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대기업을 전전하던 개발자, 원하는 개발문화를 위해 스타트업으로 오다
리(ㅍㅍㅅㅅ 대표, 이승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방현우: 어반베이스에서 CTO로 근무하는 방현우입니다. 2018년에 합류해 3년 넘게 일했습니다.

리: 어반베이스에는 어쩌다 합류하게 되셨나요.
방현우: 그 전까지 다양한 일을 했어요. 카드사에서 결제, 더존에서 SaaS, CJ와 29CM에서는 커머스를 겪었죠. 그런데 다 대기업인지라 제가 원하는 문화를 만들 수는 없었고, 어반베이스는 제 노하우를 함께 하는 첫 스타트업인 셈입니다.
리: 처음 어반베이스에 합류하니 어떻던가요?
방현우: 생존을 위해 B2C를 중단한 채 B2B만 오래 하며, 다들 힘들어했어요. B2C가 있기는 하지만 고객 반응은 거의 없었고, 회사는 당장 매출 내서 투자를 받으려 돈 되는 B2B를 했던 거예요. 멋진 B2C 서비스 만들고 싶어서 스타트업 왔는데, SI 외주만 하는 느낌이었죠.

리: 오자마자 머리 아팠겠네요.
방현우: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에 합류할 때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제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자마자 해야 하는 일은 ‘설득’의 연속이었어요. 개발자들은 “우리가 SI 회사냐?”라고 질문했고, 저는 “제가 CTO로 온 이유도 최대한 빨리 B2C로 넘어가려고 온 겁니다, 곧 B2C를 할테니 조금만 참고 같이 해봐요”라고 설득했죠.
리: 그럴 계획이었나요?
방현우: 아니오, 그냥 둘러댄 거죠. 저도 막 와서 아무 것도 모르는데…

리: ……
방현우: 일단 그렇게 말하고, 실제로 B2B와 B2C에 접목하는 단계를 제시했죠. 다행히 어반베이스는 건강한 스타트업이었고, 제안에 빨리 호응해 주셨어요. 보통 개발자들은 기존 개발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하면 반발이 심한데, 어반베이스는 다들 더 나은 방향이라 믿고 잘 따라와 줬어요. 변화에 3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1년 반 만에 구조나 형태가 다 잡혔습니다.
개발자들에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며 덕업일치로 배우길 권하는 CTO
어떻게 개발 조직을 변화시켰나요?
방현우: 가장 큰 변화는 MSA(Microservices Architecture) 채택입니다. 기존에 어반베이스에서 쓰던 방식은 모놀리틱(Monolitic) 방식이었어요. 단일 언어로 개발해, 하나의 서버에 올리는 진부한 방식이었죠. MSA 도입을 통해, 각 서비스 단위로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리: MSA? 그게 뭔가요?
방현우: 비개발자 분들께는 주로 찰흙과 블록에 비유합니다. 기존 개발 방식은 찰흙 같아서 뭐가 안되면, 이전 걸 부수고 다시 만들어야 했어요. 반면 MSA는 각 기능별로 개발해요. 각기 다른 언어를 활용할 수도 있고, 실제 최종 배포 역시, 로그인, 회원가입 등 실제 기능 단위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블록처럼 떼었다 붙이면 그만이지요.

리: 음… 근데 여러 언어를 쓰면 좀 혼선도 오지 않나요?
방현우: 언어에 제한을 두게 되면 개발자들이 슬럼프에 빠집니다. 한 언어에 매몰되면서 도태된다고 느끼죠. 그런데 스타트업에 일하는 분들은 다 성장욕이 강하잖아요. 자연히 2–3년 같은 언어만 쓰다 보면 새로운 언어를 찾고, 그 과정에서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죠.
리: 개인의 욕구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해결할 수도 있지 않나요?
방현우: 제일 좋은 건 일하며 배워나가는 거예요. 개발자는 회사에서 ‘덕업일치’를 이루는 게 좋다고 봐요. 일로 배우는 것만큼 동기부여가 되고 빨리 느는 것도 없어요. 많은 회사가 교육비 지원해준다고 강조하는데, 책과 세미나로만 배우면 까먹을 수밖에 없어요. 또 책에 나오는대로 개발할 일도 많지 않고요.

