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만나 7년째 함께 사업을 하는 남자들
리: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덕중: 어반베이스 부대표 김덕중입니다. 제가 공군사관학교 출신인데, 대표님이 학사장교로 온 인연으로 7년 넘게 함께했습니다.
리: 공군이면 공무원보다 안정성 쩌는데, 뭐가 비전 있어 보여서 어반베이스로 왔나요?
김덕중: 원래 대표님이 설계사무소에서 박봉 받으며 힘들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D 도면만 있으면 심즈같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건데, 플랫폼은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돈 많이 벌 수 있다며 꼬셨죠. 나중에 합류하면 줄 지분이 없다는 말에, 삼성에 사표 쓰고 후다닥 합류했습니다.
리: 실제로 나중에 합류했으면 지분이 없었을까요?
김덕중: 당연히 거짓말이었습니다. 회사가 생긴 지 8년이 됐는데, 지금 입사하는 분들께도 스톡옵션을 드립니다. 그래도 초기 창업자다 보니, 남들보다는 많아 만족합니다. 고생이 제곱이라 그렇지…
리: 그래도, 최근 130억 투자를 받고 상장 주관사도 선정하셨더군요. 축하드립니다.
김덕중: 남들 눈에는 이번 투자만 보이겠지만, 사실 회사를 운영하며 10번쯤 망할 뻔한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존버하고 발버둥 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10배 급성장하며, 다양한 니즈를 맞출 기획자가 필요
리: 요즘 부대표님의 주 역할은 무엇인지요?
김덕중: 어반베이스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이고, 기술로 상장의 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다른 모든 영역에서 서포트를 잘 해줘야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저는 그런 수비수? 기술과 홍보·마케팅이 마음껏 공격할 수 있도록 뒤를 받치는 역할이죠. 영업, 재무, 각종 행정을 책임집니다. 최근에는 채용과 기업문화에 많은 힘을 쏟고요.
리: 최근에는 어느 쪽을 채용 중인지요?
김덕중: 상장까지 달려야 하니, 거의 전 분야를 채용 중입니다. 그중에서 특히 신경 쓰는 분야는 기획입니다. 기술은 CTO님이, 전략과 마케팅은 대표님이 거의 커버하시는데, 대표님도 인간인지라 기획까지 커버하기에는 케파가 좀 부족한 상황입니다.
리: 음…? 회사가 이렇게 오래됐는데, 기획이 비어 있다는 게 좀 의외네요.
김덕중: 사정이 좀 있습니다. 저희도 스타트업이다 보니 회사가 힘들 때 B2B 외주에 집중한 적이 있어요. 또 투자 유치에만 열을 올린 시기도 있었고요. 그렇게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던 와중, 코로나가 터지며 어반베이스 사용자가 급증했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다양한 니즈를 다 충족시켜드리기 힘들었죠.
리: 어떤 다양한 니즈가 있기에…
김덕중: 젊은 층은 밖에 나가지 못하니, 집을 이쁘게 꾸미는 유행이 있었고요. 또 코로나 때문에 모델하우스 등이 닫았잖아요? 그래서 나이 든 분들은 가상의 모델하우스처럼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요즘 부동산 바람이 불면서, 젊은 분들도 많이 쓰게 됐고요. 아예 부동산에서 설명을 위해 쓰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면서 월간 이용자가 5만 명을 넘었습니다. 코로나 직전의 10배가 넘는 수치죠.
리: 10배라니, 엄청나네요.
김덕중: 생각도 못 한 희한한 방식으로 쓰시는 분들도 많아요. 수행평가를 하려고 중·고등학생들이 쓴다거나… 이처럼 사용자는 충분하고, 특례상장 심사에 들어갈 정도로 기술도 갖춰져 있습니다. 문제는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며, 다양해진 니즈를 저희가 못 쫓아가는 거죠. 현실과 가상을 이어가며 어반베이스를 키워갈 기획자를 간절히 모십습니다.
팀 간 경계 없이, 유저의 활동 데이터를 통해 제품을 개선
리: 그러면 어반베이스에는 어떤 PO, 기획자가 어울릴까요?
