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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5종, 쇼비니즘과 국제주의의 불편한 화합

2021년 8월 11일 by 김현성

독일 아니카 슐로이 선수가 소속된 여자 근대5종 팀의 킴 라이즈너 감독은 세인트 보이를 주먹으로 때려 결국 올림픽 출전 자격이 박탈됐다. / 츨처: 뉴시스

근대 5종 경기(펜싱, 수영, 승마, 사격+크로스컨트리)는 올림픽의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이지만,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한 가지 작은 화젯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승마 부문에서 제공된 말 중 한 마리인 ‘세인트 보이’가 기가 막힌 트롤링으로 무려 선수 두 명을 탈락시켰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독일의 아니카 슐로이 선수와 러시아 출신 선수 총 2명이다. 실제로 선수를 두 명이나 탈락시킨 말은 세인트 보이가 올림픽 역사상 최초라고 전해진다.

문제는 이 세인트 보이라는 말이 선수들이 선택한 말이 아니라 주최 측에서 랜덤으로 선수들에게 배정한 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올림픽에서 뽑기 운이 웬 말이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대 5종에서 말이 랜덤하게 배정되는 것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도 했다. 다만 세인트 보이의 트롤링이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보니 다소 두드러져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 ‘말 뽑기’의 기원을 파헤쳐 가다 보면 우리는 올림픽 경기의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기원에 도달하게 된다. 근대 5종 경기 자체가 고대 5종 경기에 기원을 두고 현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이 다소 변주한 종목이고, 근대 5종의 기원이 된 고대 5종은 사실상 전쟁터에서 필요한 기술을 테스트하는 종목들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쿠베르탱의 시대에 복잡했던 유럽의 지정학과도 다소 관련이 있다.

1863년생인 프랑스인 쿠베르탱은 벨 에포크 이전 유럽의 마지막 격변기인 19세기 후반에 청년기를 보냈었다. 당시 프랑스는 1871년 보불전쟁에서 프로이센에게 패배해 애국주의가 굉장히 만연하던 시절이었고, 사실 이러한 쇼비니즘의 물결에서 쿠베르탱 역시 완전한 예외는 될 수가 없었다. 실제로 쿠베르탱은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열렬한 애국주의자이기도 했으며 나폴레옹 전쟁 시기를 탐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언뜻 국수주의자일 수도 있어 보이는 쿠베르탱이 국제적인 화합을 중요시하는 올림픽을 창시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당시 유럽이 보불전쟁을 마지막으로 약 40여 년 간의 평화기를 맞이하면서 국제주의가 범람했던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해야만 한다. (프랑스에서 ‘벨 에포크’로 일컬어지던 바로 그 시기가 맞다.) 즉 쿠베르탱은 자신에게 내재된 열렬한 애국주의와 시대가 요구하는 국제주의 사이에서 현대 올림픽이라는 행사를 이끌어낸 셈이다.

피에르 드 쿠베르탱. / 출처: Asia IP

다시 근대 5종 이야기로 되돌아와 보면, 쿠베르탱이 직접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근대 5종은 나폴레옹 시기 프랑스의 ‘대육군(그랑다르메)’ 소속 정예 전령이 갖추어야 할 소양들을 운동경기로 전환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군대에서의 선봉대와 전령(연락병)은 상당한 정예화를 요구받는데, 그 이유는 당연하겠지만 전령은 적과 마주치는 첨병이자 아군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사람 하나에 위임한 직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령 한 사람이 사령부에서 전방의 A부대로 명령서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아군과 적군이 복잡하게 기동하며 뒤엉켜 싸우는 상황에서 전령은 최대한 빠르게 이동해야 하며(크로스컨트리), 다양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고(수영), 적과 마주치면 적을 쓰러트리고 돌파해야 하며(사격과 펜싱), 말을 타고 이동하다가 자신의 말이 쓰러지면 적의 것이라도 빼앗아 타야 한다(승마). 여기서 ‘빼앗아 탄다’는 이 개념이 바로 근대 5종의 말 랜덤뽑기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 말 랜덤뽑기가 예전 초기 올림픽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근대 올림픽에서는 말이 말을 잘 듣지 않을 경우 채찍으로 말을 두들겨 패서라도 억지로 달리게 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엄연히 누군가의 자산인 올림픽 출전 말들을 채찍으로 때려서 말을 듣게 할 수는 없게 되어서, 고작해야 겁을 주거나 신호를 주는 용도로만 채찍을 사용할 수 있다. 결국 발전하는 사회가 말 랜덤뽑기의 문제점을 드러내 주는 셈이다.

한편 쿠베르탱은 올림픽에 여성이 참가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던 사실로도 유명하다. 그냥 반대만 한 것이 아니라, 2회 올림픽 때부터 여성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자 이것을 “내 인생 최악의 치욕.”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였다. 쿠베르탱에게 이런 치욕을 안겨준 것은 당시의 여성 운동가들이었는데, 쿠베르탱이 올림픽에 여성 참여를 불허하자 여성 세계 종합 선수권 대회를 만들어 흥행을 시켜버린 것이다. 물론 당시 쿠베르탱은 살아온 시대의 특성상 그 시대가 강제로 주입한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당시 여성 대회는 당시 성차별이 만연하던 시기의 남성 사회에서 쿠베르탱을 위시한 일부 고위층 남성들이 여성 대회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오히려 더욱 흥행한 면이 있는데, 현대 사회와 꼭 닮은 부분이 있어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기분 탓일 것이다. 아무튼 ‘세인트 보이’로 인해 1위를 달리다가 아쉽게 탈락하고 비통한 눈물을 흘렸던 독일의 아니카 슐로이 선수는 여성인지라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울면서 경기를 치른 아니카 슐로이 선수. / 출처: GettyimagesKorea

원문: 김현성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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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스포츠,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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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5년차 주니어. 경제와 국제정세, 금융시장과 원자재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법률과 예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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