MSA의 채택으로 어디서나 쉽게 쓸 수 있는 SaaS 시스템을 구축
리: 그래도 관리하는 CTO 입장에서는 공수가 배가 될 것 같은데요…
방현우: 힘들죠. 하지만 관리 요소가 더 늘어난다고 해도, 새로운 언어를 적용하며 개발자 분들이 만족감을 얻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려는 시도를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리: 뭔가 개발자에게 굉장히 따뜻한 CTO님이군요…
방현우: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어반베이스는 B2B와 B2C가 따로 놀았어요. 예전에는 모놀리틱 방식이어서, 고객사에 저희 기본 SDK를 복사해서 드려야 했어요. 그런데 기업마다 원하는 게 조금씩 다르잖아요? 그러면 기본 SDK에서부터 하나씩 요청사항을 더해 나가요. 그거 하나하나 맞춰 개발해주다 보니, 내부 B2C에 주력할 여건이 안 됐어요.

리: 그걸 MSA로 바꾸면 해결되나요?
방현우: MSA로 바꿨다기보다는, 멀티테넌시(Multitenancy; 여러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구조)화해서 SaaS로 보급한 거죠. 기존에는 SI를 제공하던 각각의 기업 서버에 들어가 기능을 바꾸는 식이었어요. 그러다보니 각 고객사마다 다른 기능을 제공했던 거죠. 이 기능들을 API로 제공하며, B2B와 B2C를 동일하게 SaaS 형식으로 제공했어요. 고객사에서 필요하면 구글 맵처럼 끌어다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거죠.
리: B2B와 B2C는 사실상 같은 서비스가 된 셈인데, 돈 내고 쓰던 기업 반발은 없나요?
방현우: 사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지금이 더 편해요. 이전에는 고객사의 요구사항만 적용했는데, 지금은 다른 고객사나 B2C의 업그레이드도 자동 적용되니까요. 그리고 필요할 경우 저희가 제공한 SDK와 API를 바탕으로, 고객사에서 직접 구축할 수도 있어요.

게임이 아닌 VR과 AR을 현실과 접하는 몇 안 되는 기술회사
리: 여러 회사를 거쳤는데, 개발자로서 어반베이스라는 회사는 어떤가요?
방현우: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VR과 AR을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곳이죠. 게임 업계에서도 AR과 VR을 쓰지만, 게임에서는 현실의 모사보다는 긴장감이 중요하죠. 그런데 어반베이스에서는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표현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면서도 어떻게 용량을 줄이면서 제한된 디바이스에서 효과적으로 볼 수 있을까,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죠.


리: AR과 VR을 어떻게 활용하는 거죠?
방현우: 2D 도면을 불러와서 3D 공간으로 풀어주는 것, 웹과 앱에서 가구나 벽지 등을 놓는 것도 VR이죠. 반대로 오프라인 공간 사진을 찍으면, 거기에 맞는 가구 제품을 추천해주는 쪽이 AR입니다. 그 제품을 바로 내 방에 AR로 배치해볼 수도 있고요.
리: 정말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서비스이긴 하네요.
방현우: 네. VR, AR을 활용한 게임은 많지만, 이런 생활 밀착형 서비스는 드물거든요. 게임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아이템의 퀄리티를 떨어뜨려도 큰 문제는 안되잖아요? 그런데 어반베이스는 달라요. 벽지 하나를 구현한다 해도, 현실과 괴리감이 너무 크면 실제 구매할 때 문제가 돼요. 굉장히 앞선 경험이고, 그렇기에 또 계속 어려움에 도전하고 해결해야 하는 연속이지요.
리: 예를 들면 어떤 도전이 있을까요?
방현우: 예로 포켓몬GO는 내가 있는 현실 공간이 어떻든 게임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잖아요? 그런데 어반베이스의 AR은 카메라의 센서가 내 방의 조도와 색감까지도 잘 읽어야 해요. 그래야 실제 내 방이 어떻고, 여기에 맞는 가구와 인테리어를 추천할 수 있으니까요.