김덕중: 음… 어반베이스가 쉽지 않은 서비스예요. 우선 대다수 기획자가 서비스 기획을 2D로만 해보셨잖아요? 그런데 어반베이스는 3D 개념이 들어가요.
리: 대표적인 3D로는 게임이 있지 않나요?
김덕중: 그렇죠. 그런데 게임은 완전 현실과 따로 놀아요. 반면 어반베이스는 실제 내가 사는 집, 살고 싶은 집과 연관된 서비스잖아요. 나오는 가구와 인테리어도 전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고요. 이게 어반베이스의 기획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3D, 그리고 현실과의 접점? 요즘 말로는 메타버스겠네요.
리: 아니, 사람을 뽑는다면서 왜 이리 힘들다는 이야기만 합니까?
김덕중: 반대로 도전적인 분에게는 큰 기회이기도 합니다. 다루는 게 굉장히 많아요. AI를 통해 자기 방에 맞는 가구를 추천해주고, 이걸 스마트폰 카메라로 보여주는 데는 AR 기술을 써요. 방에 가구와 인테리어를 배치하는 건 VR이죠. 여기에 다양한 유저가, 매우 뚜렷한 니즈를 가지고 들어옵니다. 보통 스타트업은 ‘한 가지 문제만 잘 해결한다’지만, 어반베이스는 정말 문제해결의 연속이에요.
리: 정말 뛰어난 분이 오긴 와야겠군요…
김덕중: 그보다는 좀 애정과 집착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사용성 개선을 위한 끝없는 그로스 해킹? 사실 코로나 전에는 그로스해킹을 할 만큼, 유의미한 모수의 데이터가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 2년간 사용자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였어요. 어떤 코호트(특정 집단)가 어떤 기능을 언제 많이 썼고, 어떤 순서대로 눌렀는지…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서 제품을 개선하고,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줄 분이 필요하죠.
리: 그런데 그로스 해커 쪽이면, 기획이 이 팀 저 팀 다 걸쳐야 하잖아요.
김덕중: 그렇지요. 그런데 PO나 기획자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어반베이스가 이 팀 저 팀 안 가르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마케팅도 기획에 관여하고 개발도 마케팅에 관여하고… 오히려 내가 할 일은 내게 주어진 일이다, 이런 분들은 어반베이스가 안 맞을 수도 있어요. 니일 내일 따지지 않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쪽을 선호합니다.
기술은 없었지만 잡일로 스타트업에 기여, 상장까지 노리는 삼성맨
리: 그나저나 삼성 출신이라 들었는데, 본인의 어반베이스 생활은 어땠습니까?
김덕중: 시작은 좋았던 게, 대표님이 ‘너만 있으면 투자받을 수 있다’며 꼬셨습니다. 당시 투자사들이 어반베이스의 기술력은 인정하는데, 운영 부분에 의문이 있었죠. 당시 저도 쪼렙이었지만 삼성 재무팀 출신이라,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었고 이내 10억 투자를 받았습니다.
리: 시작은 좋았다는 말이 무섭네요…
김덕중: 어려서부터 사업이 로망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과 현실의 괴리가 커서 당황스러웠어요. 제가 생각한 사업은 막연한 동경이었던 거죠. 삼성에서는 제가 맡은 일, R&R만 잘 지키면 됐어요. 그런데 스타트업에서는 수시로 터지는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어요. 말이 멀티플레이어지, 땜장이였던 거죠.
리: 보통 초기에는 대표가 잡일을(…) 하게 되는데, 여기는 반대였군요.
김덕중: 제 직함이 COO로였는데, 스타트업 좀 아는 분들이면 COO의 롤이 잡부임을 잘 아실 겁니다. 대표는 돈과 사람을 끌어오고, CTO는 개발에 열중하고, 특별한 재주 없는 COO가 나머지 잡일을 다 하지요. 다행히도 제가 군 출신이라 잡무에 능해서 적성에는 잘 맞았습니다. 덕택에 투자받은 후, 이내 팁스도 선정됐지요.
리: 말만 들으면 좋아 보이는데, 어떤 게 힘들었던 거죠?
