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보이’가 결국 큰일을 해내려나 봅니다.
세인트 보이는 2020 도쿄(東京) 올림픽 근대5종 대회장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말(馬)입니다. 독일 대표 아니카 슐로이(31)는 ‘펜싱 + 수영’ 중간 순위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우면서 메달 전망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세인트 보이가 경기 참가를 거부하면서 결국 최하위(31위)로 대회를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근대5종은 △펜싱(에페) △수영(200m 자유형) △승마(장애물) △사격 △크로스컨트리 달리기를 한 데 묶어서 진행하는 종목입니다. (2009년부터는 사격과 크로스컨트리를 따로 치르지 않고 ‘레이저 런’이라는 종목으로 통합해 진행합니다.)
문제는 올림픽 승마와 달리 자기 말을 타고 승마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근대5종 선수는 대신 경기 시작 20분 전에 자신이 타게 될 말과 첫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모든 말이 말을 잘 들으면 좋겠지만 세인트 보이처럼 말을 듣지 않는 말이 나오면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승마 종목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당초에는 말이 스트레스를 적게 받도록 장애물 높이를 낮추고 점프 횟수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그런데 세인트 보이를 보고 UIPM이 느낀 위기감은 더 컸던 모양입니다.
올림픽 전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는 UIPM 이사회가 근대5종에서 승마를 아예 빼기로 결정했다고 2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했습니다. 그렇다고 승마를 빼는 대신 근대4종으로 바뀌는 건 아닙니다. 인사이드더게임즈는 UIPM에서 4일 승마 대체 종목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목에서 보신 것처럼) 사이클이 승마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된다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때부터는 말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근대5종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사실 근대5종은 올림픽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종목입니다. 그러니 올림픽에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사이클이 아니라 로봇이라도 타야 할 판입니다.
이미 2024년 파리 대회 때부터는 TV 중계를 많이 탈 수 있도록 5개 종목을 90분 안에 모두 소화하기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7년 뒤 근대5종 선수는 무엇을 타고 경기를 치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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