개발자 개개인이 원하는 환경으로 일하는 것을 기본으로
리: 팀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방현우: 고객이 접하는 제품으로 나뉩니다. 도면을 3D로 풀어 집과 방을 꾸밀 수 있는 어반베이스와, 내 집 사진을 찍어 어떤 제품이 어울릴지 볼 수 있는 어반베이스AR이죠. 이 안에서 웹/앱, 백엔드/프론트엔드가 각자의 역할을 하지요. 또 다른 회사와의 차이라면, 별도로 그래픽스 팀과 머신러닝 팀이 있어요.

리: 뭐가 좀 많은 회사군요… 그래픽스 팀과 머신러닝 팀은 어떤 일을 하지요?
방현우: 그래픽스 팀은 주로 오픈GL이나 웹GL을 사용해서, 2D 도면을 3D로 잘 구현하도록 하는 팀이에요. 세세하게 신경써야 할 점도 많습니다. 예로 증강현실은 전력 소비가 심하거든요. 그러면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면의 모델링은 그럴싸하게 하고, 보이지 않는 내부 쪽은 그냥 다 파내버린다든지, 이런 여러 작업을 하죠.
리: 머신러닝은요?
방현우: 내 방 등의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서, 어떤 가구가 잘 맞는지 AR로 체험할 수 있잖아요? 그때 머신러닝이 공간을 구분해요. 거실과 안방을 구분해야, 거기에 맞는 걸 추천하잖아요. 그리고 사진을 통해 공간의 분위기를 모던, 클래식 등으로 구분하는 것도 머신러닝에 기반합니다.

리: 생각보다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는 스타트업이군요;;; 그러면 CTO님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방현우: 앞에서 지휘하기보다는, 뒤에서 지켜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각 팀장님과 팀원 분들이 실제 전술을 펼치시면, 저는 각 팀이 그 전술을 잘 실행하는지, 또 다른 팀과의 시너지가 나는 전술인지 검증하죠. 더불어 조직 문화도 뿌리내리도록 돕습니다.
리: 문화라면 어떠한?
방현우: 바톰업 방식을 어떻게 건전하게 잘 가져갈지 고민합니다. 목표는 공유하고 함께 달려가되, 그 방법은 각자가 추구하는 방식으로 가자는 거죠. 회사와 팀이 이러니 여기에 맞추기보다, 개발자 개개인이 가장 좋아하는 개발 환경을 기반으로 일하고자 해요.

머신러닝과 그래픽스까지, 전방위적으로 엮이며 배우는 개발팀
리: 그래도 이런 서비스를 현실화다니, 대단하십니다…
방현우: 아직은 과도기인 것 같아요. VR과 AR은 비즈니스 측에서도 “이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소해요. 만드는 개발자도 마찬가지거든요. 100% 완벽하진 않지만, 계속 피드백 받으면서 고도화하는 거죠. 그걸 위해 계속 개발자를 채용하는 거고…

리: 개발자는 어떤 직군을 얼마나 뽑으실 생각이십니까?
방현우: 저희 직군이 다른 회사에 비해서 좀 넓잖아요? 웹/앱에 백/프론트는 물론, 3D 그래픽스, 머신러닝 영역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항상 개발자 채용은 오픈해놓습니다. 영역이 다양한 만큼, 어느 직군으로 오셔도 다른 영역을 이해하고 협업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리: CTO님 개인적으로, 어반베이스에 와서 좋은 점이라면…
방현우: 가장 좋은 건 AR/VR이라는 앞선 영역에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다들 AR/VR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머릿속에 남은 건 포켓몬GO 정도잖아요. 그런데 어반베이스는 이미 연 3배씩 성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로 어반베이스에서 인테리어를 체험하죠. 분양 전 체크를 하기도 하고요. 언젠가 대세가 될 영역에서, 앞선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죠.

