추진하려는 일이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지 상상해 볼 수 있는 단서입니다. 임원이 해외 출장을 몇 주 나가서 면접이 전체적으로 몇 주 늘어나는 회사부터 면접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고 당일에도 분 단위로 알려주는 회사까지 실제 회사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7. 실무적인 분위기
면접 과정에서 어떤 질문을 하는가는 중요합니다. 1차 면접에서 실무적인 질문을 서로 충분히 하는 게 나중에 오해가 없고 서로 바라는 모습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실무적인 질의응답이 나오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차 면접부터 했던 일 제목만 이야기하면 더 질문 없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정말 채용공고에 나온 일을 위해 뽑는지 의아한 경우죠. 보고서만 만들지, 실제 실무를 할지, 외주 업체를 관리할지는 여기서도 알 수 있습니다.
8.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각오, 꼰대 주의
중간에 면접이 아닌 정신 교육을 시키는 면접도 있습니다. 실제 일은 힘드니 정말 모든 걸 걸고 일해야 한다고 하는 식으로 말이죠. 꼰대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경험상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나이가 어떻든 개인의 희생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면서 면접 내용을 끌고 가는 면접관은 많습니다. 물론 받은 것 이상으로 일하는 것이 좋겠지만 이런 회사는 보통 업무량이 정말 많다고 생각하고 적절한 보상이 따르는지 계산하는 게 좋습니다.
9. 표정과 말투… 모든 것
면접관의 표정과 말투, 습관적으로 무의식중에 하는 추임새는 정서를 말해줍니다. 특히 실무진 면접은 같이 일할 사람을 알 수 있는 자리입니다. 야근에 찌든 얼굴, 한숨을 섞는 말투 등은 내가 견딜 수 있는 범위 안인지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물론 이런 거 다 따지면 갈 회사가 없는 것 같이 들릴 수 있지만 정말 표정이나 말투가 안 좋은 면접관이 있는 회사는 지금 급하지 않다면 정말 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가 얼마 뒤 내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죠.
10. 1차와 2차의 다름, 내부적으로 통일되지 못한 안목
면접을 보면서 1차 면접과 2차 면접이 전혀 다른 회사가 있습니다. 1차에서 말한 직무 역할이 2차에서 다른 것 같고, 1차에서 나를 칭찬했던 내용이 2차에서는 약점이라고 말하고. 이런 회사가 없을 것 같지만 대기업일수록 이런 회사가 많습니다. 1차와 2차 면접관이 서로 업무에 대한 이해가 다르거나 비전이 다르면 벌어지는 일입니다. 서로 뽑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이 다른 것이죠. 면접자가 가장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입사해서도 두 사람 사이에서 치이거나 조직이 분해되거나 업무가 바뀌는 일을 경험하기 쉽습니다.
마치며
너무 단편적인 내용으로 회사를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그 면접관만 특이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경험상 면접관은 보통 그 회사의 책임 있는 사람이 맡을 때가 많고, 면접은 회사의 일상적인 미팅 시간 모습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업 문화에 정답은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있죠. 면접 전형을 보면서 나와 맞는지 생각하며 열 가지 모습을 정리해 가면, 처우가 애매해서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 결정이 어려운 순간 도움이 될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우리 회사 면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면서 주장하는 기업 문화와 실제 모습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면서 정말 무엇을 못 바꾸는지 진단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의 이름이나 외부에 만들어 놓은 이미지보다, 진실의 순간에 드러나는 모습이 진짜겠죠.
원문: Peter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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