김덕중: 지금은 업계 모두가 어반베이스를 알지만, 초기에는 듣보잡이잖아요. 영업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파트 주소만 입력하면 집을 3D로 꾸밀 수 있다…! 투자자들은 혹했죠. 결국 세상은 이쪽으로 갈 테니까. 하지만 돈을 쓰는 기업들은 반대였어요. 기존에 없던 시장이잖아요. 설득은커녕 만나기도 힘들었어요.
리: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김덕중: 우리를 알릴 기회가 있으면 뭐라도 했습니다. 이름이라도 한 번 들어봐야 유리하니까요. 모든 관련 업체에 전화하고, 비딩 있으면 떨어질 거 알면서도, 인식이라도 심자는 생각으로 넣어달라 했습니다. 그러다 신기술에 관심이 깊은 ‘일룸’에서 어반베이스를 사용해주셨어요. 업계 탑3에서 채택하니, 다행히 이후 다른 회사들도 하나씩 계약이 됐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건 사건사고보다 구성원을 설득하는 것
리: 그래도 위기를 잘 넘겼으니, 여기까지 온 거 아니겠습니까.
김덕중: 돌이켜보면 사건사고보다,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B2B 외주할 때, 구성원들의 불만이 많았어요. SI 하려고 스타트업 들어온 분들이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생존이니까 돈을 좀 벌자’ 같은 말은 통하지 않았죠. 화도 났지만, 어찌 보면 현실에 눌려 잊었던 꿈을 직원들이 되살려 준 거죠. 그래서 ‘B2C로 돌아가겠다, 하지만 고객과의 약속도 중요하니 여기까지만 외주를 하자’, 이렇게 겨우 정리했습니다.
리: 생지옥이 그려지는군요.
김덕중: 그래도 이때는 나았죠. 막판에 투자사의 변심으로 투자가 엎어진 적도 있어요. 당시 3개월 버틸 돈도 없던 상황이었죠. 결국 모두에게 솔직히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이고 임원진은 당분간 급여를 않겠다. 돈은 어떻게든 마련할 테니 월급 걱정은 않아도 된다. 대신 복지는 당분간 거의 없는 점 이해해달라. 회사를 나간다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끝까지 믿어달라, 어떻게든 빨리 회복하겠다…
리: 이건 어찌 이겨냈나요?
김덕중: 사업하면서 제 능력보다, 다른 분들 도움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우미건설 부회장님이 워낙 스타트업에 애정이 깊은 분이라, 사정을 이야기하니 좋은 기업이 이렇게 망하면 안 된다고 투자해주셨어요. 그 돈으로 번 시간에, 겨우 일본 진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리: 그야말로 생명의 은인이군요(…)
김덕중: 근데 그 투자금도 30명 넘는 회사에는 잠깐 생명 연장이긴 했습니다. 다행히 일본의 소프트뱅크 본사가 저희 기술을 굉장히 좋게 봐줘서, 유수의 일본 대기업을 연결해줬죠. 이때도 계약이 쉽지 않아서 철수를 고려 중이었는데, 소프트뱅크 일본 본사 분들이 기술이 너무 아깝다는 거예요. 차·부장급인 분들이 퇴사까지 하며 어반베이스 일본 지사를 맡아주셨죠. 모르는 분들에게는 200억 투자, 상장, 이런 것만 보이겠지만, 존버와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
솔직하고 세게 말하기보다, 서로를 믿고 배려하며 일하는 문화를 지향
리: 벌써 창업한 지 6년이 지났는데, 이 회사 분위기는 좀 어떤 것 같나요?
김덕중: 음… 특이하죠? 좋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정말 착합니다. 서로 배려하고 돕는 문화예요. 요즘 ‘착하다’라는 말이 욕처럼 쓰이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하단 이유로 속을 후벼파는 비판 같은 거 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회사 계획과 충돌 나지 않으면 기회를 주는 편입니다.