리: 이전 회사들은 별로 새롭지 않았나요(…)
방현우: 다른 인터뷰에서도 했던 이야기인데, 저는 개발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만들라 권합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각 분야에서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게 다르거든요. 제가 회사에서 다양한 언어를 권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고요. 그런데 어반베이스는 아예 프로덕트 자체가 생소하고, 여기에 여러 기술을 활용하죠. 어떤 일을 해도 새로울 수밖에 없어요.
VR과 AR이 일상화되며,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
리: 앞으로 어반베이스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요?
방현우: 현재는 하나의 ‘서비스’에 가깝지만 ‘플랫폼’으로 진화할 거예요. 구글과 네이버가 압도적인데도, 여러 버티컬 플랫폼들이 있잖아요? 이건 구글과 네이버가 ‘가지지 못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구글과 네이버는 도면 데이터를 읽어들일 수 없고 수집하지도 않지만, 어반베이스에는 이미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돼 있지요.

리: 그러고보니 ‘독점적 데이터’인 동시에, 도면은 ‘가치 있는 데이터’이기도 하군요.
방현우: 네. 이미 대한민국 아파트의 95% 정도 도면이 확보되어 있어요. 여기에 미국, 중국, 일본의 도면까지 계속해서 확보할 계획이고요. 또 도면이 굳이 집에 한정될 필요는 없거든요. 모든 종류의 2D 도면을 3D화할 수 있어요.
리: 음… 근데 솔직히 사실 아파트와 주택 도면 외에는 별로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 같은데요?
방현우: 지금은 그렇죠. 그러니까 어반베이스도 아파트 인테리어와 가구 배치 위주로 하는 거고요. 그런데 처음 유튜브도 그랬어요. 구글이 인수한다고 하니까, 일반인이 영상 만들 수도 없고, 랜더링만 몇 시간 걸리는 걸 누가 하냐…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까 영상이 모두의 일상이 됐잖아요? 전 3D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리: 오큘러스 많이 쓰면 VR이 일상이 되고, 스마트폰 좋아지면 AR이 일상이 된다?
방현우: 그렇죠. 차이가 있다면 유튜브는 모든 트래픽을 자기 홈페이지로 모으고 데이터를 독점하려 하잖아요? 어반베이스는 반대예요. SDK와 API를 공개해서, 3D 서비스가 어반베이스의 기술을 활용하게 하는 거죠. 이렇게 VR, AR 서비스가 늘어날 때마다, 새로운 생태계와 밸류체인, 즉 메타버스가 탄생하는 거죠. 그걸 구축하는 플랫폼이 어반베이스고요.
리: 어반베이스가 곧 메타버스다…
방현우: 어반베이스를 딱 메타버스라 하기는 힘들지만, 현실의 요소를 스마트폰에서 누린다는 점에서 아주 다르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좀 더 다양한 현실을 엮을 수 있도록 고민해요. 예로 직접 꾸민 집에서 집들이를 한다든지, 쇼룸을 열고 어떤 인테리어가 좋은지 생각을 나눈다든지, 우리가 어떻게 고도화하냐에 따라서, 새로운 메타버스 비즈니스로 연결되지 않을까 합니다.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방현우: 어반베이스는 메타버스에 필수적인 ‘디지털 트윈’ 기술력을 갖춘 기업입니다. 이같은 기술을 시장에 선보이고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자 성장의 기회입니다. 보유 기술 못지 않게 함께하는 개발 동료들의 에티튜드와 개발 문화도 중요한데요, 어반베이스에는 3D, VR, AR, ML 분야의 개발자들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습니다. 분명 서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남들 눈에는 200억 투자만 보이지만, 스타트업은 망하기 직전 수혈받는 일의 연속이었다: 어반베이스 김덕중 부대표 인터뷰 ☞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