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도와 집구경, 그리고 뉴욕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맨하탄에서 평균 월세가 가장 저렴한 동네는 인우드라는 곳입니다. 길쭉한 모양의 맨하탄 중에서도 최북단에 위치한 곳으로, 비교적 한적하며 개발이 덜 된 지역이지요. 아직 젠트리피케이션의 물결이 밀려오기 직전의 맨하탄에 남아있는 마지막 보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뉴욕타임즈에서는 이 동네를 이렇게 설명하네요.
나무와 언덕이 많고, 17층 이상의 빌딩이 없는 인우드는 뉴욕시에서 제일 비싼 보로우(=맨하탄)에서 가장 저렴한 동네다
Leafy and hilly, and with no building over 17 stories, Inwood is the most affordable neighborhood in the city’s most expensive borough.
그러면 이곳의 집들은 어떨까요? 인우드의 최저가 수준(약 $1,500)의 원베드 아파트를 하나 보겠습니다. 4861 Broadway #5U에 위치한 매물로, $1,586 달러로 올라와 있네요.
직사각형에 창문도 나란히 촤라락 서 있는, 잘생긴 아파트입니다/ (안 잘생긴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평면도가 네모가 아닌 경우, 네모라도 비정상적으로 긴 경우, 내방에서 거실로 가려면 남의 방을 통해야 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거실과 부엌. 대로를 향하고 있어 시야도 좋고, 가스렌지도 4구로 넉넉한 키친입니다.
화장실도 좀 낡았지만 창문도 있고 깔끔한 편, 방에는 클로젯도 두 개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건물입니다. 내부 역시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게 느껴지네요.
저는 방의 입구가 거실과 바로 통하지 않는 점, 옷장이 많은 것이 마음에 드는군요. 창문이 길로 난 것도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로변 하면 왠지 피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죠. 시끄러울까 봐. 그런데 여긴 오히려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로변이 아닌 경우 남의 집 창문변일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세가 저렴한 지역은 의외로 극단적으로 이상한 집은 없습니다. 오히려 가격대비 괜찮다 싶은 깔끔한 매물들이 많죠. 다만 비싼 지역에 가끔 싼 집이 있는데, 그런 집 중에 굉장히 재미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퍼웨스트에 이런 집이 있었습니다.
- 위치: 315 West 77th Street #4D
침대 하나만 한 폭의 방이자 부엌입니다. 왼쪽에 작은 핫플레이트와 미니 냉장고가 보이네요. 옷은 저 위 파이프에 걸면 됩니다.
주소를 보니 이 건물의 4층이군요. 이 건물은 1910년에 지어진 아주 아름다운 어퍼웨스트의 전형적인 브라운스톤 건물입니다. 방의 면적은 200 ft², 약 5.62평입니다. 좁긴 하지만 키친과 개인 욕실, TV가 있음으로써 이곳이 방이 아니라 어엿한 하나의 집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오래된 건물 치고는 위생 상태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77 번가 west 면 어퍼웨스트 중에서도 꽤나 좋은 동네에 위치한 곳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저렴할까요?
-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walk-up이고
- 어퍼웨스트의 끝자락인 웨스트엔드에 위치해있어 교통이 약간 불편하다는 단점
- 가장 중요하게는 이렇게 좁기 때문인 것 같네요.
건물 외관을 보아하니 원래 이 공간은 방이 아닌 아파트의 계단이 있는 복도나 창고 공간이었을 겁니다. 공간이 비어있는 김에 방으로 만들어 세를 놓은 것 같네요. 옥상을 증축해 옥탑방화 하여 세를 놓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문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모양새는 한국의 고시원 같긴 한데 침대가 좀 더 크고(양인들은 더블침대가 기본인 듯합니다) 개인 화장실, 취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입학·취직의 꿈을 안고 면접을 보러 뉴욕씨티에 온 두 다리 튼튼한 젊은이가 예산을 아껴 단기간 보금자리로 삼기에 나쁘지 않은 옵션일 것 같습니다. 시내에서도 멀지 않고,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는 배움을 얻기에도 좋을 겁니다.
가격은 월마다 $1,375불이었습니다.
원문: 뉴욕월매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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