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프랜차이즈의 대표주자 스타벅스. 전 세계에 3만 2,660개 지점이 있으며, 각 지역에서 남다른 영향력을 행사한다. 초기 CEO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스타벅스를 인수한 후 확실한 목표를 정했다. 바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성장하는 것은 스타벅스를 찾는 지역 주민 덕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지역 커뮤니티와 가깝게 지내도록 노력한다. 사람들의 문화 공간을 위해 작은 지역에도 스타벅스를 열고, 지역 인권 단체와 협업하며, 퇴역 군인이나 대학 진학 희망자 들을 후원한다. 초록빛 사이렌의 선한 영향력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늘 주변에 머물며 많은 이의 삶에 행복을 전한다. 197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헌신은 어느덧 인류애로 거듭나고 있다.
지리적 거리
스웨덴 주방용품 업체 직원이었던 하워드 슐츠는 길을 가던 중 우연히 스타벅스 매장을 보았다. 그는 품질 좋은 원두와 실용적인 커피용품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스타벅스로 직장을 옮겨 마케팅 책임자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하워드의 뛰어난 고객 응대와 아이디어를 눈여겨본 창립자는 1987년도에 스타벅스를 하워드에게 양도하기로 했다.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를 인수하기 4년 전인 1983년, 그는 출장차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이탈리아에는 미국과 전혀 다른 카페 문화가 있었다. 어디를 가든지 에스프레소 바가 있었고, 지역 주민들이 카페에 모여 시간을 보냈다. 부담 없는 커피값, 친절한 바리스타, 편한 좌석, 사람들의 웃음소리, 활기 넘치는 대화, 감미로운 음악.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카페는 또 다른 형태의 집이었다.
하워드 슐츠는 미국으로 돌아온 후 스타벅스를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바와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고, 바리스타의 커피와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으며, 편안한 음악과 의자가 있는 카페를 그렸다.
하지만 그런 카페를 만들기 위해선 공간이 넓은 가게, 값비싼 커피 머신 그리고 숙련된 바리스타가 필요했다. 자금이 부족했던 하워드 슐츠는 투자처를 구하기 위해 하루에 200명이 넘는 투자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응은 싸늘했다. 미래가 불확실한 신규 브랜드에 거금을 투자할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긴 설득과 노력으로 초기 자본을 확보했다.
미국 시애틀에 첫 스타벅스 매장을 오픈 후 고객들이 몰리면서 더 많은 사업가가 스타벅스에 투자했다. 스타벅스는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시간이 남을 때 비싼 돈을 지불하며 펍이나 레스토랑에 갈 필요가 없었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 길거리에서 서성거리지 않아도 됐다. 집 근처에 쾌적한 스타벅스 매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 지역만의 특색이 스타벅스를 가득 채웠다. 지역 주민들에게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니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문화 공간이었다.
사회적 거리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철학을 세우게 된다. 바로 ‘스타벅스를 지역 사회의 사회적·경제적·지적 자산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 의해 스타벅스가 성장한 것처럼, 자신들도 지역 주민들의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불어넣길 바랐다. 그리해 스타벅스는 내부에 캠페인 팀을 구성해 미국 비영리 단체들과 프로젝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재향 군인 및 배우자 고용 Hiring Our Heroes
스타벅스는 2013년부터 미국 상업 회의 연합회(U.S Chamber of Commerce)와 함께 ‘재향 군인 및 배우자 고용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미국은 군인과 그들의 배우자에 대한 예우가 남다르다.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치는 군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존경을 표한다. 그리고 그들을 옆에서 지키는 배우자의 역할 역시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전역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군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민간 군대 비영리 단체 블루 스타 패밀리스(Blue Star Families)에 의하면, 전역 군인 가족의 65%가 재정적 어려움, 37%가 재정적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또한 70만 명의 군인 배우자 중 약 20% 이상이 실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년 미국에서 발표하는 민간 실업률을 초과하는 수치다.
