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2021년 11월 3일에 발행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생존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벽배송 전문 이커머스 업체들의 본격적인 상장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SSG,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모두 각기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내년엔 상장한다는 계획인데요. 알고 보면 이들의 사정은 매우 절박합니다. 상장 성공 여부에 플랫폼의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SSG는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2023년 총매출 요건이나 IPO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이마트가 소유 주식 전부를 매수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습니다. 올초 이베이 코리아 인수도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고 했을 정도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렇다고 마켓컬리나 오아시스마켓도 결코 자유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둘도 막대한 투자를 유치했고요. 따라서 투자자들로부터 상장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들에게 걸린 기대는 매우 큽니다. 마켓컬리는 시리즈 F 투자 유치를 하며 무려 2조 5,000억 원이라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고요. 오아시스마켓도 유니콘에 등극하며 기업 가치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추정하는 이들의 기업가치는 SSG가 10조 원, 마켓컬리가 4-5조 원, 오아시스마켓이 1조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숫자가 이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강점만큼이나 약점도 뚜렷합니다
새벽배송 3사는 아직 누구도 시장을 지배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새벽배송만 봤을 때는 분명 마켓컬리가 앞서는 건 분명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다른 두 업체를 압도하는 점유율을 자랑하니 말입니다. 배송 건수 기준으로 SSG와 오아시스마켓을 합쳐도 마켓컬리의 절반을 좀 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체 거래액 규모는 이베이를 품은 SSG가 확실히 다른 둘을 압도하고요. 오아시스마켓은 덩치는 작지만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각기 확실한 강점을 가진 3사이지만, 동시에 약점도 너무 치명적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우선 마켓컬리는 적자가 심각해도 너무 심각합니다. 자체 배송 차량과 기사를 쓰는 모델을 고수하기에, 어쩔 수 없긴 한데요. 적자 규모는 줄지 않는데, 전국 확장을 위해선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는 것도 아이러니합니다. 상장을 위해선 볼륨을 더욱 키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추가 투자도 하고 커지는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건데요. 진퇴양난의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베이를 품은 SSG의 상황은 어떨까요? SSG는 확실한 로열티 고객이 없고, 브랜드의 성장세가 지지부진하다는 게 치명적입니다. 이베이까지 인수하며 덩치 하나는 이커머스 시장 내 빅3라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된 SSG입니다. 하지만 이베이 자체도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어 가던 중이었고요. SSG나 이마트몰도, 새벽배송이나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조차 존재감을 잃어갑니다.
오픈서베이의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최초 상기도나 주 구매율에서 모두 이마트는 전년 대비 하락하며 마켓컬리에게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증권시장에서는 이러한 시그널은 위험합니다.
마지막으로 오아시스마켓은 거래액 규모가 솔직히 작아도 너무 작습니다. 작년 기준 매출액이 고작 2,386억 원에 불과하고요. 올해 추정 거래액도 3,000–4,000억 원 수준으로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어찌 보면 유니콘이라는 호칭 자체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거래액 확장에 집중한다면 오아시스마켓도 단시일 내에 볼륨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급격한 확장을 쫓는다면, 유일한 새벽배송 흑자 기업의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건 자명하지요.
너무 깊게 드리워진 쿠팡의 그림자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 무엇보다 위협적인 것은 쿠팡의 존재입니다. 사실 이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상장 레이스에 뛰어들게 된 것은 쿠팡의 성공으로부터 자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적자 기업임에도 성공적으로 미국에서 상장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물론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정도로 쿠팡도 고전 중인 상황이긴 합니다.
특히 쿠팡이 비공인이지만 새벽배송 시장 1위 업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쿠팡도 쉽지 않은데, 이들 3사가 상장 대박이 가능할 거냐는 겁니다. 따라서 본인들이 쿠팡의 하위 호환 이상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상장은 꿈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각기 나름의 필살기를 준비 중인데요. SSG는 유료 멤버십 론칭을 눈앞에 두었습니다. 특히 커피 업계의 끝판왕인 스타벅스를 거느린 만큼 차별화된 혜택 제공을 통한 흥행도 결코 어렵지 않을 전망인데요. 여기에 이베이의 스마일 클럽만 잘 결합시킨다면 충분히 파괴력이 있어 보입니다.
반면 마켓컬리는 오픈마켓 형태로 직접 물류를 진행하지 않는 상품을 늘렸습니다. 컬리스라는 PB를 키워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강구 중이고요. 오아시스마켓은 V마트라는 이름으로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등 단기간 내에 볼륨을 늘릴 돌파구를 찾습니다.
다만 이들이 쿠팡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우뚝 서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욱이 셋 모두가 기대하는 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할 겁니다. 결국 혼자라도 생존하려면 유사한 모델을 가진 다른 둘보다 우위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요. 새벽배송 시장 내 경쟁은 앞으로 더욱 뜨거워지겠네요.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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