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도시 뉴욕. 이곳 역시 사람 사는 도시니만큼,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구석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뉴요커들이 가장 싫어하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여러 신뢰도 있는 설문조사와 주변인의 반응을 살펴본 결과, 그 주인공은 무조건 타임스퀘어 아니면 펜 스테이션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타임스퀘어 Times Square
아시다시피 타임스퀘어는 뉴욕의 중심지죠. 분위기로 따지면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브로드웨이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꼭 와야 하는 필수 코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뉴욕 주민 입장에서는 수많은 인파, 호객행위와 지저분한 길거리, 맛집도 없는 정신없는 거리란 점에서 보통은 피하고 싶어 하는 곳입니다. 인스타그램의 뉴욕 소개 계정인 시크릿 NYC(Secret NYC)에서는 ‘뉴요커를 짜증 나게 하는 한 마디’ 중 하나로 “타임스퀘어에서 만나자”가 뽑히기도 했습니다.
펜 스테이션 Penn Station
뉴욕의 트렌드 리포트 주간잡지인 《타임아웃 뉴욕(Time out New York)》이 실제 뉴요커를 대상으로 실시한 뉴욕 최악의 장소(New Yorkers agree that this is the worst place in the city) 조사에 의하면,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불만을 터뜨렸던 장소는 펜 스테이션이었습니다.
펜 스테이션은 미드타운의 코리아타운과 가까이 위치한 기차역으로, 펜실베이니아로 가는 기차노선이 시작되는 역입니다.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이 서울역이라면 이곳은 용산역과 비슷한 곳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곳의 특징은 많은 사람이 출퇴근하는 곳이자 노숙자들의 성지로, 무척 붐비면서도 더러운 곳이라는 점인데요. 블룸버그에서도 뉴욕의 출퇴근 지옥의 장소라고 소개했을 정도로 헷갈리는 이정표들과 수많은 관광객, 그 속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서로 어깨를 밀치며 전진하는 그런 곳입니다.
주거지로 별로 인기 없는 지역이니만큼 월세는 상대적으로 싸다
‘뉴욕에 살아보고 싶다!’ 싶은 분 중 ‘맨해튼에 살아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조금 시끄럽고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뉴욕의 매력을 한껏 느껴볼 수 있는, 현실적인 가격의 아파트 매물을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타임스퀘어에서 약 다섯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원룸(=studio) 매물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 주소: 414 W 42nd Street #54
- 월세: 1,595 달러
- 약 13평 (41.8064제곱미터)
제 옛날 포스팅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헬스키친과 시어터 디스트릭은 주민들에게는 인기 없는 곳이라고 했죠. 특히 저 링컨터널은 뉴저지로 가는 차량이 늘 늘어서 있는 정신없는 곳입니다.
건물의 외관은 이렇습니다. 구식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아주 평범한 뉴욕의 아파트인데요. 1층엔 쉐 ‘조세핀’이라는 프렌치 비스트로(‘피아노 바’라고 써 있는 귀여움!)가 있네요. 특징은 아파트 건물의 양쪽에 대형 극장이 있다는 점입니다.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렇게 길쭉하게 생겼군요.
거실의 전경입니다. 외벽의 벽돌을 그대로 드러낸 모양이 고풍스럽네요. 두 번째 사진을 보시면 왼쪽 벽면에 파인 홈이 있는데 이런 게 왜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천편일률적으로 생긴 요즘 건물들보다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지점인 듯합니다.
부엌의 경우 핫플레이트 네 구가 설치돼있고 나름 요리를 할 작은 공간이 있다는 게 플러스입니다. 보통의 작은 집들은 필요한 걸 욱여넣느라 최소한의 요리 공간이 없는 경우들도 적지 않습니다. 위의 찬장도 이 정도면 부족함이 없다고 보이네요. 구식이긴 하지만 오븐도 있고, 창문도 열리니 환기가 충분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요즘 유행이라는 한국의 분리형 원룸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화장실은 새로 수선을 한 모양입니다. 깔끔하네요. 같은 건물 내의 다른 화장실을 봤는데 정말 비좁더군요… 맨 위층인 만큼 하늘로 난 창이 한결 화장실을 밝고 쾌적하게 만들어주네요. 좀 이상하긴 하지만 화장실 안에 벽장(walk-in closet)도 있습니다.
장점
시끄러운 큰 길가에 위치하지 않았으며 나름 남향입니다. 벽을 마주한 부분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창이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입니다. 뉴욕인들은 오래된 카펫 대신 청소하기 편한 하드우드 플로어, 즉 나무로 된 바닥을 선호합니다. 그런 점에서도 매력적이네요.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허락되는 건물입니다. 특히 좁은 크기임에도 부엌과 생활공간이 어느 정도 구분된다는 점이 인간다운 삶의 필요조건을 만족시켜줍니다. 혼자서 설치하기 부담스러운 무료 와이파이도 공짜!
단점 같은 장점
시끄러움. 이 집의 양옆에는 대형 극장 및 댄스학원이 있습니다. 혈기왕성한 배우들과 공연의 흥을 매일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가격에서 이미 느낌이 오지만,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의 5층 매물인 점 또한 상당한 매력 포인트입니다. 말이 5층이지 미국 건물들은 천장고가 높아서 계단들 역시 상당히 가파른 경우가 많습니다. 장이라도 한번 보고 오면 번거롭게 헬스장을 등록해서 따로 건강을 챙길 필요도 없겠죠?
자, 어떠신가요?
이 정도면 맨해튼 한복판에서 혼자서 살기에 충분히 좋은 조건인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 13평에 한화 180만 원, 즉 한국 원룸 월세의 약 2–3배 정도의 가격인데요. 아무리 뉴욕의 임금 수준이 높다고 해도 5층 walk-up에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건물 연식에 비하면 아무래도 덤터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만큼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가격이 유지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렌트를 제외하면 뉴욕에는 충분히 먹고, 놀고, 즐길 것들이 많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10달러 이하로 즐길 거리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원문: 뉴욕월매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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