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26년 인사담당 “면접장 들어서는 순간 당락 80% 결정”이라는 기사에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직장 생활 좀 해본 사람이라면, 마냥 무시할 이야기가 아님을 은연 중 알고 있을 것이다. 관상, 혈액형 등을 이야기한 건 너무 나간 듯하지만, 직무보다 태도나 인성을 중시한다는 말은 굉장히 공감이 갔다.
회사는 실력보다 인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기사의 인터뷰이처럼 인사업무를 담당해 본 것도 아니고, 직장생활 경험도 11년 정도인지라 26년과는 거리가 있지만, 상당부분 공감하는 바 크다. 확실히 사람이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타고난 외모 금수저도 있겠지만, 그들에게조차도 사람됨과 살아온 궤적이 얼굴에 관상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전문성? 능력? 극히 일부의 전문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원에게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조직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곳이며, 그 자리에 웬만큼 치명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 아닌, 기초검증을 통화한 누구를 가져다가 꽂아도 무리 없이 돌아가는 게 건강한 조직이다. 오히려, 전문성과 직무 중심으로 특정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어떤 빠지면 문제가 생기는 조직이 더 위험하고 문제가 있는 조직이다.
회사원들이 뭐 대단한 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대학생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공무원, 공기업, 금융권, 대기업에 재직중인 수십만 명이 무슨 갈고 닦아진 인재중의 인재인가. 그냥 다 옆집 아저씨 아줌마들이고 필부필부 장삼이사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대충 수습 가능한게 회삿일이다.
그냥 주어진 업무를 주의해서 처리하고, 배임이나 횡령, 수뢰 같은 범죄를 포함,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중간은 간다. 회사가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사람을 철저히 평가해 뽑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 똑게-멍게-멍부-똑부(전적으로 개인적 선호도 순서로 배치했다) 매트릭스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멍게-멍게가 모이면 평화가 온다.
외려 똑똑한 사람이 사고를 치면 더 크게 쳐서 기업을 곤경에 빠뜨릴 때도 많다. 자기 이름 날리고, 업적 과시하려고 뭐 하나 더 벌이느라… 오히려 멍청한 사람은 보통 자기 할일은 하고 최악의 경우에도 인건비만 축내는 걸로 끝난다. 당연히 면접관의 입장에서 최고의 인재는 함께 일하기 즐거운 팀워커이지, 똑똑하고 잘난 전문가가 아니다.
‘실력’ ‘능력’ ‘성과’는 많은 경우 환상에 불과하다
다른 모든 걸 떠나서,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뽑는 국가고시나 자격시험도 아니고, 사기업이 사람을 어떻게 채용하든 그것은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한다. 기업의 목표는 이익을 내는 것이다.
어차피 수만명의 삼성 직원이 그렇게 뛰어날 수도 없고, 뛰어나서도 안된다. 무난하게 섞여가며 조직에 문제 안 일으키고 부품으로서 역할 잘 하는 팀워커가 똘똘하고 모난 자들보다 조직에는 훨씬 긴요한 존재다. 진대제, 황창규 같은 사람은 애초에 크는 루트가 다르니 열외로 봐야 한다.
요즘 성과주의니 연봉제니 하는데, 이게 다 부질 없는 존재이고, 평가를 위한 조직과 인력, 일품만 더 들어간다. 어차피 일의 성과라는게 삼성생명 보험아주머니들 판매건수로 보험왕 뽑기라든가 공장에서 동일공정 수행하는 사람들의 불량률, 수율 따질때나 의미가 있지, 복잡다단한 업무를 각자 다른 분장으로 수행하는 대부분의 사무직과 연구직에게는 애초에 비교 가능한 성과라는 게 없다.
그러니 억지로 KPI를 구겨내어 만든다. 필요하지도 않은 평가체계를 짜내느라 돈은 돈대로 쓰고, 평가라는 아무 생산성 없는 일에 인력과 조직만 추가로 들어간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라는게 얼마나 무의미한 허상인지, 현장에서 일 안해보고 탁상공론 하고 있는 대학교수 냥반들이나 정치인, 관료들이 알 턱이 있나.
어차피 일은 조직과 시스템이 한다. 개인은 대단한 존재가 아닌데 자꾸들 착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