리: 요즘 스타트업들과 좀 다르네요? 잔인할 만큼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는 넷플릭스 문화가 많은데…
김덕중: 그럴 필요 있나 싶어요. 솔직히 자기가 제대로 못 하면, 스스로들 알잖아요. 저희는 리더 레벨에서 실무자가 하고 싶은 건, 시켜주자는 분위기예요. 실패해도 괜찮으니 오너십 가지고 주도적으로 해라…
리: 하고 싶은 거 다 하면,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김덕중: 어차피 스타트업 일은 안되는 게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그나마 잘 되려면 자기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기도 회사인지라(…) 당연히 팀장급에서 컨펌은 합니다.
리: 관리보다는 자율을 중시한다?
김덕중: 쓸데없이 감시하듯 관리하지 않는 것이지, 당연히 관리는 해야죠. 이것도 비슷한 이야기인데, 예로 저희는 책임근무제로 출퇴근 시간이 꽤 자유로워요. 휴가도 이유 묻지 않고 쓰고 싶을 때 쓰고요. 당연히 걱정이 되지요. 내가 없을 때, 저 친구가 제대로 일할까… 그런데 그런 의심 해봐야 상대방 기분만 상해요. 원래 회사와 일은 힘든데, 일하는 동안 쓸데없는 스트레스는 주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어반베이스 직원들의 솔직한 이야기(물론 이런 영상이 다 그렇듯 100% 신뢰할 수는 없다).
김덕중: 업계 평균보다는 조금 높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 직원 스톡옵션을 드려요. 스톡옵션은 전체 지분의 10%로 제한돼 있는데, 늘 1%를 신규 입사자의 몫으로 남겨놓았어요. 상장 주관사까지 선정했으니, 당분간은 정말 열심히 한 만큼 돌아오는 구조를 만든 셈이죠.
서로를 도울 줄 알고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다면 이미 인재상
리: 그러면, 이왕이면 이런 사람이 지원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을까요?
김덕중: 뭐랄까, 너무 자기 말이 맞다고 스타성 강한 분들은, 우리 컬처 핏과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물론 붙임성이 좋다면 문제 되지 않겠지만,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이게 선진 문화라고 강하게 도입하려 하면 곤란하죠. 실제로 기업 문화에 악영향을 주고 떠난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내가 잘되자는 생각보다, 함께 잘되자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리: 아, 이 사람 오지 말라 말고… 어울릴 사람들?
김덕중: 음… 잘 어울리고 남의 일 돕고… 다 이야기한 것 같은데요… 아,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고 꾸미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요. 이분들이 오래 남고, 실제 고객의 목소리를 자기 일처럼 여겨 주시더라고요. 또 이런 분들끼리 일하니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도 있고요.
리: 상장에 스톡옵션에 다 좋은데, 어반베이스에 지금 합류하면 어떤 좋은 면이 있을까요?
김덕중: 말씀드렸듯 다른 회사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이 크죠. 가상과 현실의 연결, 부동산, 인공지능, AR, VR, 나아가 메타버스, 이런 걸 다 겪을 수 있는 회사는 드무니까요. 상장도 스톡옵션으로 대박 난다, 이런 생각보다 그 자체를 경험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 과정에서 무척이나 많이 배웠습니다.
리: 앞으로 어반베이스는 어떻게 커나갈까요?
김덕중: 회사가 점점 빠르게 달려 나가요. 최근에는 도면을 직접 그릴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어요.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도면을 불러올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주택도 VR로 집을 꾸며볼 수 있게 된 거죠. 반대로 가구의 사이즈를 입력해서 배치할 수도 있게 되었고요. 이처럼 기술을 통해 실제 사람들의 삶을 더 가까이에서 바꾸는 서비스로 키워나가려 합니다.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덕중: 7년이 지난 이제야, 어반베이스가 꿈꾼 시대가 확실히 가까워져 있음을 느낍니다. 디지털트윈, 프롭테크, 메타버스까지 시대를 지칭하는 용어들은 바뀌었지만, 어반베이스는 7년간 꾸준히 기술 개발과 제품의 존재가치 입증에 집중했습니다. 최근 일본 수출과 상장주관사 선정은, 그 노력이 맞는 시대를 맞은 결과라 생각합니다. 이제 정말 로켓을 타고 날아갈 때고, 시대와 함께할 분들이 지원을 망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