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글을 읽으시기 앞서서 두 가지 글을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우리나라 전자 상거래 시장은 2019년 기준 세계 6위입니다. 총규모는 미화 610억 원, 다시 말해 63조 원 규모 정도 됩니다. 특히 기존 오프라인 상거래에서 전자 상거래로 넘어가는 비율은 2018년 기준 24.1%로 가장 높습니다. 아마 작년 수치는 더 높게 나타나겠죠. 언택트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이 분야를 선도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브로드밴드가 잘 구축된 환경이죠.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이후 이베이코리아를 비롯, 기존 유통 사업자들의 공도 큽니다. 다만 직매입을 통한 거래보다는 오픈 마켓을 통한 거래 중심으로 발달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붐 이후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이 세계에도 일명 ‘관행’과 ‘관성’이 존재했습니다. 물론 무서운 친구들 두 명이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네이버와 쿠팡 말이죠. 왜 그 두 사업자냐고요?
왜 그들은 경쟁할까요?
쿠팡으로 시작해볼까요? 진정한 B2C 전자상거래 사업자입니다. 강력한 물류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뒷배(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도 단단합니다. 물론 비판은 있습니다. 돈만 쓸 뿐 언제 벌 거냐, 즉 언제 이익을 낼 거냐는 거죠.
쿠팡도 흑자를 내야 하기에 C2C 전자상거래에 진출합니다. 아마존도 FBA(Fulfillment by Amazon)을 통해서 수익을 내기 때문이죠. 다만 이 시장, 물류는 결국 규제입니다. 그래서 로켓 제휴라는 어중간한 프로그램을 내놨습니다.
참고로 아마존은 전체 매출의 19%를 FBA로 냅니다. 쿠팡의 전략 방향을 감안하면, 안 들어오는 게 이상하죠. 그리고 사업가 입장에서는 싸울 만한 밭인가가 제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밭. 기존에 쿠팡이 1등 먹은 B2C 전자상거래보다 훨씬 큽니다.
네이버는 1등입니다. 그러나 불안한 1등입니다.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과 검색 광고. 그러나 세상의 중심은 모바일로 넘어옵니다. 네이버에 체류하는 시간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런 와중에 기존 광고 외 신사업은 신통치 않습니다. 당장 검색 광고와 달리 구글 및 페이스북과 경쟁하는 디스플레이 광고는 들쑥날쑥합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1) 자신들의 장점을 레버리지 하면서 2) 시장에서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게 됩니다. 바로 커머스입니다.
2020년 1분기
- 스마트 스토어: 전년 대비 56% 성장
- 네이버 페이: 전년 대비 46% 성장
2020년 2분기
- 스마트 스토어: 전년 대비 64% 성장
- 네이버 페이: 전년 대비 56% 성장
둘은 어떻게 경쟁할까요?
작년까지만 해도 만날 가능성이 0에 가까웠던 두 사업자가 만났습니다.
1. 플랫폼 사업자는 모객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네이버는 써드파티 셀러들을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씁니다. 스마트 스토어와 네이버 쇼핑에 노출의 우위를 주는 방법으로 유인하죠. 그리고 가장 큰 측면은 수수료입니다. 한 블로그 분의 분석에 따르면 네이버 5.55%대 쿠팡 10.3%입니다. 당시는 네이버가 물류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직전입니다. 그래서 그 블로그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로켓 배송의 혜택”을 볼 수 없습니다.
2. 쿠팡은 그래서 물류로 싸웁니다.
결국 한국 시장은 “빨리빨리”를 잘하는 사업자가 유리하니까요. 김범석 대표가 2015년 로켓 배송을 발표할 때만 해도, 이 로켓 배송 때문에 쿠팡을 신경 써야 할지 정용진 부회장이나 롯데 신 회장이 알았을까요? 결국에는 이 부분이 쿠팡을 무서운 아이를 넘어 무서운 어른으로 만든 것 아닐까요?
네이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가 물류를 다 구축할 때쯤 되면 쿠팡은 한발 더 나아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네이버는 투자를 택했습니다. 작년 투자한 스타트업의 62.5%가 물류 관련 스타트업입니다. 그리고 그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네이버 API를 통해 서비스를 붙입니다.
