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월 4,900원에 네이버플러스라는 이름의 멤버십 서비스를 6월 1일 출시 한다고 밝혔다. 포함된 혜택은 아래와 같다.
쇼핑적립 추가 4%
비회원 대비 유료회원은 20만 원까지 추가 4%의 적립을 받을 수 있다. 단, 20만 원을 넘기면 1%가 된다.
콘텐츠 무료 이용 (아래 5개 중 4개)
- 네이버웹툰/시리즈 쿠키 20개
- 바이브 음원 300회
- 시리즈온 영화/방송용 감상용 캐시 3,300원
- 네이버클라우드 100GB
- 오디오북 대여 할인쿠폰
멤버십 비즈니스 측면에서, 제한된 위의 정보만을 가지고, 뇌피셜로 추정해 보며 내린 나름의 결론은 아래와 같다.
1. 메시지가 약하다.
관련기사들을 보면 8.5%, 5% 등의 적립율도 언급되지만, 비회원 대비 유료회원이 챙길 수 있는 최대치는 사실상 4%의 추가적립율 뿐이다. 유료회원이 되지 않아도 네이버페이를 쓰고 특정 금액을 넘기고, 단골고객이 되면 4.5%까지 적립이 원래 가능하다.
게다가 4%의 추가적립 혜택은 월 20만 원까지의 상한이 있다. 그래서 금액으로 따지면 쇼핑 혜택의 가치는 최대 3,100원(20만 원*4% – 4,900원)일 뿐이다(20만 원 이상에 대한 계산은 생략한다). 이걸 한 번 따져보는 순간 멤버십 혜택이 별로라고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2. 메시지가 산만하다.
메시지가 약한 건, 제품(혜택)이 약하기 때문인데, 그걸 알기에 그런지 메시지가 산만하다. 하나의 뾰족한 특장점이 없으니, 주루룩 나열식으로 이것저것 붙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네이버쇼핑/페이는 적립율 구조가 원래부터 꽤나 복잡했다. 이걸 또 건드리다 보니 설명이 더 길어질 수밖에.
게다가 20만 원 상한선 같은 제약사항은 메시지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아마 이러한 문제는 실제 고객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고객들이 잘못 이해할 는 소지가 너무 많으므로.
‘콘텐츠’ 혜택들 역시 메시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첫째, 용어의 혼란. ‘캐시’는 무엇이며, ‘쿠키’는 무엇이고, 왜 오디오북은 쿠키도 캐시도 아닌 ‘쿠폰’인가. 물론 원래 그렇게 프러덕트들이 생겨먹었어요.. 이렇게 항변하고 싶겠지만. 흠… 내용을 좀 더 가다듬든지 빼든지,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둘째, 고객에게 왜 거기서 선택권을 주냐고… 5개 중에 4개는 왜 때문일까… 정말 4개를 다 쓰고 5개까지 쓰는 고객이 그렇게 많을까? (2–3개까지 쓰는 고객만 해도 90% 이상일 텐데…)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4개를 무엇으로 채울까를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4개를 다 쓰고도 쓰지 않은 1개에 대해 아쉬워 하게 될 거다. 심리적으로 고객들은 4개를 받았음에도, 못 받은 1개를 더 생각할 거다.
셋째, 단위의 혼용. ‘원’ ‘GB’ ‘쿠키’ ‘회’ 등의 단위가 섞여 있다. 아, 어렵다…
3. 누구를 겨냥했는지 모르겠다.
쇼핑을 하는 고객들이 웹툰도 많이 읽나? 웹툰 독자가 쇼핑을 많이 하나?
내부 데이터야 네이버가 가장 잘 알겠지만, 언뜻 봐도 이건 꿩 먹고 알 먹자는 속셈이다. 즉, 한쪽으로 치우친 고객들을 네이버의 다양한 제품들로 전이시켜 보겠다는 의도지, 어느 한 타겟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네이버야 큰 회사지만, 네이버플러스라는 멤버십은 이제 막 시작하는 제품이다. 신상품의 성공방정식은 초기엔 열광할 수 있는 팬을 확보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전국민을 만족시키는 게 아니다.
사실 대기업 상품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처음부터 큰 임팩트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는 압박이다. 그래서 소수의 열혈 팬이 아닌, 다수의 미지근한 고객에서 출발하면서 서비스의 코어를 단단하게 쌓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 흐지부지 되곤 한다. 네이버플러스도 비슷한 압박에 놓여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4. 비용에 대해 염려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멤버십 비즈니스는 가격 설정(pricing)이 알파요 오메가이다. 가격이 너무 높으면 침투율이 낮아지고, 가격이 너무 낮으면 상품 경쟁력이 낮아진다. 그래서 그 Sweet spot을 찾는 게 비즈니스 성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끝내주는 고객경험(CX)을 선사할 것이냐 아니면 말이 되게 비용을 통제할 것이냐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민과 갈등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네이버는 비용통제를 원하는 쪽이 이긴 것 같다.
우선 네이버가 크게 투자하는 금액, 즉 고정비(Fixed Cost)가 보이지 않는다. 적립포인트도 변동비, 웹툰/영상/음원/오디오북도 모두 변동비성 구조로 짜여져 있다. 클라우드는 말할 것도 없고. 그만큼 큰 돈 안 들면서 시작해 본다는 뜻일 테다.