군 조직에 있을 때는 모두 베테랑이지만, 민간 사회로 돌아오는 순간 일반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미국 민간 사회는 트렌드와 IT 기술로 가득한 곳이다. 전투와 육체 훈련에 집중된 부대와 상반된 환경인 것이다. 그래서 부대를 떠난 군인과 그의 가족들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스타벅스는 ‘밀리터리 패밀리 스토어(Military Family Stores)’를 만들어 재향 군인과 배우자들의 고용 및 교육을 책임진다. 군인은 스타벅스의 파트너로서 훌륭한 인재상이다. 체력이 좋아서 육체노동이 주를 이루는 바리스타의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한다. 상명하복에 익숙해 의사소통에 능하며, 매장 내에서 뛰어난 업무 통솔력을 보인다. 전투라는 극적인 스트레스 상황 및 훈련을 겪었기에, 스트레스 내성도 높은 편이다.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나라에 봉사하는 가족을 보며 배운 끈기와 책임감으로 좋은 업무 성과를 낸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2만 5,000명을 고용하기로 계획했는데, 이를 6년이나 빠른 2019년에 초과 달성했다. 앞으로 2022년까지 그 수를 10만 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학 학습 지원 College Achievement Plan
대학 성취도 플랜(College Achievement Plan)은 2014년에 시작한 스타벅스 자체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다. 스타벅스 파트너(바리스타)들이 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와 협력해 만들었다. 파트너들은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의 온라인 수강 프로그램을 학습할 수 있다. 학비는 전액 무료다. 수강 등록 시 45%를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에서 지원하고, 학기를 모두 마치면 나머지 55%를 스타벅스에서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는 파트너들의 더 큰 성장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미국도 대학 학사 학위가 있으면 취업과 연봉 협상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유리하다. ‘미연방 교육부(U.S Department of Education)’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대학 졸업자가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평균 66%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 시행되기 전, 일부 파트너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노력했지만 감당하기 힘든 학비로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스타벅스가 직접 나서 이들이 학사 학위를 딸 수 있도록 돕기로 한 것이다. 초기엔 주주들의 반대가 완강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곳이지, 무조건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며 스타벅스 경영진을 비판했다. 하지만 경영진의 의견은 달랐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지식을 배우면 스타벅스 역시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파트너들이 스타벅스를 떠나더라도, 그 배움을 토대로 지역 사회를 빛내는 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을 위해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 스타벅스의 철학임을 잊어선 안 된다며 주주들을 설득했다. 덕분에 많은 파트너가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의 학사모를 쓸 수 있게 됐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3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좋은 역량이 있음에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누군가의 도움이 더해진다면 그들은 현실의 벽을 넘어 더 높게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스타벅스는 이처럼 소외된 사회 집단을 꾸준히 찾는다. 그리고 그들의 든든한 구름판이 되어준다. 지원군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옆에서 우리를 응원한다.
심리적 거리
스타벅스는 ‘다양성’을 포용한다. 고객 취향대로 음료를 제작하는 ‘커스텀 음료’와 성소수자 인권 신장을 위한 ‘#왓츠유얼네임(#whatsyourname)’ 운동, 인종 차별 반대를 주장하는 ‘레이스 투게더(Race Together)’ 캠페인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스타벅스의 열린 사고를 대중들에게 알렸다.
그런데 다양성을 중시하는 스타벅스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 스타벅스 필라델피아점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경찰은 매장에 앉아 있던 두 명의 흑인 청년을 체포했다. 이 과정이 동영상으로 찍혔고, SNS에 퍼졌다.
사건의 경위는 이러했다. ‘넬슨(Nelson)’과 ‘로빈슨(Robinson)’은 매장에서 지인을 기다렸다. 매장 매니저가 이들에게 다가가 주문을 요청했다. 청년들은 지인이 오면 같이 주문하겠다고 했으나, 매니저는 경찰에 연락해 이들을 무단 침입죄로 신고했다. 문제는 그간 백인 손님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어떠한 난동도 부리지 않았다. 그저 의자에 앉아 지인을 기다렸을 뿐이다. 경찰이 이들에게 수갑을 채우려 할 때 주변 손님들이 청년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인권 단체들은 스타벅스가 여태까지 보인 진심은 거짓이었으며, 기업 내 인종 차별적 인식이 만연하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넬슨과 로빈슨은 8시간이 지나서야 풀려났다.
현 스타벅스 CEO 케빈 존슨(Kevin Johnson)이 두 청년에게 즉각 사과했다. 이후 스타벅스는 필라델피아점 매니저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동시에 미국 내 8,000개 매장을 닫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종 차별 교육을 실시했다. 이에 더해 넬슨과 로빈슨의 대학 등록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발 빠른 사과와 대처로 여론의 움직임은 다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필레델피아 주민들을 비롯한 미국인 마음속 깊이 스타벅스가 있다. 그렇기에 억압과 편견으로 얼룩진 이번 사건에 많은 이들이 유감을 표했던 것이었다. 공익 캠페인을 자주 펼친다고 해서 팬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다. 팬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때 비로소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
마치며
스타벅스의 성공 요인에 대해 분석한 자료가 많다. 누군가는 스타벅스의 마케팅을, 또 다른 누군가는 한정판 굿즈를 예로 든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진정한 성공 요인은 ‘가까움’에 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가까운 곳에 스타벅스가 있다. 당신이 어떤 사회 집단에 속하든 가까운 곳에 스타벅스가 있다. 당신이 어떤 인종이든 가까운 곳에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는 언제나 가까운 곳에서 우릴 향해 두 팔을 벌린다.
원문: 코지오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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