또한 2주 전 머니투데이가 보도한 CJ대한통운과 지분 교환에 대한 보도 그리고 네이버/CJ대한통운 측의 “논의 중”이라는 공시는 네이버의 다급함마저 보이더군요. 참고로 이런 딜에서는 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부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의 중”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3. 결국에는 사용자의 경험입니다.
로켓 멤버십이야말로 김범석 대표에게는 이쁜 효자 같을 것입니다. 500만 쿠팡 충성 고객이 1년에 내는 돈은 1,800억 원. 이 돈은 그냥 순수한 현금입니다. 쿠팡이 동남아시아의 넷플릭스 훅(Hooq)을 인수한 것도 이런 서비스 강화 관점 아닐까 추정해봅니다. 참고로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은 동영상 무료로 봅니다. ‘Enjoy Coca-Cola’로 콜라 시장에서만큼은 펩시를 밟아버린 코카콜라처럼 쿠팡은 “어떻게 쿠팡 없이 살았을까?”라는 고차원적 캠페인을 벌입니다.
네이버도 바보는 아니죠.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순전히 쿠팡을 겨냥했습니다. 카카오에는 그런 상품 없거든요. 구조도 비슷합니다. 마일리지 5%씩 쌓아줍니다. 월 회비는 4,900원입니다. 네이버도 콘텐츠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웹툰 및 음악, 비디오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오픈서베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시를 6월에 했습니다. 시장 점유율은 15.7%에 벌써 3위입니다.
또 하나 더 있습니다. CJ E&M과 CJ의 스튜디오 드래곤이 딜에 등장합니다. 대한통운 딜에요. 이 회사들은 콘텐츠를 가진 회사입니다. 참고로 네이버가 작년 공개적으로 투자한 기업 중 나머지가 다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 유관 회사기도 합니다.
그럼 두 회사는 어디서 경쟁할까요?
전자상거래는 제품을 팝니다. 쿠팡이 현재 앞서는 부분은 생활용품입니다. 다만 네이버와 경쟁하기에 패션 분야가 뒤지고, 여기를 따라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쿠팡이 자랑하는 PB브랜드 C애비뉴를 올 4월에 론칭하고, 전용 메뉴까지 앱 처음에 만들었겠죠?
네이버의 관점에서는 결국 생활용품과 신선식품을 먹어야 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로켓 프레시처럼 말이죠. 인수한 스타트업 중 콜드체인에 특화된 기업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사업자의 위협 요인은?
2020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에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를 위해 알고리즘의 인위적 변화를 줬다는 점이죠. 물론 네이버는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쿠팡이나 타 사업자들도 비슷한 행위가 있었는지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쿠팡맨을 제외하고 다른 긱 워커 형태의 참여자에 대한 책임 이슈가 늘 불거집니다. 그리고 골목 상권 침해에 대한 논란은 네이버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네이버와 CJ는 왜 손을 잡았을까요?
일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 2020년 10년 14일 MTN이 네이버의 CJ 대한통운 지분 인수설 보도
- 바로 양사는 DART를 통해 11.13일까지 추가 공시를 하겠다고 발표
- 2020년 10월 26일 양사는 지분 교환 합의를 발표
그 규모는 양 그룹 간 6,000억 원입니다.
이 거래를 통해 CJ그룹은 네이버의 지분을 1.29%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CJ E&M의 3대 주주로 등극하고요.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가 됩니다. 네이버는 왜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일까요? 2020년 3분기 네이버의 실적발표 현장으로 돌아가 보죠.
상장사 IR팀에 계신 분들은 아주 잘 아실 것입니다. 실적발표는 여러 준비가 필요하죠. 그 기준도 보수적으로 잡게 됩니다. 네이버가 3분기부터 “커머스”를 별도 카테고리로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커머스의 성장성이 높다는 사실을 대대로 천명해왔고요. 네이버는 알리바바 같은 네이버향 생태계를 만듭니다. 거기 와서 놀 수 있는 사업자를 모으죠. 스마트스토어로 셀러는 모았습니다. 그리고 셀러들에게 다양한 혜택도 제공합니다.