문제는. 고정비가 없이 변동비로만 구성되어 있는 현재의 비용구조는 단기적으로야 부담이 없지만, 사업이 진짜 잘 된다면 독이 되어 돌아 온다. 회원이 늘면 늘수록 비용은 비례해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잠깐 이야기가 새면, 원래 음원 서비스가 생각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사업인데 이유는 글로벌하게 음원 서비스의 원가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원가율은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저작권 협회가 있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원가율을 고지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되면 100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사업자나 1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사업자나 콘텐츠 수급의 원가율은 동일하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즉, 해자(moat)가 없는 셈이다.
네이버가 조만간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 있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지 않는 이상, 이 비용 구조는 변화될 수 없다. 예를 들면, 방송이나 영화 라이브러리를 (최소) 1,000억 원 정도 들여서 4년 정도 마음껏 서비스할 수 있는 권리를 사오는 베팅이 필요한데, 수익배분(RS)과 수수료에 길들여진 네이버가 과연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튼 변동비는 시작할 땐 좋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다. 그만큼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겠지만, 소위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 문제는 소비자들도 이걸 직감적으로 느낀다는 것. 캐시든 쿠키든, 그거 몇 푼 받자고 월정액 가입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5. 가격구조가 훤히 보인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가격구조가 너무 투명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원래 멤버십이든 월정액이든고객은 낸 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혜택에 대한 가격 계산이 잘 안되어야 좀 과대계상을 해준다. 아래 헤랄드경제 기사에 나오는 표를 보자. (일단 적립혜택 최대 5%는 miss leading하는 문구다. Additional 4%가 맞다.)
이렇게 보기 좋게 “보세요, 5,000원 내시고 1만 2,000원 어치를 받으시잖아요. 포인트 적립까지 하면 1만 5,000원. 자, 1만 원이 공짜로 생기는 겁니다”라고 설명해준다. 이러면 멤버십이 어떤 느낌이 되냐면…. 부페를 기대하고 들어온 고객에게 고기는 2접시, 킹크랩도 2접시, 스시도 2접시, 아이스크림은 2스쿱까지만… 이렇게 제한을 걸어버리는 느낌이다.
사실 “고기 2접시에 1만 원, 킹크랩 2접시에 1만 원… 이렇게 다 더하면 내신 돈 보다 많이 드시는 겁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셈인데. 판단은 각자의 몫. 일단 고객에게 계산을 하게 하면 안 된다. 근데 이건 자꾸 손가락 꺼내서 꼽아보게 만든다.
6. 조직도가 막 보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제일 안 좋은 제품/UX는 회사의 내부사정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이냐면, 쓱닷컴을 보면 안다. 신세계몰과 신세계백화점간의 차이를 고객이 굳이 알아야 할까? 그리고 온라인에 스타필드는 왜 있는 건데… (사정이 다 있겠죠… 흠…)
근데 네이버플러스. 그 혜택을 뚫어져라 보고 있노라면 막 네이버 사업부간의 알력과 우선순위 같은 게 보인다고나 할까. 일단,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는 쇼핑을 밀고 있다. 콘텐츠 중 으뜸은 웹툰이고. 클라우드는 좀 쌩뚱 맞지만, 그래도 키우는 거니깐. 아, 맞다 오디오클립도 좀 밀어줘야지. 근데 거긴 돈이 없잖아… 그러니깐 쿠폰… 막 이런 상상놀이가 된다. (어디까지나 제 상상입니다…)
이게 왜 해롭냐면, 네이버가 진짜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논리적으로 기획된 서비스가 아니라, 내부적인 여러 사정에 의해 완성된 콜라주라는 느낌적인 느낌. 아니, 콘텐츠에 클라우드가 좀 연결이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캐시, 쿠키, 원, 회,… 그러다 GIGA BYTE?
명확한 고객혜택으로부터 시작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사정으로부터 출발하는 기획.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너무 대기업스럽….)
7. 가격이 너무 낮다.
결론이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다. 가격이 너무 낮다.
투자가 사업자의 스킨 인 더 게임이라면, 가격지불은 고객 입장에서의 스킨 인 더 게임이다. 가격이 너무 낮으면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비용(sunken cost)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판단은 아니지만, 일단 돈을 내 놓은 것을 잊지 못하고 향후의 선택에 영향을 받는 효과 덕을 좀 봐야 하는데, 월 4,900원으로는 부족하지 싶다. (네이버 고위직님, 여기에 대한 해결책을 알고 싶으시다면 직접 연락 주세요~ ㅎㅎ)
마치며
이상, 완전 뇌피셜로, 헤랄드경제 기사와 블로터 기사를 보고 쓴 추측성 글이다. 멤버십 사업을 한다기에 관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었기에, 4,900원이란 가격과 그 혜택들을 보고 조금 어이 없어 길게 주절거렸다. 멤버십을 잘 이해한 것도 아니고, 고객의 니즈를 잘 안 것도 아닌 느낌. 그냥… 누군가 시켜서 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건, 나만의 착각이기를… 언제나 그렇듯이 태클과 피드백 환영이다.
원문: jwvi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