1. 그러나 물류가 부족합니다.
네이버가 2020.10월 기준, 올해 직접 투자한 스타트업 중 62.5%가 물류 관련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시장 비중은 낮습니다. 심지어 투자금의 대부분을 물류 시설 구축 및 최적화에 활용한 쿠팡도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한진택배를 통해 풀어나갑니다. 네이버도 좀 큰 대상이 필요했겠죠. CJ 대한통운 입장에서도 큰 고객이 이때 필요했습니다. 2020년도 2분기 IR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통운 측은 아래와 같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 멀티포인트 허브와 서브터미널을 개선하겠다.
- 그 개선 비용으로 2021년 말까지 1,681억 원을 집행한다.
- 전체 택배 물량 중 87.3%는 총 3개 축 합이 100cm 이하다.
대한통운은 아울러 평균 처리량을 현재 660만 개에서 1,000만 개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참고로 쿠팡의 일 처리량이 올 3월 기준으로 330만 개 수준입니다. 지금 물론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및 LG생활건강, 리빙크래프트, 바나다, 라이언 코리아 등이 고객으로는 있습니다만… 1,000만 개를 채우는 것은 다른 문제겠죠?
인프라형 비즈니스 모델의 기본은 최소한의 투자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수익를 최대화하냐에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분 교환을 통한 연맹만큼 강한 것이 있을까요?
2. 왜 콘텐츠인가요? 네이버는 뭘 얻게 되나요?
발표 당시 CJ가 공시한 지분 교환 사유입니다. 이를 통해 CJ는 3가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합니다.
- 프리미엄 콘텐츠와 IP를 기획 및 제작
- 공동투자를 통한 제작, 유통
-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티빙 가입자 확장 도모
저는 특별히 마지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은 1)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2)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된 제품을 중심으로 물류 전쟁을 하며 3) 향후 물류 수준이 어느 정도 비슷해지는 순간에는 멤버십을 통한 락인을 추구하죠. 멤버십을 통한 락인이 될 경우 아주 큰 금액 차이가 아니면 그 회사 서비스를 쓰게 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서도 쿠팡이나 네이버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으신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요.
네이버가 시장을 걸어 잠글 수 있는 강한 경쟁력은 현재 제공되는 네이버 뮤직 외에, 네이버 동영상이나 VOD 콘텐츠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아마존 같은 경우 프라임 고객들에게 다양한 동영상과 콘텐츠 심지어 게임까지 제공하는 것을 생각해본다면요.
물론 수치로 확인해볼 경우, 음원 서비스 시장에서 네이버는 5위입니다(점유율 4.7%). 그리고 유튜브와 유사한 네이버TV 콘텐츠는 짤 수준이죠. 드라마 자체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3대 주주가 된 CJ E&M은 우리나라에서 판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고요. 특히 2대 주주가 된 스튜디오 드래곤은 자체 제작 능력이 뛰어납니다. Naver Original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겠죠.
향후 경쟁의 구도
이런 상황으로 가기에 이베이 등도 스마일 멤버십을 강조합니다. 쿠팡도 작년 10월에 쿠팡(로켓) 와우 플레이라는 상표권 등록을 한 바 있습니다. 이 상표권이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 OTT 장비
- OTT 셋톱박스
- 게임을 위한 디지털 스트리밍
- 디지털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
- 가정용 게임기를 위한 마이크
- 가정용 게임기를 위한 AV 케이블
- 다운로드 가능한 게임 소프트웨어 등
물론 쿠팡 측은 단순 아이디어 차원이라고는 하나 그들이 지향하는 아마존, 그리고 아마존의 사업 경과를 봤을 때 전혀 아이디어로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언론에서는 미국 프로스포츠와 쿠팡이 독점 계약을 추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과연 소비자들의 후생효과가 커지는 방향으로 갈까요? 어떻게 사업자가 정리될까요? 규제 시장이거나, 대형 인프라가 들어가는 기존 업종과 달리 새로운 사업자들이 등장할 수 있는 시장이 이 시장이기도 합니다.
원문: Philip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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